충성실 반찬팀

등록날짜 [ 2004-02-25 15:11:12 ]

‘단 한 번의 예배로 하나님의 은혜를 몇 배로 받기’

참 매력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믿는 자에게라면 말이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복을 요즘 들어 날마다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1년 동안 여름 겨울 각각 두달씩 흰돌산 수양관에 상주하며 성회 식단의 반찬을 책임지는 반찬팀이 그 주인공들. 맛난 떡을 이웃에 돌리듯, 은혜로운 삶 또한 혼자만의 것으로 남아서는 안 되는 법. 기자는 저들의 복 받는 비결을 문자 양푼에 담아 천하 만방에 내 집 떡처럼 돌리기로 했다.


“정말 재미있어요."
“수양관에 눈이 오면 눈싸움도 하고 미끄럼도 타고 하나님이 주신 것 마음껏 누리며 살죠."

'99년에 충성실이 형성되며 시작 돼 지금까지 함께해 온 반찬 팀 6인방(박화자 팀장, 임영순 집사, 김정미 집사, 이정구 집사, 김현자 집사, 김정숙 집사)은 이렇게 일의 즐거움을 저마다 수북이 늘어놓는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언뜻 보아도 그리 녹록치 않을 성격들. 기본이 20킬로그램이 되는 무거운 음식 통들을 수시로 날라야 하고, 일이 많을 때는 새벽 4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흰돌산 수양관 성회의 만만치 않은 무료 충성, 그것을 정말 즐겁게만 할 수 있을까?

“물론 서로 다툼도 생기지요. 일단 목소리들이 크니깐 다툼이 생기면 남들이 큰 싸움이나 난 것처럼 생각하는데 금방 풀어져요. 아마 기도와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좀 더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생기는 갈등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거든요."

일년에 넉 달간 함께 숙식을 하니 마음 또한 오죽 잘 통하랴마는 그 속에는 팀장 박화자 집사의 공로가 지대하다고 팀원들은 입을 맞춘다.
“팀장님은 우리 팀의 따뜻한 품이예요. 어떤 싸움이 나도 사랑과 이해로 품어 주시거든요. 그리고 모든 것을 기도와 대화로 해결해 나가지요."

시종일관 “저는 별로 하는 일이 없어요"라는 말로 일관하던 박화자 팀장.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음식점 요리 담당자로 잔뼈가 굵은 요리의 달인이라는데, 리더십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어쨌든 목소리 크고 힘세고 성격 괄괄한 이 여섯 명의 아낙네들이 흰돌산 성회의 반찬을 책임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후문에서 장사할 때부터 수양관 충성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저도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먹고 사는 일 때문에.... 하지만 가게를 정리한 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반찬 팀에 합류했죠."(김현자 집사)

“남편이 돌아가신 후 연세중앙 교회에서 예수를 만났고, 파주에서 노량진 교회까지 다니다가 얼마 전엔 교회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주일과 성회 때는 슈퍼 문을 닫고 충성을 하죠."(임영순 집사)

“돈만 따라 세상 살 땐 다리 뻗고 울일 많았지요. 그러다 죽어야 할 제가 영생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찌나 감사한지 그 감사를 무엇으로든 꼭 표현 하고 싶었어요." (이정구 집사)

줄줄이 내놓는 사연들, 참으로 시작부터 싹수가 파릇파릇한 그리스도인들이다.
“애들을 데리고 다니며 주방 일을 했었는데, 그 때문에 애들 방치해 놓는 다고 성도들께 핀잔 많이 들었어요.(김정미 집사)

“애들 셋을 남편에게 맡기고 충성을 다녔는데, 이웃들이 저보고 애들 팽개쳐 놓는 엄마라고....”(김현자 집사)

“이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은요, 우리가 하나님 일을 해 드리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일을 해 주신다는 거예요."(임영순 집사)

임영순 집사의 말에 기자의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잖아도 이런 사람들에게 대체 하나님께서는 어떤 축복을 주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던 차였기에.

“남편이 돌아가신 후부터 장사하며 내내 몸이 안 좋았었는데, 지금은 20킬로그램 김치통도 번쩍 들 정도로 건강해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신앙 유산을 물려 준 것이 가장 큰 복이지요."(임영순 집사)

“남편이 이름 모를 병 때문에 죽음 직전이었는데, 충성하면서 간절히 기도 했더니, 싹 나았어요. 지금은 아내 이해 해 주고 믿음 좋고 사회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되었죠."(김정미 집사 )

“만년 디스크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괴로움을 당했었는데, 지금은 성회 기간 내내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남편도 요즘엔 저를 많이 이해해주는 후원자가 됐어요."(김현자 집사)

하지만 약한 것이 인간일진데 복잡한 수양관 주방 일속에서 어찌 어려움이 없으랴!

“예상치 않게 음식이 모자라면 정말 당황스럽죠. 그래서 배식 담당 일일 충성자들에게 양 조절 부탁을 하죠, 또 일이 바쁠 때는 저희가 알아서 지시를 해야 하는데 더러는 이런 것들 때문에 시험에 드는 충성자들이 있어요. 그럴 때면 ‘이러면서까지 해야 하나'는 회의가 일곤 해요.”

김정숙 집사의 푸념이다. 글쎄... 받은 복이 많다고는 하지만 일 많고, 좋은 소리 잘 못 듣는 반찬 만들기 작업을 계속 고집하는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힘들고 냄새나는 일이기에 그 속에서 진정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어요."(박화자 팀장)

박화자 팀장은 이어서 반찬팀원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덧붙인다. ‘천한 일 시켜도, 놀리고 핍박해도 시험 들지 않을 사람.' 만만치 않은 답변이었다.
맛깔스럽고 구수한 그래서 언제 먹어도 편안한 흰돌산 수양관 중식 반찬들 속에는 바닥이 보이기까지 내놓아 더 이상 보탤 것이 없기에 떳떳할 수 있는 반찬팀 6인방의 ‘내어줌'이 있었다. 그래서 일까? 그들의 함박웃음 위엔 그리스도인다운 행복함이 가득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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