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새벽 4시. 컴퓨터 키보드가 마구 튄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간증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운다. 강한 집중력으로 신문발행국 기자가 인터뷰해 온 성도의 간증 워드를 끝낸 시각은 6시30분. 남편 출근과 자녀 등교 시간에 늦지 않게 아침을 차리러 서둘러 부엌으로 간다. 녹취 충성자 하보영 집사의 어느 바쁜 아침 모습이다.

신문발행국 ‘녹취부’에 소속한 하보영 집사의 주요 충성은 기자들이 인터뷰한 음원 녹취다. 기자들이 현장 취재로 기사를 쓰지만, 때로는 녹취록을 토대로 간증을 섬세하게 기사화할 때 이렇게 집에서 묵묵히 뒷받침해 준다.

인터넷복음선교국 번역지원선교팀 소속이기도 한 그는 매주 담임목사의 금요일 설교를 녹취한다. 하 집사 외에도 7명이 녹취한 설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5국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보는 CTS 방송 설교와 우리 교회 홈페이지 설교 자막 원본으로 쓰인다.

그가 이런저런 녹취 충성을 한 지 어언 20년 됐다. 당시엔 어린 자녀 키우랴, 병석에 계신 시어머니 간병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주의 일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받아 죄에서 저주에서 사망에서 구원받은 자로서 한 가지라도 주의 일을 맡아 하고 싶은 열정이 뜨거웠다.

마침 집에서 틈날 때 담임목사님 설교 녹취 충성을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돌 지난 아이를 업고 다닐 때 충성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 애가 스무 살이 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 동안 묵묵히 충성의 자리를 지켜온 셈.

“지금 되돌아보니 그 오랜 세월 충성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이 주신 영적 축복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허락하시는 날까지 감사함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녹취는 정확하게 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부정확한 발음, 특유의 억양과 화법 등 듣기 까다로운 점이 많은데, 감사하게도 담임목사님 설교는 예배 때마다 들으니 특유의 어투, 예시, 인용이 매우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저뿐 아니라 담임목사님이 전하시는 하나님 말씀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사는 우리 성도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녹취 충성의 기본 자질을 갖춘 셈이죠. 성도님들도 시간과 장소 제한이 적은 녹취 충성에 동참하기를 권유합니다.”

◇ 충성하는 일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교, 간증, 인터뷰 등 음원을 문자화하는 작업을 한다. 충성 시간은 자녀가 학교에 간 후나 가족이 모두 잠든 한밤중 혹은 새벽.

◇ 충성하면서 받은 은혜
“교회 신문을 볼 때마다 기사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읽게 돼요. 신문에 실리는 인터뷰 녹취를 하다 보면, 인터뷰에 응하는 성도의 언어 표현이 서툴러도 주님을 사랑하는 중심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요. 신문으로 활자화되기 전에 들은 그들의 보배로운 신앙 간증이 오래도록 제 마음에 새겨진답니다. 또 설교 녹취는 충성이라기보다 은혜로운 말씀을 되새김해서 듣는 ‘금보다 더 귀한 시간’입니다. 이처럼 기사화되기 전까지 생생한 감동의 현장을 미리 맛보는 특혜를 누리고, 혼자 감동을 배가하며 은혜로운 신문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경험합니다.”

/동해경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