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전도왕 할아버지
이 한 해가 지나가는 깊은 겨울의 길목, 올해 54명을 전도해 전도왕이 된 정완기 집사(1남전도회 부회장)를 만나보았다. 훤칠한 키에 따뜻한 눈길, 세월의 연륜이 가득 담긴 다정한 목소리가 정겨운 정집사는 올해 81세. 기억력은 날로 쇠퇴하고 몸은 늙어져 가도 “내 나이는 이제 20살”이라는 이 젊은 할아버지의 남은 인생 목표는 오직 전도다.
1997년 봄, 모두가 잠든 밤늦은 시간,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속에서 오산에 사는 넷째 며느리 민문희 집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 소원은 아버님이 예수 믿고 천국가시는 거예요. 한 번만 저와 함께 교회에 가주세요!”
며느리의 간절한 부탁을 쉬이 거절할 수 없었던 정집사는 그 해 4월 예수사랑큰잔치를 통해 연세중앙교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공자(孔子)를 인생의 지도자로 여겨 수원유림대학에서 공자사상을 공부하기까지 했던 정집사.
“예수보다 600년 전에 태어난 공자나 석가도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이라고 하는 설교말씀이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정성을 다해 새신자를 섬기는 성도들의 모습에 마음이 녹아 수원에서 노량진 성전까지 그 먼 거리를 마다않고 계속 예배에 참석하였다.
“하나님은 공자나 석가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태초부터 살아 계셔서 천지만물과 사람을 지으셨고, 그분의 아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내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나를 구원하셨다는 사실이 믿어지기 시작했어요.”
차츰 설교 말씀에 은혜 받으며 지난날 예수를 알지 못해 지은 죄들을 하나님 앞에 눈물 흘리며 회개하기에 이르렀다.
전도 노하우는 정(情) 나누기
“이 늙은 죄인을 사랑해 주신 하나님 앞에 할 수 있는 일은 전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향 충북 진천을 떠나와 20년이 넘게 살아온 제2의 고향 수원은 정집사의 전도밭이나 다름없다. 정집사의 전도 노하우는 전도대상자의 마음을 사는 것, 그래서 모두 친구 삼는 것이다. 소일거리 없는 노인어른들이 모인 노인정엔 화투판이 벌어지는 예가 다반사. 여기서 섣불리 예수 믿자고 했다가는 쫓겨나기 십상이다. 안면 있는 사람에게 맛있는 식사나 차 대접으로 정을 나누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겐 거절 않고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빌려준 돈을 떼인 적도 수없이 많다.
“처음에는 예수 믿지 않을 거라는 소리를 들으면 쉽게 포기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아무리 안 믿는다고 거부해도 낙망하지 않아요. 몇 번이고 찾아다니며 설득하지요.”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는 노인어른들을 기어이 예수께로 인도하고 싶은 진실함이 절절하다. 수원 곳곳에 있는 노인정들은 정집사의 가슴 안에 들어있다. 그곳에서 친구 삼을 노인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천국복음을 전하는 정집사. 수원경찰서 교통관리공단에 소속돼 10년간 봉사하고 있는 그에겐 도로 교통정리 활동대원들도 모두 전도대상이다.
“친구들 만나기만 하면 예수 믿고 천국같이 가자고 사정해요. 또 그 소리 하냐고 듣기 싫어해도 그들이 교회에 와서 하나님 말씀 자꾸 듣고 믿음이 자라면 자손들까지 자연히 예수 믿고 구원받을 테니 전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전도된 이들에게 “술, 담배, 세상에 찌든 버릇을 단숨에 끊어라”며 강요하는 것은 절대 금물. 교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끝까지 섬기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 수 있도록 설득하기를 거듭, 교회에 잘 정착시켜야 한다. 올해 3월 77세로 소천한 최용균 노인이 기억에 새롭다. 알코올 중독, 당뇨로 시력을 잃고 길거리에 버려진 것이 안쓰러워 집에 들여 5년간 같이 신앙생활 하던 중, 갑자기 위독해 수소문 끝에 아들네로 보냈다. 그 후 이상하게도 자꾸만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찾아간 바로 그날 최노인의 임종을 맞게 된 것이다.
“며칠 동안 계속 수원에 계신 정집사님을 찾으며 눈을 감지 못하셨습니다”라는 아들의 말끝에 웃으며 가만히 쳐다보던 그 편안한 모습으로 친구는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겼다.
올해 오류동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일주일에 나흘은 수원에 가서 복음 전하랴, 모든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랴, 회원들 심방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는 가운데 올 초부터 성경 읽는 재미에 푹 빠져 현재 7독째라고 한다. 잠자는 시간은 하루 3시간 남짓.
“젊었을 때 예수 안 믿은 것이 한스럽기만 해요. 내 남은 생애 천국 갈 때까지 끝끝내 전도할거요.”
정집사의 소망은 교회 한 귀퉁이에 외로운 노인들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쉼터를 마련해 차와 식사를 대접해가며 마음껏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대성전 건축을 눈 앞에 바라보며 뜨겁게 기도하는 정집사. 그 곳에 노인대학이 세워지면 여기저기 친구들 불러 모아 예수 이름으로 정 나눌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위 글은 교회신문 <5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