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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릉~ 부~릉. 톡!” 그게 또 왔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 대문 앞에 휙 던지고 간 우편물.
연세중앙교회 ‘주사랑’ 청년회 주보와 목사님 설교 테이프다.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야. 나도 교회 다니지만 어지간히 미쳐야지”
주사랑 주보는 책장 구석에 쳐 박아 놓고 테이프는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친구가 보내준 거다.
‘최순옥’.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에서 만난 절친한 친구다. 직장일도 서로 손발이 척척 잘 맞고 힘든 일도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일했다. 여유시간에는 직장 옥상에 올라가 찬양도 함께 부르며 2년 동안 우정을 다져왔고 그 후 각자의 진로가 달라 순옥이는 결혼을 하고 시댁식구들이 다니는 연세중앙교회로 교회를 옮겨 헤어지게 되었다.
주일날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예배 생략도 하고 아침 예배 드린 후 산에도 가고 연극도 보고 약속 없으면 하루 종일 교회에서 주일학교 꼬마들과 맛있는 것도 사먹고 하던 순옥이가 연세중앙교회로 옮긴 후부터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 틈만 나면 전화해서 부흥회 있으니 참석해서 은혜 받으라고 하질 안나 예수 믿는 거 너무 좋지 않냐? 축복이다 기쁨이다 등등. 난 짜증이 났다.
“야, 나 교회 다니고 있으니까 너나 잘해. 전도하려면 예수 안 믿는 사람 전도해야지.”
사실 교회에서 중고등부교사로 충성하면서 즐거움도 사명감도 없이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 나가는 날이 많았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보다 부담스러웠다.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버겁고 이런 나의 신앙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난 완전히 세상 재미에 푹 빠졌다.
주일날이면 산으로 놀러 다니기 바빴다. 주일도, 하나님도, 성경 말씀도 무시하며 행동했다.
하나님은 나의 이런 타락에 드디어 채찍을 드셨다.
몸이 병들고 세상을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래. 다시 아버지께 돌아가자’라고 마음먹었을 때 잊고 있던 순옥이와 청년회 주보 ‘주사랑’이 생각나서 책장을 뒤져 주보를 찾아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어느 청년의 인터뷰 기사 내용에 내 맘이 쏠렸다. 배우자의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주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대답.
“미친년 죽을 사람과 뭐 하러 결혼해!” 하곤 주보를 덮어버렸는데 자꾸자꾸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생각이 바뀌어만 갔다.
“그래. 예수 믿으려면 저렇게 확실하게 믿어야지.”
어떤 이끌림에 내 마음은 벌써 연세중앙교회로 향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순옥이에게 전화해서 “나 이번 주일날 너희 교회 가서 등록할게.” 순옥이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친구의 4년간의 간절한 기도와 전도에 왕 마귀 박춘삼이 백기를 든 것이다. 연세중앙교회에서의 첫 예배시간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예배드리는데 왜 그리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던지 눈에선 폭포수같이 눈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흘렀다.
목사님 설교 말씀은 죄악으로 똘똘 뭉친 나를 사정없이 때려 부수고 또 부수어서 지난날 세상에 찌들어 죄에 마비된 나의 영혼을 조금 조금씩 회복시켜 주었다. 퍼 올리고 또 퍼 올려도 계속 쏟아나는 나의 죄악 때문에 울고 이런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고 구원해 주신 주님의 그 큰 사랑 감당할 수 없어서 또 울었다.
예배 시간마다 은혜를 받게 되니 이제 우리 불신 가족들이 너무 불쌍해서 그 죽어가는 영혼들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 울었다. 내년이면 우리 교회 등록 10년이 된다. 나는 정말 친구를 잘 만나 복 받은 복덩이다. 이 기나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함께한 친구가 있어 난 행복하다.
“친구야! 춘삼이가 아주 많이 사랑해!”
위 글은 교회신문 <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