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헤어디자이너
목에 두른 파란 머플러와 선글라스가 눈에 띌 뿐 오민 성도는 수수한 외모에 40대에 나오지 않을 법한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교회에 올 때는 옷이며, 머리 스타일을 무척 자제하는 편입니다. 한두 주 전에는 은발에 가까운 회색 머리였는데...”
‘오민 Beauty Plan’ 대표, 헤어 메이크업 강사, 대구 대경대학 뷰티 디자인학과 전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뷰티 스타일리스트학과 겸임 교수, 칼럼 리스트... 현재 오민 성도를 따라다니는 화려한 직함들이다.
“일에 대해서만큼은 무서울 정도예요. 군기반장으로 악명이 높지요. 잡지 기자들은 저를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가졌다고 쓰더라고요.”
서울 콜렉션을 비롯 각종 명품 쇼, 파리 쇼, 홍콩 쇼 등 1년에 300회 이상의 패션쇼를 총괄 지휘하는 오민 성도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루에 5개 패션쇼를 한 적도 있어요.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얻어 타고 패션쇼 장소로 이동했지요. 잠자리는 차 안이기 일쑤고, 음식을 씹으며 이동하는 것은 보통이지요. 가정, 가족을 다 포기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일을 택했어요. 바로 얼마 전인데 그게 다인 줄 알았어요. 20여 년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이제까지 나를 발견해 본 적이 없었어요.”

마음의 병... 눈물로 아버지 품에
지난 봄,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살고, 후배들과 동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삶을 사는 오민 성도가 남몰래 병원을 찾았다.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과 영양실조가 찾아온 것.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로움이 그렇게 무섭다는 걸 그때 알았죠. 마흔 여섯,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이구나. 1등을 지키기 위해서 달려온 삶인데... 진짜 죽어버리려고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도 했어요. 죽는다는 것, 별거 아니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거예요.”
어느 토요일, 병원을 잠시 나온 오민 성도의 걸음은 왠지 청담동 샵을 향했다. 우연이었을까? 무심코 들어선 샵에는 모델 김현정 자매가 있었다.
“현정 자매는 특별히 예뻐하던 모델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막 우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됐냐고, 어디가 아픈 거냐고요... 그리고 교회에 가자고 했어요.”
오민 성도는 다음날 무작정 현정 자매를 따라 연세중앙교회를 찾았다.
“교회 십자가 탑을 볼 때부터 눈물이 흘렀어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신 어머니가 맞아주시는 것 같았어요. 설교 중에도 너무 많이 울었고요. 예배시간 내내 ‘나를 받아달라고’만 기도를 드렸어요. 목사님 설교는 제 온 몸을 다 부수고 머리부터 깎아내는 것 같았어요.”
모태신앙이지만 중학생 때부터 교회를 떠났던 오 성도를 하나님은 그렇게 기다리고 계셨다. 얼마 후, 오민 성도는 흰돌산수양관 하계성회를 따라갔다.
“그때는 정말 수양관에 있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예배를 드리다 보니까 제 주위에 눈물을 닦은 휴지들이 가득해요. 휴지가 부족할 정도로요.”

진정 숨을 쉬는 하루
그렇게 주님과의 늦사랑이 시작되었다. 오민 성도는 이제 주일날이면 청담동 샵의 문을 닫는다. 20년이 넘게 1년에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이제 주일이 돌아오는 게 즐겁다. ‘오민 Beauty Plan’ 직원들과 패션쇼 팀 등 50~60명 되는 식구들에게는 ‘교회 가자’는 오너의 되찾은 웃음도, 휴일이 생긴 일도 반가운 일이다.
“신앙은 얼마나 오래되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믿느냐인 것 같아요. 지금은 마음의 안정도 찾고, 너무나 행복해요. 이제 주일은 내가 진정 숨을 쉬는 하루예요. 나무들만 봐도 눈물이 나는걸요. 아버지같은 윤석전 목사님께도 감사드려요.”
그의 얼굴에 하나님 아버지 품 안에서 찾은 따뜻하고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