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안녕하세요? 몇 층 가시나요?

등록날짜 [ 2012-07-24 13:49:16 ]

어르신 안내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나누는 정(情)
짧은 시간이지만 긴 여운이 남는 섬김의 공간으로 쓰여

올해 팔순인 김 권사는 고령인지라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하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여전도회 경로실이 있는 노인복지센터까지는 어찌어찌해서 오지만, 2층 경로실까지 올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느린 걸음으로 타다 보면 닫히는 문에 끼이지는 않을까, 버튼을 잘못 눌러 지하로 가지는 않을까, 차가운 엘리베이터가 참으로 얄궂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는 그런 금속 엘리베이터 안에 따뜻한 온기가 감돌아 안심이다. 노인복지센터 입구까지만 가면 어느새 뛰어와 불편한 몸을  부축해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청년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할머님, 천천히 타세요. 몇 층 가세요?” 나이 든 성도가 엘리베이터 타기 불편해하는 속내를 아신 담임목사님께서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충성을 권면할 때 자원한 이들인데 1년여 동안 세심하게 섬겨주니 대견하기만 하다. 김 권사를 비롯한 남.여전도회 어르신들에게 이런 온기를 전하는 주인공들이 충성하는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따뜻한 섬김의 공간으로
주일 오전 2부 예배를 마치면 남.여전도회 어르신 회원들은 대성전 뒤편 노인복지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센터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남전도회가 매주 대접하는 점심도 맛있게 먹고 노인복지관 2~3층에 있는 남.여전도회 경로실에서 월례회며 각종 모임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저녁예배에 들어갈 때까지 함께 찬양도 하고 성경도 읽고 잠시 누워 휴식도 취하는 아주 요긴한 공간이다. 그런데 경로실 회원은 지팡이를 짚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대다수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에서 내려야 할지 몰라 층마다 버튼을 누르는 등 우왕좌왕할 때가 잦다. 

서로 먼저 타려는 분도 있고, 휠체어를 탄 환자 어르신들이 무리하게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다 보면 다른 어르신들과 부딪치기 일쑤다. 그럴 때 “천천히 들어가세요” 하며 안내를 하지 않으면 자칫 다치는 일도 생기는데, 복지관 1층에서 번잡하지 않도록 질서를 잡는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예진수 형제다.

훈훈한 미소로 섬기는 예진수 형제(대학선교회 13부)는 안내 충성을 할 때 친절하게 웃지만, 속으로는 바싹 긴장을 한다고. 자칫 한 번이라도 안내를 잘못 하면  어르신들이 다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목회하시는 교회(김해 내외동 교회)에 요양병원 노인분들이 오셨을 때 섬긴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줘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휠체어가 들어갈 넓은 공간이 날 때까지 못 올라간 채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내 기다리시거든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섬기려고 항상 기도한답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 안내자가 생기고 나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분들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전에는 ‘엘리베이터에 우선 타고 보자’ 하다 보니 지층 식당으로 갈 분이 2~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정작 올라갈 분이 못 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를 잘 구별해서 타고, 엘리베이터에도 천천히 오르는 등 질서가 많이 잡혔다. 거기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윤미정 자매가 어른들을 싹싹하게 섬기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분들도 이제는 “올라가요? 이번에 타도 돼요?” 물으며 탈 차례를 기다려 준다.

윤미정 자매는 이제 1년 가까이 충성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 얼굴만 보면 몇 층 가는지 대부분 안다. “제가 먼저 내리셔야 한다고 안내도 해 드리고 문 앞까지 모셔다 드리기도 하는데, 요새는 오히려 제가 섬김을 받아요. 저를 볼 때마다 식사했냐고 그렇게 챙겨주세요. 틈틈이 먹을 간식도 챙겨 주시고요.”

윤미정 자매(풍성한청년회 12부)는 서비스 교육강사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르신 섬기는 충성에 도움이 많이 된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서 교회 어르신들이 남 같지 않다. 그래서 어르신들께 마치 자기 아버지께 하듯 “오늘 예배 은혜 많이 받으셨죠? 무릎이랑 건강은 어떠세요?” 하고 여쭤보며 엘리베이터를 따뜻한 섬김의 공간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작은 충성이지만 큰 은혜 넘쳐
이런 주인공들에게 경로실 어르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박환문 안수집사(남전도회 경로실장)는 “상냥하고 친절한 충성자들이 섬김의 본이 된다. 교회 처음 오시는 노인분들께 좋은 인상을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최옥순 권사(여전도회 경로실장)도 “손주들 같아서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며 노인분 한 분 한 분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에 감사를 전한다.

주일 낮에 한 시간 반 동안 하는 섬김이지만, 소속한 청년회에서 또래들과 친교하며 편히 지낼 수 있는 즐거움을 뒤로하고 어른들을 섬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고. 그러나 정작 섬김이들은 자신들이 감사해서, 그리고 섬기며 받는 은혜가 많아서 좋다고 고백한다.

예진수 형제는 지방에서 혼자 서울에 와서 신앙생활 하다보니 열심을 내다가도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래도 충성하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으니까 주일에 집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을 접고 충성하면서 다시 신앙생활에 붙들리곤 했다. 그리고 매우 활발한 성격인데 어른들을 섬기다 보니 차분해지고 조심성이 자랐다. 어르신을 대할 때 말이나 행동을 주의하다 보니 예의가 몸에 익어서 좋다고 말한다.

윤미정 자매는 아나운서와 리포터 일로 지방출장이 많아서 주일을 못 지킬 때도 있었는데, 어르신을 섬기는 충성을 한 후로는 주일에 있는 일정을 많이 줄였다고 말한다. 결국 충성을 통해서 주일을 더 잘 지킬 수 있게 됐다. 감사로 충성하는 엘리베이터 충성자들을 만나보니  우리 교회는 충성할 자리가 참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손길인데, 그것을 통해 많은 노인분이 은혜 받고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충성할 자리를 찾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 교회에는 섬길 자리가 곳곳에 많다.

우리도 주변에서 섬기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보면 어떨까. 능동적인 섬김이 넘쳐나는 우리 교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오정현 기자   사진 김영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9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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