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4-05-13 15:57:11 ]
그리스도인의 효도란 무엇일까.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평안히 봉양하고, 훗날 육신의 때를 마친 부모님 영혼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도록 섬기는 것이다. 노부모가 영혼의 때에 영원히 평안하기를 열망하며 가까이서 모시는 믿음의 자녀를 만나 보았다.
천국 가는 그 날까지 사랑하고 섬기며
| 이영화(21교구)
2021년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19 사태 탓에 국민 모두가 일상에서 극심한 피로를 느끼던 때였다. 그 당시 8년이 넘도록 친정어머니를 간호하고 아이 셋을 양육하다 보니 나 역시 몸과 마음이 지쳐 갔고, 그러는 사이 신앙생활도 가느다란 촛불처럼 꺼져 가고 있었다.
그때 하나님이 강하게 인도하셔서 윤석전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성령께서 절정으로 일하시는 생명의 말씀을 들으니 마른 땅에 단비가 스며들듯 내 영혼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살고자 하는 영적인 본능에 이끌려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매 예배마다 부흥회 같은 생명의 말씀을 들으니 그제야 나에게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연세가족이 된 후 나의 믿음생활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의 공로를 뜨겁게 만났고,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자 그동안 잘못 살아온 지난날이 주님 앞에 송구해 절로 회개가 터져 나왔다. 주일에만 교회에 가서 수동적으로 예배드리던 신앙생활을 회개했고 예수님이 날 위해 베푸신 피의 은혜에 감사하며 영혼의 때를 위해 살기로 작정했다.
예수님이 내 주인이 되시자 내 안에 있던 혈기도 떠나갔다. 성령이 충만해지니 용서하게 되고 용납하게 되고 온순하게 되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막내아들을 데리고 수원과 서울을 오가는 주일 일정이 고됐지만 날 사랑하신 주님, 날 위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어 주신 예수님이 함께하니 육신의 힘듦을 가뿐히 이기고도 남았다.
친정어머니는 80대 후반이시다. 구순을 바라보다 보니 몸 이곳저곳에 이상이 생긴다. 무릎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마음과 정신으로…. 육신은 날로 연약해져 가지만, 주일이면 생명의 말씀을 듣고 공급받는 은혜가 있어서 어머니의 영혼은 날로 새로워진다. 예배 시간마다 “아멘!”, “아멘!”이라고 연거푸 화답하면서 은혜받았음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와 우리 가정을 사랑하시는 주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다.
감사하게도 우리 자녀들도 엄마가 할머니를 사랑하며 보살피는 마음을 헤아려 준다. 큰아들이 취직해서 급여를 받았을 때 할머니 용돈부터 챙겨 드리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둘째 딸과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아들도 틈날 때마다 할머니를 살펴 드린다. 어머니를 모시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부족하나마 보인 효도의 본이 아이들에게 전해진 듯하니 이 또한 주님의 은혜이다. 수년 동안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물심양면 뒷바라지 못 한 게 한없이 미안하지만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큰아들과 딸 그리고 착하고 듬직한 막내아들을 보면 잘 자라 준 게 그저 고맙다. 이 모든 것도 하나님이 아이들을 길러 주신 덕분이다.
어머니를 간호하고 나 역시 육신이 연약한 탓에 병원을 자주 오간다. 그래도 수요일에는 꼭 시간을 비워서 어머니를 모시고 교구 기도모임에 참석한다. 수원 기도처에서 교구식구들과 매주 모여서 기도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면서 영적생활 승리할 힘을 공급받고 기도할 힘도 새롭게 얻는다.
기도처로 가는 길, 주차 공간 옆에 계단이 있는데 혹시나 어머니가 넘어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한 계단 한 계단 부축해서 올라가는 그 시간에 나는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반드시 엄마가 영혼의 때에 천국 가시도록, 잃어 가는 기억과 약해진 정신을 꼭 붙들고 천국에 가는 그 시간까지 예수님 사랑하며 믿음 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사진설명>이영화 집사와 어머니 왕순선 성도.
소천하시기까지 아버지 영혼 사랑
| 황윤정(3교구)
2019년에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 할 것을 결신했고, 예수님의 십자가 피의 공로를 경험한 후 가장 먼저 회개한 죄가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를 오해하고 서운해하며 마음속 무거운 짐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잘못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수많은 죄를 해결해 주려고 십자가에서 살 찢고 피 흘려 주셨는데 나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진실하게 회개하고 아버지를 용서했다.
아버지와의 해묵은 감정을 털어 내자 아버지의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버지께 복음을 전해서 영혼의 때가 꼭 복되게 하리라’ 마음먹고 기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오랜 세월 다른 종교를 의지했기에 예수님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용기 내어 복음 전하지 못했으나 아버지가 천국 소망 가지도록 눈물로 기도했다.
그러다가 2022년 성령강림절 성회에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은혜받아 성령이 충만해지자 아버지를 우리 교회에 초청할 담대함을 얻었다.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해 주셔서 아버지께서 예배드리러 교회에 오셨고 등록까지 하셨다. 할렐루야! 친정과 교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 탓에 계속 예배드리러 오지는 못하셨으나, 아버지의 영혼의 때를 위한 기도를 이어 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즈음이었다. 생각도 못하게 아버지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버지를 위해 더 기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회개하며 그 후 하루에 2시간씩 아버지의 영혼의 때를 위해 기도하곤 했다. 주님의 은혜로 교구 목사님과 교구장께서 심방해 주었고, 그때 주께서 일하셔서 아버지가 영접기도도 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다. 여전도회원들과 교구식구 등 많은 믿음의 지체들이 중보기도 해 주어 감격스러웠다.
이전까지 나는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는 무뚝뚝한 딸이었다. 문자로만 사랑하는 마음을 몇 차례 전할 뿐이었다. 그러나 은혜받은 후 수십 번 수백 번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다.
아버지께서 병상에서 괴로워하실 때도 예수님의 이름을 수십 번 외치며 대적기도를 했고 아버지의 영혼을 지키려고 영적 사투를 벌였다.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고 나면 평안해지는 아버지를 보며 한시름을 놓았다. 경련이 일어나면 기도하고 아버지 대신 회개기도 하고 이내 증상이 잠잠해 지는 것을 반복했다. 감사하게도 성령님이 나와 함께하시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의 이 애절한 몸부림을 동생들과 엄마가 모두 지켜봤다. 아직 믿음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확실히 믿었다. 내 눈앞에서 아버지 영혼의 때가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는 병상에 계실 때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 듣기를 사모하셨다. 계속 이어폰으로 설교 말씀을 듣도록 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찬양을 쉼 없이 반복하여 들려 드렸다. 그렇게 대략 9개월 동안 아버지는 병상에서 말씀도 보고 기도도 하며 신앙생활을 이어 가셨다. 투병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아버지가 임종에 이르기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며 아버지에게 회개할 기회를 달라고 집중하여 기도했다. 교구 목사님과 교구장께서 심방하며 같이 기도해 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주님은 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셨고 큰딸인 나에게 임종 직전 24시간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은혜도 주셨다. 모든 순간순간에 아버지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온전히 알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힘 주셔서 졸지도 않고 아버지 영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그렇게 딸과 연세가족들의 기도 가운데 지난달 아버지는 평안히 소천하셨다. 그 긴박하고 중요한 24시간에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도록 응답하신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의 영혼을 무척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 큰딸을 연세중앙교회에 먼저 불러 주셨고 아버지가 천국 가도록 섬기게 하셨다. 이번 경험으로 나도 천국과 지옥을 더 확실히 믿을 수 있었고, 이 믿음을 잃지 않고 예수 믿지 않는 다른 가족들의 영혼을 전도하고자 한다. 육신의 때에는 아버지와 아쉽게 헤어졌지만, 영원히 행복한 천국에 먼저 가셨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사진설명>황윤정 집사와 아버지 황기실 성도.
/정리 박채원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4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