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펜윅 한국 교회 전도기 <15>] ‘걸어 다니는 성구 사전’ 장석준 목사

등록날짜 [ 2011-02-24 10:49:28 ]

신명균 목사에게 5년 동안 훈련받으며 성장
성경 각 장 주요 구절 암송… 순회 사역 동참

판순이는 대한기독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최초로 결혼한 청년이다. 그는 집사 아들로서 집사 딸과 약혼한 다음 고향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그 마을에서는 그것이 기독교 결혼식으로는 처음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와 구경했다.

나는 그날 모인 군중처럼 질서정연한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처녀가 친정과 부모를 떠나 시댁과 시부모에게 갈 때는 사실상 아내가 아니라 하인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랑 부모에게 신부를 하인이 아닌 딸로 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결혼 예식을 도와준 엠 이 선교회(M. E. Mission) 맥길 목사(Rev. W.B. McGill, M.D.)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이 신부를 위해 그 약속을 받아낼 때 신부가 얼마나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보셨어야 했는데 그랬군요.”

한국 관습에 따라 판순이는 그날 이름을 석준으로 바꾸었고, 어른이 되었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를 장석준 선생이라 불렀다. 그가 신명균 선생과 함께 5년을 공부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와서 쉬기도 하고 공부도 하였다. 올 때마다 혼자서 씨름하던 문제들을 잔뜩 가지고 와서 질문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로운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신약성경에 대한 생생한 지식을 얻고, 사복음서와 사도행전 주요 장들을 암송하고, 어떤 신약성경 구절을 듣더라도 성경책을 펴서 찾을 정도가 되었으므로, 나는 순회 목회하는 동안 그를 ‘걸어 다니는 성구 사전’으로 불렀다.

한번은 내가 다른 도시에서 캐나다 장로교 선교회 소속인 형제 한 분을 도와 부흥회를 인도하였을 때, 장 선생은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내 친구에게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그 형제 휘하 사람 중 일부는 신학교에 다니느라 떠나 있다가, 신선미를 잃고 마음만 성급해진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사진설명> 한국 본토 전도자 그룹

우리는 상담과 기도 끝에 오직 말씀을 전하는 일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것이 사람들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나흘쯤 지나서 마침내 전환점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대로 자기 죄들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제재했고, 그릇된 일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만 말하도록 했다. 죄는 하나님께만 은밀히 고백하라고 일렀고, 예수께서 명령하신 대로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잘못한 형제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라고 일렀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돌아와서는, 그 형제들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곤욕스러웠으며, 일단 형제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나니 참 쉽고 기뻤노라고 했다. 형제 집을 찾아갈 때 그가 자기들을 어떻게 맞이해 주었는지, 상대에게 저지른 잘못을 고백할 때 서로 얼마나 겸양의 태도를 보였는지 많은 사람이 말했다.

그들이 이렇게 하나님과 사람에 대해 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난 뒤, 우리는 도시를 상세히 구분하고 그들을 둘씩 짝지어 각 지역으로 보내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전도지를 주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도록 권유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이들의 사역이 큰 성과를 거두게 됨으로써 집회 첫날 저녁에는 예배당뿐 아니라 넓은 마당까지도 복음을 들으러 온 불신자들로 붐볐다. 교인들은 얼마 전까지 서로 질시했으므로 외지인에게 설교를 맡기는 것이 최선책이라 여기고서 장 선생에게 설교를 부탁했다.

두 볼과 턱에 보조개가 들어간 장 선생은 언제나 점잖은 사람이었다. 나는 미소를 짓는 이 젊은이가 드센 북부 사람들을 상대할 만큼 강인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모든 것이 서양 개념과 정반대로 이루어지듯이, 그는 그 상황에 아주 걸맞은 ‘우레의 아들’임을 입증했다. 약 8일 만에 도시 전체에 복음을 전파하였고, 수많은 사람이 주께 돌아왔으며, 우리는 작별을 고하고서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났다.

장 선생은 남쪽 지방에서 각기 다른 여섯 지역에 거점을 둔 연속 집회들을 시작하였다. 가는 곳마다 똑같은 결과들이 발생했다. 방문하는 곳마다 사단이 그리스도인들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 계명에 불순종하게 하고, 서로 미워하라는 사단 자신의 해묵은 계명에 순종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를 가로막으며, 그로써 성령을 근심케 하고, 하나님을 위한 모든 사역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계속> 『한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말콤 펜윅 저)』에서 발췌

위 글은 교회신문 <23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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