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06 13:39:07 ]
이스라엘 풍습에 따라
자손 보존에 생애 다해
다말의 남편은 전혀 경건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행동이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켰으므로 하나님께서 그의 생명을 취하셨다. 이후 다말의 시아버지 유다는 자신의 둘째 아들 오난에게 형의 뒤를 이어 다말을 취하게 하여 자손을 보려 했다. 그러나 오난마저 불순종하여 죽자, 유다는 셋째 아들 셀라마저 잃을까 봐 다말에게 주기를 꺼렸다. 그리고 셋째 아들이 장성하기까지 며느리 다말을 친정으로 보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지만, 유다는 다말을 부르지 않았다. 유다가 셋째 아들 셀라를 자신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차츰 다말에게 분명히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어떤 혹독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을 통해 유다 지파의 대를 잇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당시 결혼한 여인의 최대 사명은 가문의 대를 잇는 일이었다. 유다 지파의 맏며느리인 다말에게도 대를 잇는 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신앙적 의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한 이유로 다말은 자기 시아버지를 만날 준비를 했다.
한편, 시아버지 유다는 아둘람에서 딤나로 가는 길이었다. 도보로 걸어가던 유다는 에나임 마을 입구 길에서 한 여인을 발견했다. 면박을 둘러서 개인적인 면담을 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 아내를 잃고 외로웠던 유다는 ‘저 여인은 창녀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유다는 얼굴을 가린 그 여인이 다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하룻밤을 지낸 후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의 명예와 위엄의 상징인 도장과 지팡이를 요구했을 때 주저함 없이 그녀에게 주었다.
3개월 후, 시아버지 유다는 다말이 부도덕한 결과로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다는 분노했지만, 내심 간음죄를 빌미로 다말을 돌로 쳐 죽임으로써 셋째 아들 셀라를 그녀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분노한 유다 앞에 다말이 조용하고 위엄을 갖춘 태도로 과부의 의복을 입고 나타났다. “이것들을 나의 시아버님께 갖다 드리시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다의 도장과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물건들을 본 유다는 깜짝 놀라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기의 죄가 그 물건으로 말미암아 공개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6개월 후, 다말은 두 아들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다. 그녀의 아들 베레스는 나사렛 예수의 혈통에서 선조 중 한 명이 되었다. 남편을 둘이나 잃고 시댁에서 버림받은 여인으로서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었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시아버지와 관계를 통해서라도 사명을 완수하려 했던 다말의 손을 하나님께서 들어주신 것이다.
당대나 현시대나 가족관계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 그리고 사람들에게 혹독한 욕을 먹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을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묵묵히 계획하고 실천한 다말. 그녀는 버림받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자신의 사명을 절대 잃지 않은 용기 있는 여인이었다. 그러므로 다말은 예수 그리스도 계보에 제일 먼저 오른 여인이 되었다(마1:3).
위 글은 교회신문 <2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