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2-15 15:57:12 ]
주방 열기보다 더 뜨거운 구령의 열정이 불타는 사람들
수양관에서도 교회에서도 그들이 있기에 영혼 구원도 가능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친 후, 월드비전센터 새신자 접견실 뒤편. 주방 열기와 수증기 김을 헤치며 몸에 밴 듯 능숙한 동작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열아홉 명이면 그리 많지 않지만, 교회사역의 한 축을 든든히 지탱해내는 충성실 회원들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흰돌산수양관성회’ 수천 명 분 식사 준비, 교회 각종 행사에 따른 식사 채비, 매 주일 400명가량 되는 새신자 식사 수종 등, 충성실의 일정을 간략히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충성실 이순복 실장은 오로지 하나님이 주신 힘과 사모함으로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동계성회 두 달간 충성에다 매 주일 식사 준비 등 올해 들어 쉴 틈 없이 짜인 충성 일정을 보고, 처음에는 다들 ‘어떻게 하지?’하고 얼굴이 굳었죠. 그러나 목숨도 아끼지 않고 사역하며 저희보다 앞서 가는 담임목사님이 계시고, 그 목회를 같은 정신으로 수종 드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 믿어요. 떠날 채비를 갖춘 가방을 장롱에 항상 비치할 정도로 언제든 충성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충성 10년 차의 노하우
충성실은 분야(밥 팀, 국 팀, 반찬 팀)마다 회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각자가 전담하는 일에 많은 경험이 있다.
“성회 등록 인원이 사천 명이라고 하면, 벌써 반찬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량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감자는 몇 포대, 자반고등어는 몇 상자, 양념은 얼마얼마....”
거대한 솥으로 수천 명이 먹을 음식의 양을 맞추고, 기막힌 맛을 내는 솜씨는 오랜 세월의 경험이 녹아있기에 가능하다고 김정미 총무는 전한다.
“이 정도 사역이 이루어지려면, 보통 손발이 잘 맞는 것으로는 안 돼요. 같이 충성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넘어가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척척 일이 진행될 정도예요.”
충성하며 있었던 일화를 웃어가며 풀어내는 이들이지만, 세월이 묻어 거칠어진 손은 그 기간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허리를 굽혔다 펴며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충성을 감내하며 흘렸던 땀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우리 교회의 성장 뒤에는 어머니의 보살핌 같은 충성실이 있었다.
충성실 회원들은 충성의 현장에서 말씀과 실제가 부딪힐 때마다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충성실 최고령인 김경순(70) 집사는 충성 중에 허리 디스크를 치료받고, 충성할 건강을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일반 기관에 있었으면 도무지 깨닫지 못할 것을, 충성하며 알게 된 게 많아요. 충성하면서 자녀와 물질까지 내려놓았지만, 하나님은 마지막으로 제 아픈 육신도 내려놓고 충성하도록 만들어 가셨어요. 내가 올해 일흔이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쌀 씻는 거는 더 낫답니다(웃음).”
연륜이 쌓인 회원들의 충성 유형
대개는 감사로 충성하지만, 인간인지라 힘든 일에는 짜증이나 혈기가 올라올 때도 있다고 회원들은 고백한다. 의견이 안 맞는 지체들끼리 충돌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험으로 그러한 것도 이겨낼 비결이 있다고.
“충성하다가 부딪칠 기미가 보이면, 그 순간을 피해 밖에 나가 기도하며 혼자 삭여요.” - 고진감래(苦盡甘來) 참는형
“저는 좀 느린 편이에요. 상대방의 주장이 강할 때는 맞받아칠 말을 못 찾다가 나중에 가서야 ‘아까 내가 왜 이 말을 못했지’ 하고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마찰이 일어날 일들이 없네요.” - 허허실실(虛虛實實) 늦은 반응형
“저는 아직도 성격에 모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일단 말을 하고 봐요. 안 그러면 답답해서 일을 못하니까요. 대신 나중에 가서 남들보다 더 후회하고 회개하는 경우지요.” - 용호상박(龍虎相搏) 후회막심형
“시킨 일을 하지 않고 자기 생각으로 엉뚱한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감정이 욱하고 올라왔다가, ‘나도 예전에 그랬었는데’하고 제 예전 모습을 돌이켜 봅니다. 다른 사람 처지에서 보는 마음을 주셨어요.” - 역지사지(易地思之) 과거회고형
충성실의 미래
성회 기간에 앞서 충성실은 섬기는 일에 지치지 않도록 금식도 하고 기도도 많이 하며 준비를 하는데, 막상 성회 충성을 하다 보면 입으로 행동으로 실수할 때가 잦다고 이순복 실장은 고백한다.
“여전도회원들 중에는 충성실을 힘 세고 일 잘하는 사람만 가는 걸로, 또 다소 억센 이미지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셔요(웃음). 일을 하다 보면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저희도 그런 다음에는 많이 후회하곤 합니다. 바쁜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느긋하게 할 수 없어 그러지만, 저희도 더 다듬어지고 부드러워지고자 노력하고 기도합니다.”
이순복 실장은 인간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충성실 일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되지만 담임목사님과 사모님, 성도님들이 기도를 많이 해주시니 언제나 기쁘게 감당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인원이 충성실에서 함께하기를 소망했다.
“앞으로 우리 교회가 더 많은 일을 감당하려면, 주의 일을 내 일처럼 사모하며 뜨겁게 일할 사람들이 충성실로 더 많이 왔으면 합니다. 충성의 감동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사진설명> 가운데가 이순복 실장
탐방을 마치며
탐방에 이어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날에도,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 일부러 오지 않은 회원들이 있었다. 그저 자신이 맡은 자리에 감사하고, 조금의 자기 의(義)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들. 그러나 하늘의 상을 쌓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경험이 많고, 영리하게 충성하는 충성실의 모습은 교회와 가정의 본이 된다.
김정미 총무 아들 성윤모 형제(대학선교회)는 언제나 어머니가 충성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며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곤 한다.
“어머니가 충성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들인 저도 은혜를 많이 받아요. 자연스럽게 저도 주님 일을 일순위로 놓는 일에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식물은 열매가 맺기 전 꽃을 피워서, 태어날 열매를 화려하게 축복한다. 담임목사님과 전 성도의 영혼 구원의 복음 사역 뒤에서, 묵묵하게 섬기는 충성실을 누구보다 아름다운 ‘충성의 꽃’이라 칭하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