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천하보다 값진 이들을 태우고 “부릉부릉”

등록날짜 [ 2011-04-06 09:36:20 ]

버스에 탄 모든 성도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이른 아침에도 늦은 밤에도 ‘감사’와 ‘기쁨’으로


차량실 장거리 운전자들. 왼쪽부터 이창연, 김기홍, 송형섭, 김경목, 김상중, 김동성 집사

금요일 밤, 자정을 조금 남겨둔 시각, 달리는 교회 버스 안에 기자가 함께 탔다. 버스의 묵직한 엔진 소리와 함께 흥얼거리는 찬양소리, 은혜를 간직한 채 살포시 잠이 든 성도들.... 금요예배를 마치고 인천 방면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마치 평온한 아기 요람 같다.

벌써 15년 가까이 운행으로 충성하는 김기홍 집사(20남전도회, 헬몬성가대 총무)는 피곤할 법한 시간인데도 힘찬 목소리로 외친다. “집사님, 요 앞 사거리에서 내리시죠? 조심히 살펴 가세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릴 지점을 머릿속에 다 입력해놓은 듯 세심함과 따뜻한 말로 배웅한다. 아직 차가운 밤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성도들 마음은 훈훈하다.

성도와 교회를 잇는 차량실
차량실(실장 정영민 안수집사)은 먼 거리에서 예배드리러 오는 성도들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차량 30여 대로 섬긴다. 온수역에서 교회까지 오가는 단거리 운행에서 인천, 파주.일산, 성남.분당 방면으로 가는 장거리 운행까지, 차량실은 성도와 교회를 잇는 역할을 한다. 예배에 늦지 않게 참석하려는 성도들을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운행시간이 늦거나 사고가 나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충성한다.

주일 대예배가 끝나자마자 부천 고강동 방면 운행을 맡은 김경목 집사(차량실)는 바쁘게 시동을 건다. 원래 버스 운전이 직업이었다는 김 집사는 주일을 온전히 지키려고 개인 용달업을 하고 있다. 예배에 빠지지 않고 충성할 시간까지 생겨 요즘은 늘 감사한 마음이 넘친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보다 더 친절하게 섬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대한 성도들 집 가까이에 바래다 드리고 싶어요. 연로하시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다른 성도에게 폐가 될까 봐 오히려 큰길에서 내려달라 하셔서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더 세심히 섬길 수 있도록 항상 하나님께 지혜를 구합니다.”

버스에 타는 모든 이들을 품고
주일, 파주.일산 지역 등으로 장거리 운행을 하려면 오전 7시 전에는 교회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도 사고 없이 무사히, 주님 심정으로 충성하고 섬기게 해주세요.’ 출발하기 전 운전석에 들어서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김동성 집사(차량실).

“운전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습니다. 우리 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 말씀을 듣고 싶어 멀리서 오시는 성도 분들의 사모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번쩍 나지요. 또 주님 은혜로 지난 10여 년 동안 사고 없이 운행한 것에 감사합니다.”

김 집사는 늦은 밤에 자매들이 차에서 내릴라치면 어둑어둑한 곳을 피해 최대한 집 가까운 곳에 내려주려 하고, 늘 타던 분들이 안 나와 있으면 전화를 드리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타는 분들은 이제 낯도 익고 친해져서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서로 배려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전화해 주시든지 제가 먼저 확인 차 연락드립니다.”

이렇게 교회차량 충성은 ‘운행’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같은 사랑으로 연약한 이들을 챙기고, 분주히 영혼을 섬기는 직분자의 모습으로도 값지게 쓰임받는다. “가끔 차가 막혀 운행이 늦어지면 가족들이 걱정하는데, 운행에만 몰두하다 보면 아내에게 전화를 해주지 않아서 종종 사랑의 핀잔을 듣곤 한답니다.” 차량 운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각까지 이들의 아내와 자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운행자가 된다.



알고 보면 섬세한 그들
뻣뻣한 턱수염에 단단히 핸들을 거머쥔 손. 언뜻 보면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는 차량실 충성자들이지만, 누구보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하여 섬세하게 충성하는 이들이다.

교회 근처 온수역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김삼중 집사(18남전도회)는 운행 때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예배 시작을 5분 정도 남겨둔 상황이면, 차에 탄 성도들을 위해 출발해야 할지, 아니면 한 명이라도 더 태운 후 출발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차에 달린 거울로 계속 뒤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지요. 늦잠을 잤든 무슨 이유든, 누군가가 헐레벌떡 온수역 출구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아서죠. 차에 타고 계신 성도분들께는 조금 미안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태워 빨리 예배에 들어가도록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송형섭 집사(차량실) 또한 자기 차를 운전할 때와 교회 차량을 운전할 때는 운전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자기 차는 함부로 해도 되겠지만, 교회 차량은 성물이기에 아주 조심스레 다룹니다. 그 안에 탄 성도들의 안전도 달렸으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또 제 차를 가지고는 무심코 운전할 때가 잦지만, 교회 차는 ‘연세중앙교회’ 이름이 앞.뒤와 양 옆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운전하는 순간순간 무척 신경을 쓴답니다. 교회 이름을 걸고(?) 교통신호도 정확히 지키지요.”

차량운행에도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결원이 생기는 일이 있을 것이다. 운행에는 차질이 없어야 하기에 갑작스럽게 운행에 투입될 때면 심정이 어떤지 이창연 집사(차량실)에게 물었다.
“세상일이었으면 괜스레 짜증 나고 귀찮은 마음도 올라오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내가 할 일이다, 내 천직이다’라고 여기기에 감사가 나옵니다. 또 차량실 운행자끼리는 같이 충성한 지가 하도 오래돼 서로 가정사도 다 알 정도여서 언짢은 마음이 생길 수 없습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한결같이 충성하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이 줄지 않는 차량실 충성자가 있기에 오늘도 수많은 성도가 예배시간에 맞춰 하나님께로 나아올 수 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로서, 교회에서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성도들을 섬기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교회는 더 큰 사명을 주셔도 넉넉히 감당해 낼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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