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교회 어르신들 모두 우리 부모님이시죠

등록날짜 [ 2011-05-19 09:44:26 ]

70, 80대 어르신 섬기는 딸 같은 여전도회장들
예수 사랑과 효 실천하는 훈훈한 정 나누다

올해 85세인 여집사 한 분은 요새 근심 아닌 근심이 있다. 어느새 육십을 바라보는 딸이 당신 나이뻘인 노인 성도들을 섬기는 여전도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노인복지관 3층, 경로실과 1~4여전도회실이 있는 같은 공간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할머니 회원들을 섬기는 딸을 보면 한편으로 마음이 안쓰럽다고.

그 집사의 딸 역시 “친정어머니가 바로 옆에 계셔도 제가 소속한 여전도회원들을 챙겨 드리느라 잘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할 때가 잦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을 한쪽에 미뤄두고 교회 어르신들 섬김에 열중하는 그녀의 중심은 경로사상을 잃어버린 현 세대에게 경종을 울린다.
5월 가정의 달, 친부모에게 하듯 예수 사랑과 효를 실천하며 훈훈한 정을 만들어가는 여전도회장들을 만났다.

발로 뛰는 여전도회장들
올해 제1~4여전도회(회원 평균 나이 75~85세)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회원들 나이보다 젊은 여전도회장들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회장들이 연륜 있게 기관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사근사근한 딸 같은 여전도회장들이 배속해 노인들을 섬긴다.
“올해 임명받은 후 어르신들 사정을 아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었어요.”(1여 박양숙 회장) 박 회장은 올해 초 20~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회원들을 맞으며 부담도 있었다고.
“연로한 회원들 마음을 헤아리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하나님께서는 열정적으로 심방할 마음을 주셨습니다.”
박 회장은 심방을 하면서 어르신 회원들과 친해진 것은 물론이요, 개인 가정 사정도 알게 되어 섬김의 귀중한 자원을 얻는다고 전한다.

제1~4 여전도회장들은 주일 중식 때에 회원 전체가 먹을 반찬을 매주 준비한다. 20인분 이상을 매주 준비하는 것은 사실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박 회장을 비롯한 이들은 이 일을 기쁘고 감사하게 감당하고 있다.
“비신자 자녀와 사는 분들은 주일에 반찬 싸오는 것에도 부담을 느껴 모임에 안 오세요. 그래서 제가 한두 가지 반찬을 풍성히 준비해 와서 주일 식사라도 편히 대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고령인 회원들이 거동이 불편하신 데도 매주 예배드리러 오시고 나이 어린 회장 말에 순종해 주시는는 모습을 보면 무척 감사합니다.” (1여 박양숙 회장)

 
  
<사진설명> 위 왼쪽부터 박양숙 제1여전도회장, 남궁명순 제2여전도회장,  아래 왼쪽부터 김덕심 제3여전도회장, 이기선 제4여전도회장

노년을 알며 섬김을 배우다
주일, 4여전도회가 식사하는 방에는 고소한 참기름냄새에 군침이 돈다. 메뉴는 콩나물밥이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왜 안 보이시나 했어요.”
비빔밥에 넣을 나물과 고추장을 하나하나 챙겨주는 이기선 회장(4여)이 늦게 온 회원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식사 준비를 모두 마치고 “오늘 우리 어머님들 식사하시는 것도 소화 잘 되게 해주시고…”라며 세세하게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밥을 먹은 후에도 커피를 타드리고 간식도 나르며 쉴 새 없는 충성에 지칠 법도 하지만 더 힘이 난다는 이 회장이다.
“어머님들 섬기다 보니 제 영이 사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여생 동안 하나님 나라 갈 준비를 잘하셔야 하기에, 회장으로서 더 깨어 있어야 함이 피부로 와 닿아요. 신앙생활이 천국과 맞닿아 있는 노인분들을 섬기고 기도하다 보니 제가 먼저 사는 것 같습니다.”

회원들의 영혼 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영이 산다는 이 회장의 고백처럼 ‘노인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항상 고민하고 배워가는 중이라고 회장들은 이야기한다.
“노인분들은 공통으로 아이들처럼 스킨십을 좋아하신다”는 게 남궁명순 회장의 말이다. 남궁 회장은 자신의 두 손으로 회원들의 얼굴을 어루만져 드리고 손도 잡아주며 인사해드리고 주일에는 회원들을 한 사람씩 다 안아 드린다. 어른들도 처음엔 그런 스킨십을 서먹해하다가 요즘엔 먼저 반기는 기색이다.
 “왜 그러시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평소  손잡고 얼굴을 부비며 속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지 않다가 이제야 마음을 여시는 것 같아요. 많이 외로우셨나봐요.”(2여 남궁명순 회장)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더 잘 섬기지 못했던 것이 마음의 짐이던 남궁 회장은 올해 어머님 또래 분들을 섬겨서 좋다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어르신들께 꼭 무엇을 해 드려서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라 관심 가져 드리는 것이 좋으신 거지요. 또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손 얹고 기도도 해드리면 좋아하세요. 이런 말 드리면 실례지만 저는 할머니들이 아기처럼 예쁘게 보입니다.”  

이전에 같은 나이 또래 여전도회 활동할 때와는 달리 노인분들을 섬기면서는 어딜 가도 할머니만 보이고, 무엇이든 그들 중심으로 생각하고 섬길 거리를 찾는 자신이 신기한지 남궁 회장은 올해 배운 이모저모를 덧붙인다.
“주로 매운 것 딱딱한 것은 싫어하시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어떤 반찬을 해드려야 맛있게 드실까 고민한답니다. 반찬을 해도 말랑말랑하게, 양배추나 나물도 흐물흐물하게 삶고…. 짭짤한 젓갈이 우리 어머니들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안 것이 상반기 큰 수확 중 하나입니다.”

교회와 자녀에게 바라는 점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자녀를 믿어주고 덮어주는 것이 부모 마음이듯, 자녀도 부모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참된 효임을 이들 여전도회장들은 전한다.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자녀나 자부(子婦)들이 주의 일로 바쁜 것도 이해하지만, 작은 관심이 부모에게는 큰 자랑거리입니다. 주일에 먹을 반찬을 가끔 해주시는 것도 한 예지요.”(3여 김덕심 회장)

작은 반찬이지만 우리 자녀가 해줬다는 것에 어르신들은 으쓱해 하신다며, 각 가정에서도 어른으로서 존재감을 인정해 드리는 섬김이 필요하다고 회장들은 당부한다. 또 교회가 커지면서 젊은 성도들과 청년들이 각자 소속한 기관에 열심인 것도 아름답지만, 때론 교회공동체 속에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표시한다.
 
“어른들을 만나도 인사하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옆을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청년들 모습을 보면 아쉬울 때가 있어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하나된 가족 공동체이기에 교회 어르신들이 바로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인데 말입니다.” 어른으로서 존재를 인정해드리고 극진히 우대하는 가정과 교회가 되는 것. 올해 이러한 눈이 열렸다고 기관장들은 미소 짓는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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