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7-20 14:23:39 ]
담임목사를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 심정 통역에 담아
열방을 품고 말씀으로 복음의 문을 여는 비전 가득
“죄는 재밌게 짓지만 그 대가는 무섭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 몰래 밖에 나가 온 종일 딱지치기를 하고 돌아와 안 한 척하지만 아버지는 어떻게 아셨는지…”
통역하기에 그리 긴 문장이 아니다. 하지만 순간 당황한다. ‘어? 딱지치기? 이건 영어로 뭐라고 하지? 아이고! 벌써 다음 문장…. 목사님 오늘 설교 말씀 너무 빠르시다.’
윤석전 목사의 설교 말씀 통역에 합류하려고 한창 연습 중인 통역실 지체의 속마음이다. 그저 “아멘!”으로 화답하며 은혜 받는 성도들에게는 웃으며 들을 수 있는 일화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담임목사의 심정을 담아 통역하는 통역실원에게 실제로 이렇게 통역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주의 종의 심정을 대변
한족인 서추향 집사(통역실장, 중국어), 런던 유학파 박영란 자매(영어), 오랜 미국 생활로 현지인처럼 언어를 구사하는 윤웅아 집사(영어) 등 베테랑 통역실원들도 담임목사의 설교 중에 나오는 고유어나 어려운 표현을 통역할 때는 ‘과연 이 표현을 외국인들이 이해할까?’ 하는 고민이 많다.
그래서 박영란 자매는 영어로 표현할 때 좀 어색한 구절은 외국인들에게 거듭 물어봐서 검증을 받는다. 또 지난 5년 동안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목사님께서 자주 인용하시는 성경구절과 자주 언급하시는 예화 등에 익숙해지면 통역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말한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권태진 전도사(영어), 강지원(중국어), 전연희(영어), 신영숙 집사(중국어), 최재원(영어 편집), 김한나(영어 편집), 정성원 집사(영어), 서추향 집사(중국어), 윤웅아 집사(영어)
일반 연설이나 공식 석상에서 하는 통역은 발음과 정확한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회에서 하는 설교 통역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바로 예배를 통해 죄 사함받고 문제를 해결받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담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고의 통역가가 와서 내용을 잘 전달할지라도, 영혼을 살리고자 하는 그 심정을 담아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성도들을 향해 진실한 주님의 심정으로 호소하는 담임목사의 마음을 쫓아가다보면, 통역실 부스 안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팔다리를 휘두르는 등 혼자서 부흥회(?)를 한다. 어떻게든 담임목사를 닮아가려고 애쓰는 흔적이다. 그리고 오직 기도가 있어야,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것이 나와 충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통역실은 참으로 성령님의 임재가 가득한 자리다.
“기도가 충만할 때 강한 집중력도 생겨요. 입으로는 중국어를 말하면서, 동시에 귀로는 듣고, 머리로는 다음 문장 통역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통역하면서는 언어를 고를 시간이 없어요. 하나님이 붙잡아주셔야 해요.” (서추향 집사, 중국어)
통역실원들은 보통 예배 때는 한 시간, 성회 때는 두 시간이 넘는 마라톤 통역을 하면서 담임목사가 얼마나 힘든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힘이 아닌,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체험하는 큰 은혜를 받는다.
“아직 젊은 저도 한 시간 동안 부르짖어 통역하면 진이 빠지는데, 저희보다 20~30세가 많은 목사님께서 연중 각종 성회로 강행군을 하시는 것은 정말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말해주는 산 증거입니다.” (전연희, 영어)
보람있는 충성
통역실은 새벽예배를 포함해서 예배마다 설교말씀을 통역하고, 이외에도 많은 충성을 감당하고 있다. 연세중앙교회의 주일 오전예배 설교말씀이 방영되는 CTS TV 영문 자막 작업도 맡고, 교회에 외국손님이 오시면 동행하며 통역하기도 하고, 외국어로 된 문서 번역과 담임목사 해외성회 시 동행하며 통역하는 등 맹활약 중이다.
통역실원들은 통역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준비해야 할 것을 조언한다. “목사님께서 말씀을 인용하실 때 즉각 통역해야 하니까, 현지인 성경을 많이 봐야 하고 현지어로 말씀을 많이 외워야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지명이나 공공장소 등도 외국어로 확실히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이들은 우리 교회에서 통역으로 충성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인지도 설명한다. 매주 말씀 통역을 준비하니 긴장하면서 공부하게 되고, 설교 말씀을 상고하면서 들으니 더 깊은 묵상이 가능하고, 또 통역가로서 순발력을 기르는 데는 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역실원에게는 설교 말씀이 일반 성도보다 심령에 오래 그리고 많이 남는다. 목사님 설교를 귀로 듣고, 자신의 입술로 통역하면서 한 번 더 말씀을 새기기 때문이다. CTS 방송에 나갈 설교의 자막을 맡고 있는 신영숙 집사는 말씀 자막을 입힐 때 한 문장 한 문장 자세히 읽다 보면 새로운 은혜를 깨닫는다고 말하면서, “사모함으로 집중하며 들었을 때 제게만 이야기하시는 하나님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다.
이렇게 말씀으로 은혜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통역실원들은 비전과 포부도 담대하다.
“저는 지금 이스라엘과 중동 선교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쪽에 가서 목사님 설교 말씀을 히브리어나 아랍어로 바로 통역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이스라엘 목사님이 제가 아랍어와 히브리어로 통역할 거라고 예언해주신 적이 있는데 담임목사님이 그곳에서 설교하실 때 제가 통역할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윤웅아 집사)
“저는 대학교 4학년이고 외교관이 꿈인데, 통역실에 와서 단순히 제 꿈이 아닌, 중국 영혼을 향한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을 이루어 나가고 싶습니다.” (강지원, 중국어)
대성전 4층 한 켠에 있는 통역실, 드러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매주 목사님 설교 말씀을 수종 들며, 열방에 복음을 전하는 큰 비전을 품은 곳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통역실원 모두 동감하는 것이 있었다. 최고의 통역을 한 것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기도로 사전에 충만히 준비된 통역”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