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9-21 10:59:59 ]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심정으로
장애우 한 명 한 명에게 복음과 사랑 전해
목양센터 1층 한쪽 작은 방. 학생과 교사 삼십여 명이 예배드리는 중이다.
“○○야, 예배 시간에는 뛰어다니거나 떠들면 안 돼. 옷도 올려 입고….”
교사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기도하는 중에도 계속 “까르르” 웃던 학생은 돌연 방석을 두들기다 교사와 맞잡은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간다.
여자 교사들은 교사 생활 초기에 아이들이 하는 이런 돌발 행동에 당황한다. 많이 익숙해진 지금도 힘으로는 아이를 따라가 잡을 수도, 붙들 수도 없다. 흘러내린 바지를 올려줘야 하는 아이지만 몸은 성인만큼 훌쩍 자랐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뒷줄 왼쪽부터 김정민 송복희 이미영 장선화 송계숙 이신희 윤미옥 최연숙. 앞줄 왼쪽부터 서연옥 김종준 김용선(사랑부장) 염원삼(교회복지실장) 송완기 이순동
교사가 올려다볼 정도로 몸은 커졌지만,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줘야 하는 학생들. 주로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 학생들을 섬기는 교회복지실(실장 염원삼) 사랑부 교사들은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품어 줄 수 있게 팔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늘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저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사랑을 가지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 손을 붙들어주시고, 아이들을 잡고 있는 제 손도 붙들어 주세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긍휼의 손길
1999년도 10월, 장애 아이 두 명을 데리고 교회복지실(당시 사회복지실) 사랑부 예배를 시작했다. 학령기 아이들(7세~20세)을 데리고 독자적인 예배를 드린 지도 10여 년. 지적 장애와 자폐성 질환을 지닌 아이들 영혼을 위해 교사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오형석 교사는 사랑부 교사로 충성한 지 어느새 5년째다. 지적 장애아들을 섬기다 보니 온전한 정신으로 예배드리고 인격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오 교사는 해마다 한 해를 마감할 즈음 교사 지원서를 손에 쥐고 또 한 해를 충성할지 하나님께 여쭤본다.
“새벽예배나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항상 감동을 주세요. ‘네가 그 자리에서 아이들 섬기는 것을 내가 기뻐한다’고 말이죠.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체험으로 자칫 침륜에 빠질 수도 있는 사랑부 교사들을 항상 붙들어주세요.”
송계숙 교사도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보며 하나님의 심정을 발견한다. 영적으로 삐뚤어진 나, 굽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 영과 육의 차이일 뿐 ‘나도 저들과 같은 장애를 지니고 있구나’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처음 사랑부 교사로 와서 예배를 드리는데 왜 그리 눈물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픔을 제게 공개해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아이들과 그 가정을 바라보실 때 느끼는 긍휼이 제게도 전해져 교사로 충성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됩니다.”
예배를 마치면 이어 공과공부 시간이다. 자폐장애가 심한 경우는 의사 소통이 어렵고,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태반이지만, “예수님이 너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그것을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이 짧은 진리 하나를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교사들은 매달리고 또 매달린다. 겉으로는 응답 없는 헛수고 같지만 ‘아이들 영은 분명히 이 복음을 듣고 있다’ 복음을 선포하는 교사들은 이 말을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뇐다.
작은 변화 그리고 감사
지적 장애 학생들은 눈에 띄는 변화나 학습 성장이 상당히 더디다. 신앙에서도 타 교육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열매가 더디 맺는다. 그럼에도 교회복지실 사랑부에서는 교사들의 인내와 성실함으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사들이 가슴과 입술로 전하는 복음에 아이들 영이 반응하는 것이다. 자폐성 장애아이의 입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고, 집에서도 식사 기도를 하며, 폭력적이던 아이가 찬양을 한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지만, 기나긴 세월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순간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거듭남의 흔적은 교사들에게 큰 사건이다.
반주로 충성하는 이신희 교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예배하고 찬양하는 가운데 조금씩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억한다.
“사랑부에서는 예배 시간에 아이들을 많이 통제하지 않아요. 찬양할 때만큼은 뛰고 소리 지르며 자유롭게 찬양하게 했더니 아이들이 우리보다 하나님 앞에 더 영광 돌리는 모습을 봅니다. 몸짓은 마음대로 안 되지만 율동도 하고, 나름 어눌한 말로 ‘어어~’ 하면서 찬양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오형석 교사도 5년째 사랑부에서 복음을 전하며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이 아이가 정말 구원받을까?’ 의심할 때도 있었다.
“제가 흔들리고 회의에 빠져 있을 때도 하나님께서는 일하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의지로 ‘아멘!’이라며 신앙고백 하고 믿음의 언어가 나오는 것에서 정말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체험합니다. 전혀 변할 거 같지 않던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 그런 그들을 향해 믿음으로 끈질기게 씨를 뿌리는 교사들 모습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입니다.”
끝까지 사랑으로
직업으로 장애인활동 보조일을 하고 있는 이미영 교사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끝없이 마음이 간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가출하거나 이혼한 가정 아이들에게는 엄마처럼 섬기고 싶은 바람이다.
“윤주라는 학생은 더울 때나 추울 때나 항상 먼저 와서 저를 기다려줘요. 손 시리다고 손도 비벼주고 안아주고... 비록 장애가 있지만 먼저 챙겨주는 모습에서 오히려 교사인 제가 감동을 받습니다.”
4년째 사랑부에서 충성하는 김용선 부장은 가장 먼저 하나님께 그리고 교사들의 섬김에 감사를 전한다. 하나님 은혜로 아이들의 가정까지 구원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감사거리가 넘치는 요즘이다.
“김준상 학생 부모님이 성회에 오셔서 은혜를 많이 받으셨어요. 심장 협심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치유 받으시고 아버지는 성가대원으로 찬양하시며 가정이 믿음으로 세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아이들 안전과 세세한 섬김을 강조하는 김용선 부장은 학생들의 실질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해 사랑부 학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지적 장애 아이들에게도 따끔한 훈계가 필요합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꾸짖었다고 학교나 교회에 안 보내고 때로 서운해하시는데, 학생들을 정말 위하신다면 말씀 안에서 훈육과 엄격함이 필요하다는 것도 헤아려주셔야 합니다. 교사들을 믿고 맡겨주세요. 아비의 심정, 어미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게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셨다. 아들을 죽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지만, 우리는 그 사랑의 분량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아버지의 심정과 그분의 인도하심을 깨닫지 못해 가로막힌 장애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님 아버지는 성급하게 우리를 다그치지 않으시고 끝까지 사랑하시며 기다려 주시지 않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고 기다리시는 것이다. 아버지의 심정을 품고 소자를 섬기는 사랑부 교사들을 보면서 큰 도전을 받는다.
교회복지실 염원삼 실장은 아버지의 심정을 체험하고 사모하는 교회의 많은 성도에게 당부한다.
“지극히 작은 자들을 주님 심정으로 섬길 충성자들이 교회복지실에 지원해 주셔서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함께 전했으면 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