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지속적 관심이 결국 영혼을 살리더라

등록날짜 [ 2012-10-30 16:20:10 ]

인생 우여곡절 많은 구역 식구들 그 오순도순한 신앙 이야기
누이처럼 엄마처럼 딸처럼 서로 의지하며 사랑 나눠

‘항동구역’은 행정구역으로는 ‘서울시 구로구’에 속하지만 도심 같지 않게 조용하고 공기도 맑다. 항동은 부천, 광명과 인접한 온수 남부역에서 성공회대, 유한대학을 아우르는 서울 끝자락에 있다. 전원적인 분위기인 항동처럼 이 지역 교우들의 신앙 이야기에도 소박하고 수수한 맛이 배어 있다.

맡은 영혼은 책임지고 정착
교회가 부흥해 항동지역에 구역이 새로 생긴 지 수년 째 됐고, 올해는 추은희 집사가 구역장을 맡아 구역 식구를 섬기고 있다. 항동구역 식구는 8명으로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3년 미만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한창 담임목사의 설교 말씀에 은혜 받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우리 교회 온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은혜 받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전도자와 직분자들이 구역 식구들을 충실하게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항동구역 식구들. 뒷줄 맨오른쪽이 추은희 구역장.

내년에 아흔인 김봉익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기에 구역장이 예배 때마다 차로 모시러 가는데, 때론 늑장을 부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맡은 영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구역장이기에 추은희 집사는 “천국 가시는 날까지 신앙생활 잘 하시다가 주님 만나뵈야죠” 하고 설득해 가며 모셔 온다.

김현님 집사 역시 올해로 2년째 김 할머니의 파마며 커트를 도맡아 해드리며 친자식처럼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다. 구역예배 때면 눈이 어두운 김 할머니를 위해 큰 글씨로 인쇄된 찬송가 악보를 넘겨드리고, 성경 구절도 짚어 주며 할머니 옆을 떠날 줄 모른다.

비단 구역장과 김현님 집사뿐만 아니라 구역 식구 전원이 노년의 성도를 섬기는 일에 가족처럼 하나 되니 추은희 구역장은 “김봉익 할머니는 우리 구역 보배”라고 말한다.

또 항동구역은 구역장을 중심으로 전도한 사람이 자신의 태신자를 책임지고 섬기고 있다. 박경진 성도는 오옥희 집사의 전도로 우리 교회에 왔는데, 얼마 전부터 함께 구역예배를 드리고 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석 달째인 김순정 성도는 미용실을 경영하다가 최근 허리와 다리 수술을 받아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로 몸이 불편한데, 박진수 권사 전도로 교회에 등록하고 구역예배까지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새가족인 김 성도가 교회와 구역에 빠르게 정착한 것은 바로 전도자인 박진수 권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섬기기 때문이다.

박 권사는 사업차 늘 바쁜 편이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김순정 성도와 친교를 다지고 있다. 김 성도는 호주에서 유학한 실력파에다 미용콘테스트 심사위원도 맡을 정도여서 박 권사가 넉살 좋게 “나는 앞머리부터 풀어지니까 앞머리만 살짝 파마해 줘요” 하며 함께 재료상에 미용도구를 사러 다니면서 더욱 친해졌고 구역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덕분에 김순정 성도는 비록 수술한 몸이 불편하지만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게 됐고 “박 권사님을 만나 언니동생하며 지내고 구역예배도 함께 다니니 마음이 편안하다. 교회에 와서 새가족 교육국에서 교육도 받으니 무척 재밌고 유익했다”고 고백한다.

박경진 성도도 구역예배에 오기까지 전도자 오옥희 집사의 눈물 어린 기도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영혼을 책임지려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일 터.

상처는 서로 싸매 주고
항동(航洞)은 일대가 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항동구역 식구들 대부분은 인생사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오느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주님을 만나 평안한 장년을 보내고 있다. 모진 풍파로 누구한테도 내보이지 못하던 마음에 깊이 팬 상처를 하나둘씩 감추고 있었지만, “이제는 예수 믿으니까 자유하지 않느냐”라며 서로서로 위로하고 중보하는, 그야말로 한 식구가 됐다.

명랑한 성격인 박종복 권사는 20년 전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당시 교회 구역 식구들의 중보기도를 들으시고 새로운 인생을 허락하셨다. 그러다가 항동으로 이사한 후로 2년째 정착할 교회를 찾지 못해 속을 끓였다.

아직 믿음이 연약한 딸, 사위와 손자가 같이 다닐 교회를 찾느라 애를 태우던 중, 외손자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딸이 추은희 구역장을 만나 연세중앙교회에 정착했다. 여전히 가족 구원을 위해서 기도 중이지만 “함께 기도하면 가족이 반드시 주님께 돌아온다”며 응원하는 구역 식구들이 늘 큰 힘이 된다.

윤순자 집사는 돈을 빌려 줬다가 사기를 당하고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수면제가 있어야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교회에 와서 큰 은혜를 체험하니 마음의 병들이 하나씩 해결되었다. 또 근래에 며느리에게 교통사고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며 협박해 몹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윤 집사가 눈물로 기도하자 상대방 과실인 것이 밝혀져 문제가 잘 해결됐고, 그 일로 기도의 위력을 맛본 며느리가 “어머니, 저도 어머니처럼 교회에 다닐래요” 하는 더 큰 기도 응답까지 받았다.

박진수 권사도 사업을 하다 보니 지난 세월이 무척 다사다난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힘겨울 때도 많았다. 김현님 집사 역시 사람을 믿다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자 하나님이 원망스러워 몇 년간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제는 예수 믿는 것밖에 없다. 예수 믿으면 아무 근심걱정이 없다. 세상에 미치면 결국 우울증으로 고통받지만, 하나님 믿으면 웃으며 살고 천국 가니 아무 걱정 없다”며 낙심해 있는 성도들을 위로할 정도로 항동구역의 믿음의 장부들이 됐다.

서로 중보하며 하나 되는 구역
홀로 인생이라는 항해를 할 때는 파도가 무섭다. 하지만 예수 안에서 구역 식구로 하나 되어 함께 항해할 때는 안전하기만 하다. 선장이신 주님이 계시고, 서로 한 가족처럼 돌봐 주는 구역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추은희 구역장은 항동구역에서 가장 어린 나이지만, 할머니나 어머니뻘인 구역 식구들을 한결같이 섬기고 감사하며 직분을 감당하고 있다. 뮤지컬 ‘그날’의 작곡가요, 어린 두 자녀의 엄마요, 독일 유학 후 대학 강의로 바쁘지만 영혼을 섬기는 구역장 직분이 더 소중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구역예배가 있는 날은 어떤 일정도 잡지 않고 오롯이 구역 식구 섬기는 일에 전념한다.

추은희 구역장은 “구역 식구들께 여러 가지 불가능과 어려움이 있지만, 주님 안에서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중보하고 기도로 해결하여 주님께 최고로 영광 돌리는 구역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소망을 밝힌다.

또 “곧 입주할 항동 보금자리 주택을 통해 이 지역 인구가 크게 늘어날 텐데 그 전에 우리 구역을 통해 이 지역을 위한 기도를 시키시는 듯하다”라고 기대감이 가득하다.

항동구역 성도들을 보니 서로 섬기려는 마음과 기도가 있다면, 부흥이 그리 막연해 보이는 목표는 아닌 듯하다. 주일이면 예배드릴 자리를 챙겨 주고, 식사수발로 섬기고, 몸이 아프면 병들게 하는 악한 영을 몰아내는 기도도 해 주며, 직분자는 직분자의 함량만큼, 구역 식구도 자기 나름대로 부지런히 영육 간에 섬기기에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섬김으로 하나 되어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깨닫게 하시는 주님의 음성인 듯하다.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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