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 영어라는 매개체로 복음을 전하다

등록날짜 [ 2012-11-06 15:30:02 ]

수험생 대상으로 공부와 영혼을 위한 맞춤 강의 진행
영어 실력 키워 주고 복음도 전하며 ‘성공의 길’ 인도

토요일 오전 10시, 충성된청년회 전도사역 중심지인 노량진 학원가 ‘샘터’ 주변도 아직 한산하다. 아담한 건물에서 지하로 난 계단을 하나둘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방 안에 청년 10여 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충성된청년회가 토요일 오전마다 노량진 수험생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강의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1년여가 지났다.


<사진설명> 노량진 샘터에서 강의하는 정지화 강사.

전단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곳 샘터를 찾은 수험생들은 탁자를 몸에 바짝 붙이고 강의에 열중이다. 고된 수험 여정을 거치느라 쌓인 피곤이 온몸에 베였지만, 눈에  배우려는 의지가 서렸다. 칠판 앞에 선 정지화 강사도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전날, 금요철야기도를 해서 토요일 아침 시간이 부담스러울 듯한데, 강의 시작 기도와 낭랑하게 강의하는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강의 중간 날카롭게 질문하는 수험생들에게 공부하려는 기백이 넘친다면, 정지화 강사와 수험생들을 섬기는 전도팀에게는 영혼을 살리려는 사명감이 불타오른다.

경쟁력 있는 영어강의
노량진은 각종 자격증과 시험을 준비하려고 모여든 수험생들의 중심지라 학원마다 실력이나 강의기술 면에서 날고 긴다는 강사들이 즐비하다. 또 고액을 지불해야 들을 수 있는 강의부터 무료 강의(인터넷 강의 포함)까지 강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험생들은 합격을 목적으로 강의를 듣기에 비록 무료 강의라고 해도 자신에게 득 될 것이 없으면 냉정히 등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노량진 학원가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어를 강의하고 이를 계기로 전도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말 시작한 샘터 영어강의 강사와 전도팀은 그런 치열한 입시 싸움터에 뛰어들어 ‘살아남아야 한다. 더 나아가 영혼 살려야 한다’는 각오와 간절한 기도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영어강의를 담당하는 정지화 강사는 영어강의 한 타임에 사활을 걸고 유명한 인터넷 강의를 들어보고, 합격 수기도 일일이 연구해 강의에 응용하려고 노력한다.

“수험생들을 전도하려면 무료 강의라도 최대한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의를 시작하자 가장 먼저 자체적으로 교재를 만드는 일부터 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교재 작업을 하여 책 한 권을 만들어 놓으니, 강의에 체계와 틀이 잡혔습니다.”(정지화 자매)

샘터 영어강의는 강의식 수업도 하지만, 주로 문제를 푼 후 질의응답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정지화 강사는 “‘문법’ 영역은 공부할 양이 방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하니 기출문제 유형을 많이 풀어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시킵니다” 하고 경쟁력 있는 강의를 준비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전문 강사로서 언어나 행동 등 매사에 철저해지려고 노력한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이들이 대부분 강사보다 나이가 많지만 학생에게 강사로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영어는 어휘부터 안 잡으면 합격할 수 없어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영어 성적은 당연히 떨어져요!” 수험생들의 영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독려와 사랑의 채찍질을 이어간다.

용기 있는 결단
지난해 9월께쯤, 노량진 학원가에서 영어강의로 수험생을 전도하자는 기획을 정지화 자매에게 제안한 사람은 바로 충성된청년회 담당 김재영 목사다. 당시는 정지화 자매도 수년째 임용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 신분이었고, 2013학년도 임용시험을 2개월 앞두고 시험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였다.

김재영 목사가 성령의 감동으로 영어강의안을 기획했지만 강사로서 실력을 갖춘 정지화 자매가 쾌히 승낙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지화 자매는 그 기획안을 듣자마자 “아멘,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서 9월부터 바로 영어강의를 시작했다.

“영어공부에 발목이 잡혀서 수험생활이 길어지고, 돈은 돈대로 투자하다 결국 수험생활을 포기한 채 고향 집으로 가는 수험생들을 볼 때마다 몹시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올라 선뜻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정지화 자매)

정지화 자매 자신도 수험생 신분이면서 강의를 선뜻 승낙한 것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려고 6년 전에 경남 진주에서 상경해 그 이듬해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며 은혜 받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며 수험생들을 전도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전도부에서 차장 직분을 할 당시도 공무원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영어 가르쳐 줄게요. 언제든 연락해요” 하며 막연하게나마 영어강의로 주변 사람을 섬기려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그 후에도 하나님께서 외국에 나가 예수를 전하는 선교 비전을 주셨지만 그 감동을 접어둔 채 임용시험 공부만 해온 불순종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수험생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올해 들어 토요일마다 본격적으로 수험생 영어강의를 맡은 후 “영어라는 달란트를 통해 선교도 하고 전도하겠다”는 결단까지 서니 마음이 평안하고 비전에 대한 확신도 생긴다.

전도자들에게 바통 터치
노량진 수험생 대상 영어강의는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연속 강의해서 오후 1시 즈음이면 마친다. 그때부터는 전보연, 전준연 등 전도자 4명이 활약할 시간이다. “같이 식사해요” 하고 권면해 수험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되고, 교회에 등록한 이에게는 저절로 심방도 겸하게 된다. 또 교회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이들에게는 오해를 풀어주기도 한다.


<사진설명> 샘터 영어강의 전도팀. 왼쪽부터 이재민, 전준연, 전보연, 정지화, 안성민.

전보연 부장(충청 14부)은 수험생들이 매주 영어강의를 들으러 온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조금씩 친분을 쌓았다. 공부하는 이들이라 시간을 아껴주어야 하니 잦은 연락을 피하면서도 기프트콘 선물이나 힘이 되는 성경구절을 보내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친해지면 심방도 하고 교회 소개와 복음을 전한다.
 
전준연 차장(충청 12부)이 수험생들에게 마음을 쏟는 모습에는 애정이 넘친다. 식사할 때도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죽을 것 같아요. 공부가 잘 안 돼요.” 수험생들이 농담 삼아서 하는 말이지만, 그 속에 곪아 있는 고뇌가 느껴져 ‘예수를 믿고 의지한다면 저렇게 괴롭지 않게 수험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눈물로 중보기도 한다.

전준연 차장은 “공부에 열심을 내야 하는 이들이라 복음을 전해도 단기간에 젖지 않지만, 심방하면서 마음 문이 열려 점차 교회 오고 예수 믿을 준비가 갖춰지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전한다.

이렇게 전도자들이 수험생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영어강의 피드백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수험생들이 영어강의를 들을 때 어려워하는 점과 궁금한 점을 말해주면 정지화 강사에게 전달해 주고, 정 강사는 이를 수업에 적극 적용해 강의를 재조정하기도 하는 것.

정지화 강사와 영어강의 전도팀이 하나 되어 수험생 영어 실력 향상과 영혼 살리는 데 열심을 내는 모습이 아름답고 도전이 된다.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의 지친 영혼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열매가 더욱 넘치길 기대한다.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1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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