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6-16 09:29:44 ]
교회가 항상 푸른 모습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이들
충성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 계신 하나님 몸소 느껴
<사진설명> 영농관리국과 정원관리국 회원들. 앞 줄 오른쪽부터 최수봉 국장(정원관리국), 정재우 국장(영농관리국)
‘푸름’이 아름다운 여름이다. 교회에 초록 물결이 파도치도록 교회 뒷밭과 정원에서 묵묵히 충성하는 영농관리국.정원관리국 회원들을 만나 보았다.
세심한 손길에 아름다운 정원
우리 교회에 들어서면 교회 구석구석에 핀 형형색색 꽃들과 푸른 나무들이 가장 먼저 반겨 준다. 교회 정문 쪽 정원에서부터 교회 뒤편 벤치 주변에는 사과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초록 색깔 싱그러움이 가득한 교회 정원은 정원관리국에서 맡아 관리한다.
주일에 전국 각처에서 예배드리러 오는 성도들을 맞이하려고 각종 화분에 제철에 맞는 꽃을 피워 내놓는 일도 정원관리국 회원들의 몫. 주일이면 낮예배와 기도 모임을 마친 후, 강단과 1층과 3층 로비, 교회 중앙 계단에 놓여 있는 화단에 물을 주고, 수십 kg에 달하는 대형 화분을 교회 이곳저곳에 전시한다.
주일, 회원들은 하나님께 최고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오지만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고 물 주다 보면 양복에 흙이 묻고 물이 튀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님을 향한 충성이기에 옷이 더러워져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스프링클러 같은 기기 도입으로 정원 관리도 점점 자동화하고 있다 해도 아직은 사람의 손길이 더 필요한 현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시시때때로 둘러보고 직접 물을 뿌려 준다. 요즘은 한 달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때아닌 가뭄에 농작물과 나무들이 메말라 가도 우리 교회 꽃과 나무들은 정원관리국 회원들의 세세한 손길로 사시사철 푸르다.
일 년 내내 꾸준히 관리
뙤약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교회 뒤편 3300㎡(1000여 평) 규모의 영농 부지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팔을 걷어붙인 남전도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밭을 일구는 현장으로 가 보았다. 영농관리국 회원들이 신발이 흙투성이가 된 채 충성하고 있었다. 영농관리국과 정원관리국은 기관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업무가 비슷해 회원 대부분이 연합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영농관리국은 교회 영농 부지를 활용해 각종 채소나 유실수를 심어 최대한 유기농으로 생산해 교회 각 기관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정성스러운 수고가 배어 있는 작물들은 주일 교회를 찾은 새신자들의 점심 찬거리로, 그리고 평일 교회 직원과 E of E 선교원 아이들의 건강한 반찬으로 제공된다. 특히 어린이가 먹는 찬거리로도 제공되는 만큼 최대한 유기농으로 재배하려고 한다. 그 종류는 배추, 양파, 매실, 마늘, 고추, 땅콩, 참외, 수박을 비롯해 70여 가지에 이른다.
40~50대 남자 회원들이 직장 휴무일인 토요일에 모여 영농 부지에 굵은 땀을 흘린다면, 평일에는 여 집사, 권사님들이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여 회원들은 대부분 60~70대인데도 큰 힘이 들어가는 밭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시비, 작물 수확 일에도 여 회원들이 나서지만 무엇보다 잡초 제거, 물 주기 같은 농작에 꼭 필요한 기본적이고 꾸준한 관리를 도맡고 있다.
1년 내내 쉴 틈 없는 영농관리국의 연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봄맞이(2~3월): 복토, 시비, 밭 정리
-완연한 봄(3~4월): 본격적인 파종
-뜨거운 여름(5월~7월): 병충해 예방과 잡초 제거, 잎줄기채소 수확
-풍요로운 가을(8~11월): 뿌리채소 수확 및 김장배추 파종
겨울(12~1월)에는 무얼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정재우 국장(영농관리국)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수확물을 먹는 일만 남았지요. 하하”
영농관리국은 감자 500kg, 은행 140~150kg, 배추 500포기를 비롯해 엽채류, 유실수를 길러 매년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있다.
드넓은 영농 부지는 올해부터 E of E 선교원 아이들의 체험학습 장소로도 쓰일 계획이어서 교육 효과가 사뭇 기대된다. 6월 말 감자, 10월 말 고구마 수확 시기에 맞춰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아이들을 위해 부지를 깨끗이 손질하고, 식물의 이름표를 세우는 등 유익하고 청결한 견학 장소로 만들고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영농관리국은 올해 처음으로 블루베리, 대추, 오미자, 야콘을 파종했다. 건강에 좋다는 식물을 많이 재배하여 성도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영농관리국 회원들의 따뜻하고 야심 찬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야콘은 200~300kg 정도 대량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백합도 처음 파종했다. 이후 백합 종자를 교회 곳곳에 심어 교회를 찾는 성도들에게 하얀 백합꽃의 향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열매 맺는 기쁨을 누리며
화초나 채소를 키우고 가꾸는 원예.농사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일이라 우리 교회 정원국과 영농국 회원들도 그와 관련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건축업, 유통업, 금융업, 의류 디자인 등 ‘영농’, ‘정원’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경험’이라는 큰 자산이 있다.
회원들은 어릴 때 다들 시골에서 농사 한가락 지어 본 이들이다. 학교 마치면 여가시간에 대부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고. 그래서인지 화초면 화초, 채소면 채소, 작물 관리에 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하다.
이들에게 자신의 휴식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충성하는 이유를 물었다. 회원들이 한목소리로 말한다. “죄로 지옥 갈 우리를 살려 주신 구원의 은혜에 감사해서”라고 말하며 “주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하는 일인데 오히려 얻는 복이 많다”고 전한다.
안태식 회원은 “자연의 순리를 지켜보며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섭리를 매시간 느낀다”고 한다.
김강모 회원은 “사회생활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그 시름을 안고 충성의 자리에 오면 어느 순간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진다”고 말한다.
유영환 회원도 “어떤 일이든 내 손길이 들어가면 늘 관심을 두게 된다. 교회 작물에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열매는 잘 맺을까’ 하는 걱정이 항상 든다”며 “충성하면서 교회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고 은혜를 나눴다.
중국 교포인 천석산 회원도 “충성할 때 불평불만하게 하고, 지치게 하는 마귀 역사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윤석전 목사님께서 설교하신 말씀으로 ‘이건 사단이 주는 생각’이라고 분별한다”며 “그러면 불평불만이 어느 순간 감사로 바뀐다. 그렇게 하나님 말씀을 충성의 현장에서 바로 체험한다”고 말했다.
충성하면서 오히려 육체가 건강해지고, 심령에서 우러나오는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다시금 맛본다는 정원관리국.영농관리국 회원들. 그들 모두 자연 섭리 속에서 시시때때로 계시(啓示)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있었다.
연세중앙교회 마당과 뒷밭에 펼쳐진 푸른 생명력을 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몸으로 느껴 본다.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순종하면서 교회 곳곳을 아름답게 물들인 작물은 그 열매도 튼실하다. 순종으로 맺는 영농관리국.정원관리국 회원들의 굵은 땀방울과 조물주의 놀라운 솜씨 앞에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정리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3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