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의 공포는 사라지고

등록날짜 [ 2004-01-07 14:04:00 ]

환청
5년 전, 건강하던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광주에서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해서 자수성가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기반을 잡았을 무렵, 어느 날 한번 체한 후로 통 음식을 먹을 수 없더니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친정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기에 덜컥 겁이 났다. 위내시경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날이 갈수록 기력은 점점 더 떨어졌다. 몸에 좋다는 약을 수소문해서 지어다 먹었지만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차도가 없고 몸은 점점 더 심하게 아프기만 했다. 이참에 편히 쉬라며 남편이 가게를 처분해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집에서 편히 쉬었는데도 몸이 낫기는커녕 점점 더 눈에 띄게 바싹 여위었다.

‘이러다가 친정어머니처럼 일찍 죽으면 어떡하나’

죽음의 두려움에 고통받던 어느 날, 귀에서 환청(幻聽)까지 들려왔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음성 같기도 하고 천사의 음성 같기도 한 소리들이 끊임없이 귓전을 어지럽혔다. 대부분은 내 사정을 잘 아는 듯한 소리들이라 마음이 혹(惑)해져서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환청 속의 존재들과 대화까지 주고받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앗, 내가 왜 이러지!’

정신분열증? 악한 역사?
서울에 오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환청이 의학적으로는 정신분열증 초기증세지만 영적으로는 귀신역사라며 속히 내쫓아야한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귀신 쫓는 기도를 받은 후엔 점점 더 증상이 심해져서 정신을 잃고 발작까지 하고 말았다. 한참 후에 제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날 잘못 기도 받은 후로 삼일 주야를 꼬박 잠 한숨 못 자고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환청에 시달려야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력이 없어 죽을 지경인데 여러 날 잠까지 못 자니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눈빛이 쾡 하니 사람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 이러다가 정신을 완전히 빼앗기면 나는 한순간에 죽는다!’

두려운 마음에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 떨렸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곧 의정부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못살겠으니 어서 와서 나를 연세중앙교회에 데려다 다오!”

하나님이 힘주시면…
환청에 시달리기 삼 개월 전, 연세중앙교회 신정성회에 하루 참석한 적이 있었다. 불치병으로 고통 받던 동생 친구 하나가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님과 사모님의 기도로 고침 받았다는 간증을 듣고 당시 망원동 성전으로 찾아간 것이다. 그 때 사모님께서 나의 딱한 사정을 들으시고 기도해주셨는데 기도를 마치자마자 가슴이 시원하고 편안해졌다. ‘이 교회에 와야 내가 살겠구나!’ 생각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환청으로 인해 순간순간 정신까지 빼앗기고 헛소리까지 하고 보니 사모님께 다시 한번 기도 받으면 살 것 같은 절실한 심정이 든 것이다. 사모님을 두 번째 만나던 날, 통사정하다시피 했다.

“무서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 제발 당분간 연세중앙교회에서 지내게 해주세요.”

내가 워낙 심각한 상태여서인지 사모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이 삼일 금식을 하라고 권면하셨다. 죽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에게 삼일 금식이라니!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했더니

“하나님이 힘주시면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기도할 테니 꼭 한번 금식 해보세요.” 라고 하셨다.

하나님 의지하세요
사모님의 강한 영력 있는 기도로 인해 악한 영들이 떠나는 것을 몸소 체험한 후, 나는 어린아이처럼 늘 사모님과 목사님을 의지했다. 조금만 두렵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도, 꿈만 잘못 꿔도, 비몽사몽간에 악한 영과 대화한 느낌만 들어도 목사님과 사모님의 사정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고 기회만 있으면 쫓아가서 기도해달라고 졸라댔다. 그러다가 사모님으로부터 책망을 들었다.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세요!”

정신이 번쩍 들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맞아. 내가 믿음 없어서 하나님 의지하지 않고 목사님 사모님만 의지하고 있구나!’

성도를 사랑하시되 자신의 목숨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사랑하시는 목사님과 사모님. 성도들과 목회자간에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위로하기보다 하나님과의 믿음의 관계를 바로 정립하기를 원하시는 진실한 목자. 내가 그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말씀과 능력의 기도로 새 사람이 되었기에 책망하시는 사모님의 진심을 금세 알아차리고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의 믿음 없음을 한탄하며 하나님께 믿음 달라고 울부짖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 그 때부터 앉으나 서나 늘 기도했다. 하루에 3-4시간 기도는 보통이었다. 끊임없이 내 주위를 맴돌며 우는 사자와 같이 내 영혼을 삼키려고 몸부림치는 악한 영들에게서 나를 지키시고 보호해달라는 간절한 절규의 기도! 기도는 곧 영적 전투였다. 기도에 승리하면 악한 영과의 영적 전투에서 한판 승리! 하루의 삶을 영원한 생명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젖어 감사와 찬양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도에 실패하면 철저한 영적인 패배로 내 영적 상태는 말할 수 없이 다운됐다.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공포의 엄습! 그러니 그 당시 나의 기도는 치열하고도 처절한 것이었다. 때로 영적전투에 져서 한없이 기력을 잃고 졸고 있을 때면, 나의 영적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사모님께서 말없이 다가와 등에다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해주시곤 했다. 성도의 영혼을 품안의 자식처럼 보살피시는 목자의 사랑! 말없이 다사로운 그 사랑에 눈물지으며 다시 영적전투 태세를 갖추면 하나님께서 몇 시간씩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할 수 있는 새 힘을 부어주셨다.



서른일곱 인생길이 구비구비 죄악뿐이어라
날마다 그렇게 악한 영들과 영적 전투를 하니 예배시간에 듣는 하나님의 말씀이 간절히 사모되었고 그 말씀들이 바로 악한 영들과 맞서 싸울 무기가 되었고 내가 예수 안에서 새롭게 걸어가야 할 인생의 지표가 되어주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비춰본 서른일곱 내 인생 길은 구비구비 모두 죄악뿐. 피 쏟아 낳은 내 자식들도 사랑하지 못해 늘 혈기로 대했었고, 맏딸 된 도리로 마땅히 잘 섬겨야 할 친정아버지를 이런저런 오해로 오랜 세월 미워하며 속앓이를 했었다. 시댁식구들도 얽히고설킨 묵은 감정들로 인해 사무치도록 미워했었다. 겉으로는 인정 많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었지만 실상은 부모형제 피붙이를 미워하고 비판하고 정죄했던 죄인이었다. 그리고 그간 내가 얼마나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는가도 알게 됐다. 그까짓 돈이 무엇이기에 희로애락을 온통 돈에 고정하며 살아왔던가! 입술로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사랑하노라고 고백하면서도 내 가슴속에는 아직도 미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고, 아직도 재산 쌓아놓고 살고픈 욕심이 꿈틀대고 있으니 가식과 외식으로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러운 나의 몰골!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해주시옵소서! 가슴 치며 울부짖었다. 수십 년 인생길에 찌들었던 죄악들이 십자가의 피 공로 앞에 씻겨져 흔적 없이 사라져갈 때 내 영혼은 한없이 자유하였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3년 전, 시어머니가 간암으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자 바짝 애가 탔다. 악한 영의 압제에서 벗어 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사람들 앞에서 간증 한번 제대로 못해서 남편과 아이들 외에는 부모형제 누구 한 사람 구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분명히 지옥 가는 줄 뻔히 알면서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병실로 찾아가서 복음을 전했다. 아픈 사람 귀찮게 한다고 문전박대도 여러 번.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고통 받는 지옥에 가신다는 생각에 좌절하지 않고 자꾸 찾아가서 목사님 사모님께 기도 받고 악한 영들이 떠나간 체험, 내가 만난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간증을 전했다. 남편도 “어머니를 예수 믿게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효도입니다.” 라며 손을 붙잡고 간청하자 드디어 시어머니께서 마음 문을 여시고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셨다. 그 후 상태가 호전되셔서 퇴원도 하시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시다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천국에 가셨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시어머니께서 수첩에 당신의 필적을 남기셨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예수 믿고 천국에서 만나자!”

마지막 힘을 다해 써놓으신 어머니의 유서대로 지금 시동생네 식구들은 모두 연세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며 천국을 소망하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할렐루야!

하나님, 이 간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 것을 믿게 해주시고, 또한 악한 영들도 우는 사자와 같이 우리 영혼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사는 동안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하기까지 우리 영혼을 구원하셔서 영원한 천국, 하나님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히 살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게 하시옵소서! 이 모든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만 올려드립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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