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했던 금주, 금연
“웬 담배를 그렇게 태우세요?”
독한 장백산(중국 옌벤산 담배)을 한 시간에 2-3대 꼴로 피워 대는 내게 용역회사의 알선으로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게 된 동료 한 분이 건넨 말이었다.
“내 이것 끊지 못해서 그럽니다.”
그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는 하나님 말씀 듣다가 술 담배 완전히 끊은 사람이 많다며 같이 교회에 가자고 했다. 귀가 솔깃했다. 담배도 담배지만 하루 빨리 끊고 싶은 것은 술이었다. 오랜 세월 배갈(白酒)을 많이 마셔서 알코올 중독증세가 나타났는지 술을 입에 댔다하면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셔야 직성이 풀렸다. 술에 취하면 아무나 붙들고 시비 걸고 주먹을 휘두르고 싸워서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월급봉투째 넣어둔 지갑이 없어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다가 한국 땅까지 와서 언제 죽었는지 모르게 죽겠구나.’ 덜컥 겁이 났다. 몇 번이나 술을 끊고 싶었지만 20년 가까이 55도 독주 배갈(白酒)로 인해 오장육부가 절어지다시피 했으니 사람의 의지로 술을 끊는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정파탄...돈 없는 탓으로 여겨
올해 39세인 나는 중국 길림성 교화 시에서 태어났다. 그곳 전기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조용하고 온순한 소년이었다. 졸업 후 전기안전공사에 취직해 중국 전역으로 공사하러 다니는 10여 년 동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나와 동지가 돼서 일했던 중국인 친구들은 하나 같이 음주, 흡연, 도박을 일삼고, 월급을 타면 순식간에 흥청망청 다 쓰고 남의 주머니나 뒤지는 패거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동거동락하며 지내다보니 나도 어느새 그들과 똑같은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결혼 후에도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쉽게 돈 벌까 궁리하고, 돈벌이가 된다면 선악을 가리지 않았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교회에 다녔던 사람이었으나 그다지 믿음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지 한번도 내게 교회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찬송가 한 곡을 가르쳐 줬다.
“인생길 험하고 마음 지쳐 / 살아갈 용기 없어질 때 / 너 홀로 앉아 탄식치 말고 / 예수님 품으로 나오세요 / 예수님은 나의 생명 / 믿음 소망 사랑되시니 / 십자가 자비의 손길로 / 상처 입은 너를 고치시리”
예수님이 누군지 알지 못했지만 험악하게 살아온 내 인생에 위로가 되는 가사여서 술을 마시면 아내와 자주 애창하곤 했다. 그런데 내게 찬송을 가르쳐준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선언하고 한국으로 떠나고 말았다. 당시 조선족 여자들 사이에 불던 한국 바람이 우리 가정에도 불어왔던 것이다. 우리 가정 파탄의 원인을 돈 없는 탓이라 여기고 남을 해쳐서라도 돈을 움켜쥐고 싶은 욕심에 불타 친구들과 철저히 범행을 계획하고 총을 구하기 위해 고향으로 향했다.
지금의 아내 ... 하나님이 예비하신 전도자
그러나 하나님은 나 같은 악한 자를 죄악의 수렁에 건져주시려고 계획하고 계셨던 것이 분명했다. 고향에서 뜻밖에도 고모님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인 이춘자 씨를 만나게 됐다. 그녀가 나와 사귀는 조건은 한 가지, 예수 믿으라는 거였다. 쾌히 그러겠다고 하고 그녀와 사귀게 되었고, 그 바람에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날짜가 늦어졌다. 고향으로 친구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는 이미 사람을 해하고자 하는 악한 마음이 사라진 후였다.
그 후 몇 년 동안 아내를 따라 중국인 교회에 다녔으나 설교나 기도소리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믿는 것은 나의 주먹과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 마음이 편한 단도(短刀)뿐.
그러나 절묘하신 하나님은 내게 또 한번 기회를 허락하셔 하나님을 섬기고 나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예비해 놓으셨다. 그것은 한국행이었다.
어머니의 고향 경상도 영천에서 편지가 온 것이다. 어머니의 호적이 그곳에 있으니 한국에 와서 살라는 내용이었다.
술,담배 끊으러 교회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역 회사의 소개로 찾아간 곳이 연세중앙교회 심광성 집사님의 작업장이었고, 하나님의 힘으로 술 담배를 끊어낸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연세중앙교회에 따라 나섰다.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니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도대체 어디서 오는 힘인가 궁금해서 자꾸만 설교를 들으러 오게 됐다. 한 달 정도 예배드렸을 때였다. 뜻밖에도 설교를 듣고 있는데 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옆 사람에게 민망할 정도로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어, 내가 왜 눈물을 흘리지? 이상하네?’ 하면서도 한 달 동안이나 계속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조선족 학교에 다녀서 윤석전 목사님처럼 빠른 설교 말씀은 잘 알아듣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마디라도 제대로 알아듣기만 하면 그 말씀이 큰 감동이 되었다. 지난날 나쁜 일 많이 하고 나쁜 생각 많이 한 모든 것이 죄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저지른 그 죄악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으니 다시는 죄에 빠지지 말라고 애타고 진실하게 말씀을 전해주시니 그 애절한 심정이 내 가슴에 와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초라한 나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얼마 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성탄절 목사님의 설교에 많은 은혜를 받았다. 통성기도시간에는 남전도회 신입반 집사님들이 방언 은사 받기를 사모하라고 한 말씀이 생각나서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저 같은 악한 자라도 회개하고 사모하면 누구에게나 방언은사를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님 열심히 기도하겠으니 제게도 방언은사를 주시옵소서!”
중국말로 사도신경을 외우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혀가 꼬부라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했더니 방언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이 나 같은 자의 기도에도 응답하셨다는 사실 앞에 감사와 그 벅찬 감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겨울인데도 온 몸에 땀이 나도록 간절히 방언기도를 했다. 너무나 기쁘고 좋아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니고 싶었다. 성탄절 새벽, 말구유보다 더 누추하고 초라한 나의 심령 속에 성령께서는 그렇게 찾아오셨던 것이다.
방언은사를 받은 후로는 일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맨 먼저 무릎 꿇고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을 의지하며 방언기도부터 했다. 그럴 때마다 하늘에서 바람 같은 것이 내려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치는 것을 여러 번 체험했다. 흰돌산수양관 성회가 다가올 무렵에는 기도 중에 “기도원에서 만나자!”라는 큰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죄 많은 곳에 은혜가 풍성하다는 말처럼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까지 온통 추하고, 더럽고, 악하게 살아온 내게 하나님은 기도 응답으로, 체험으로, 수많은 영적인 감각으로 그분의 은혜를 풍성히 체험하게 해주셨다.
기도와 말씀으로 술,담배 끊어
그렇게 날마다 기도하고 예배드리기를 사모하니까 저절로 술 담배 생각이 없어졌다. 게다가 예배를 마칠 때마다 윤석전 목사님이 “예수 이름 앞에 악한 영들아 떠나갈지어다”라고 강력하게 기도해주실 때마다 내 몸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정말 악한 영이 있긴 있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를 확실히 체험한 것이다. 그 후로는 술 담배 생각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말이 쉽지 20년 넘도록 그렇게 지독하게 마시던 배갈, 하루 두갑씩 피우던 옌벤산 장백산 담배를 단번에 끊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힘, 영적인 힘이 얼마나 엄청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세상 것과 육신의 소욕만을 위해 살아왔으나 그 때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있는 영적인 것,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으로 명령하신 것, 성령이 감화 감동하시는 그것을 위해 살아야한다는 것을 분명하고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술 담배 끊고 새사람 되니까 어머니도 나를 따라서 예수를 믿으셨고 동생들도 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아내도 한국에 나와서 나와 함께 신앙생활 잘 하고 있다. 우리 온 가족이 구원을 받은 것이다.
복음 전하며 주님 가신 길 나도 가리
지금도 하나님은 나를 새 사람으로 만들고 계신다.
옛날에는 주먹 외에는 믿어본 것 없는데 이젠 무엇이든지 다 주님께 맡기고 살고 싶다. 예전에는 허랑방탕하며 중국 대륙을 돌아다녔지만 이제 하나님의 일꾼 돼서 중국 전역에 다니며 생명의 성령의 복음을 전하며 주님 가신 길을 걷고 싶다.
그 길은 험한 길이다. 그러나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주님을 사랑하는 자들은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기에 나도 그 길을 가고 싶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어디든지 가서 영혼 구원하는 일에 쓰임 받고 싶다. 이렇게 귀한 구원을 나만 받고 영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자라고, 그는 진정 주님 사랑을 받지 못한 자라고, 은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자라고 주님이 말씀하셨으니까.
주님, 술 마시다 언제 죽었을지도 모를 자, 조각목처럼 메마르고 아무 쓸모없는 자를 고치셔서 이만큼이나마 진리의 길로 인도하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제 죽어도 살아도 하나님의 영광 위해서 살게 해주시옵소서! 나란 존재는 무시당해도 좋으나 오직 하나님 영광 위해 살게 하옵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5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