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에 다리 절단 선고를 받았지만 …

등록날짜 [ 2004-05-18 13:32:43 ]

198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2남2녀를 고등학교까지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고생하시며 키워 주신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성실히 직장 생활을 했고, 부모님은 그런 나를 항상 대견해 하셨다.

그런데 직장 생활이 2년이 지났을 즈음, 나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 회식을 핑계로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나이트 클럽에서 춤도 추며 육신의 쾌락을 즐기는 세상 재미에 빠져 버린 것이다. 직장을 고모부님이 근무하시던 수원으로 옮긴 후에도 이런 생활은 계속 되었다. 날마다 육신의 기쁨을 좇아 살다보니, 학교 다닐 때는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나가던 교회가 너무나 가기 싫어졌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교회에 나가는 날은 설교는 듣지도 않고 이어폰을 끼고 유행가를 듣다 돌아오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하나님을 바로 섬기는 것이 최고의 복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방종을 하느냐”고 심하게 나무라셨다.

어머니도 예전에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전도하러 오면 갖은 욕설을 퍼부어 대며 쫓아내던 분이셨다. 그러다가 어머니 자신이 자궁암에 걸리셨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에 나갔다가 연세중앙교회 목사님, 사모님께 기도 받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치유의 역사를 체험하셨다. 그리고 흑산도에 사시는 외삼촌의 각혈증세가 너무 심해서 광주와 목포에 있는 큰 병원에서도 자신 없다고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오직 믿음 하나로 외삼촌을 서울로 모시고 와 윤석전 목사님께 기도 받고 낫게 한 적도 있다. 그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입버릇처럼 “유달리 사고 많은 우리 집안을 살리신 분은 하나님이시다”며 변치 말고 예수 믿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철없던 나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왜 하필 내가 예수 믿어서 이렇게 좋은 세상 재미를 등져야 하는지 반발심만 생겼다.

그러던 중, 내 나이 21세 되던 해, 추운 겨울 어느 날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서는 순간,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꼈다. 2년 전부터 간간이 이런 통증이 있었지만 그 순간뿐이었기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잔업을 하고 있을 때, 무릎의 통증이 아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로 순식간에 나를 덮쳐 왔다.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무릎 뼈 속의 신경이 한꺼번에 터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으로 인해 눈물만 흘러내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오신 고모부께서 황급히 나를 병원으로 옮기셨다.

X-레이 촬영 결과, 병명은 골수암이었다. 골수암은 암세포가 뼈를 타고 썩어들어가는 병이다. 나의 경우는 일단 무릎 위부분을 잘라서 암세포가 어디까지 전이되었는 지를 확인하고, 다시 전이된 부분까지를 더 잘라내야 하는데, 다리를 두번 씩이나 자르고 항암 치료를 해도 꼭 산다는 보장은 없다. 암세포가 골수를 타고 뇌에까지 퍼졌다면 생명이 위독하기 때문이다. 고모부께서는 진단 결과를 나에게 숨기시고 가족들에게만 전화로 상세히 알리셨다. 의사도 “무릎 뼈 사이에 있는 얇은 막을 뼈가 뚫고 나와서 그러니, 기본 운동만 하면 괜찮아진다”며 안심시켰다. 21살 처녀에게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말을 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병원 측에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권하자, 고모부께서도 어머니께 전화로 수술시키자고 재촉하셨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조카가 이런 큰 병에 걸리고 보니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목숨이라도 살리고 싶은 것이 고모부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단호히 거절하셨다. “그 애가 이제 겨우 나이 21살인데, 다리를 잘라 병신되면 저것이 살겠습니까? 다리를 잘라도 꼭 산다는 보장이 없으니, 내가 만난 하나님께 맡길 랍니다.” 당장 수술 받아야 할 아이를 그냥 서울로 데리고 오라는 말에 고모부께서는 벌컥 화를 내시고 전화를 끊으신 후,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 어머니를 설득시켜 달라고 부탁하셨다. 할아버지는 다음날 첫차로 올라오셨다.

“이런 무서운 병든 애를 수술시키지 않고 하나님인지 뭔지 한데 맡긴다니 말이나 되냐? 예수 믿는 며느리 들어와서 손녀딸 병신 만들고 집안 망치겠다”고 고함을 지르셨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확고한 믿음을 굽히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어머니 자신이 자궁암을 치유받고 외삼촌도 각혈병에서 치유받아 하나님의 치유하심을 확실히 믿었기 때문이다. 구정이 지나자 나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직장에 사표를 내고 부모님 곁으로 왔다. 가족들은 두군데의 큰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게 했다. 진단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때도 가족들은 나에게 철저히 비밀을 지켰다.

그러나 집에서 가만히 누워 쉬는데도 통증이 날로 심해지고, 벽을 붙잡아야 겨우 일어서고 앉을 지경이 되었을 때부터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통증이 시작되면 다섯 시간이고 여섯 시간이고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고통 속에 울부짖으며 앉아 있어야 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때마다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가족들이 원망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나의 이런 모습을 목격한 가족들은 어머니 몰래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을 하면 당장 다리를 잘라야 했으니, 누가 선뜻 앞장서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다. 불구가 되더라도 수술시키자는 가족들과,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어머니와의 싸움은 날마다 계속되었다.

자기의 병명도 모르고 고통 때문에 울부짖다 지쳐 쓰러진 딸과, 하루라도 빨리 수술시키자는 가족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믿음의 투쟁은 실로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밤낮으로 기도했다. “주님, 어린 딸의 다리를 절단하면 저 애가 살 수 없습니다. 주님, 제 딸을 고쳐주셔서 주님 일에 쓰임 받는 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머니의 눈물의 간구는 매일 철야 기도를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오직 예수님만이 너의 병을 고치신다. 너도 금식하고 나도 금식하고 목사님께 기도 받자”고 하셨다. 그 순간 어머니의 눈빛에서 내 병이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힘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순순히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

어머니는 삼일 금식하는 동안 줄곧, 입도 눈도 생각도 마음도 함께 금식해야 하나님이 기쁘시게 받는 온전한 금식이 된다고 하셨다. 목사님께서는 “이미 예수님께서 네 질병을 치유하시기 위해서 채찍에 맞으셨으니(이사야 53:5), 이 사실을 믿고 너의 권리로 삼으면 질병은 치유된다”고 하시며 용기를 주셨다. 어머니와 내가 무사히 금식을 마쳤을 때,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안수 기도를 해 주셨다. 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강한 힘이 나를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목사님과 사모님의 애끓듯 간절한 기도가 끝났다. 목사님께서 나에게 일어나 걸으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펴지도 오므리지도 못했던 무릎이 아무 통증 없이 자유롭게 일어나고 앉을 수 있었고, 팔짝팔짝 뛸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주님이 나 같은 못난 인간을 위해, 내 병을 치유하기 위해 채찍에 맞으셨다는 사실이 뼈에 저리도록 고맙고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주님!” 회개와 감사의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머니께서는 그제야 저의 병이 골수암이었다는 것과, 세 군데에서 똑같이 다리를 잘라야한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말해주셨다. 너무나 믿기 어려운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말 그렇게 큰 병이 다 나았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병원에 특진을 예약하고 새벽부터 병원에 달려가 세 번이나 X -레이 촬영을 했다. 담당 의사는 X- 레이 필름을 보여주면서 암세포들이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다고 신기하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나를 고치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고, 조금이나마 의심한 죄를 회개했다.

나와 내 가족을 사랑하사 죄와 질병으로 말미암아 썩은 육신을 치유하시고 나의 영혼을 죄악에서, 세상에서 건지신 주님, 이제는 절대로 주님을 배반하지 않으며 언제까지나 저를 살리신 주님을 간증하며, 사랑하며, 충성하며 살겠습니다.
나와 같이 병든 자여! 치료하시는 예수님을 만나 보세요.

위 글은 교회신문 <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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