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여름성경학교가 시작될 무렵이다. 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맡겼으니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 나와 같이 수원에 사시는 김 집사님께 전화가 왔다. “임 집사님, 아이들도 성경학교가고 없으니 기도하러 갑시다.” 처음에는 귀찮고 싫은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에 두통약을 5알씩 먹어야 했던 나는 마음을 고쳐 먹고 당시 증축 공사를 하고 있던 흰돌산 기도원으로 향했다.
밤이 맞도록 부르짖어 기도하고 집에 오니 새벽 4시경이었다. 평소에 워낙 잠이 많아서 눕기만 하면 깊은 잠에 빠지곤 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이상해지더니 어디가 아픈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곤히 잠자는 남편을 깨울까 봐 혼자서 고통을 참아보았지만 참다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6시경에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잠결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출근할 때는 걱정이 되든지 김 집사님께 연락을 하겠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남편이 나간 뒤로 고통이 더욱 심해져서 생각과 정신이 온통 마비되는 것 같았고, 누운 상태로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었다. 손과 발은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저려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두 손으로 머리채를 잡아 뜯다가, 손가락으로 벽을 후벼파다가, 몸부림을 치며 벽을 차보기도 했다. 그러나 고통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가 아픈가 하고 온 몸을 만져보았더니 오른쪽 옆구리에 아픈 부위가 잡혀졌다. 아픈 부위를 꼭 쥐고 있으면 나아지려나 해서 한참을 잡아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육체가 이렇게 견딜 수 없도록 고통스러운 데도 마음 한 편에서는 ‘지옥에서 받는 고통은 이런 고통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지! 그곳에서는 영원히 고통 받으며 죽고 싶어도 죽어지지도 않겠지! 내가 지금 이까짓 아픔으로 고통스러워 하지만 우리 주님이 나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의 4시간 동안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지칠 대로 지쳐 거의 정신을 잃을 무렵,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김 집사님인가 보다 생각하고 안간힘을 다해 현관까지 기어갔다. 그리고 대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고는 땀이 뒤범벅이 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어른 걸음으로 대여섯 걸음 걸어서 다섯 계단만 내려가면 현관인데 그 날은 무려 30분이나 걸렸던 것이다. 그 동안 김 집사님은 대문밖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애를 태우고 계셨던 것이다. 김 집사님이 나를 흔들어 깨우시며 “임 집사님,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물었을 때는 어디가 아픈지 감각도 잃고 있었다. 김 집사님은 나의 모습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임 집사님,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어요?”하고 물으셨으나, 주님은 나를 위해 모진 채찍에 맞으시고 피흘려주셨는데 내가 왜 그 공로를 누리지 못하고 믿음 없이 병원에 가나 싶어 고개를 저었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아신 김 집사님은 심방 중인 담임 목사님의 부인 김종선 사모님께 전화 연락을 취해주셨다. 의식이 없는 중에도 사모님의 목소리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임 집사님, 지금은 거리상 바로 찾아 뵐 수가 없으니 대신 전화로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믿음으로 기도 받으시면 제가 찾아가서 손을 얹고 기도하는 것이나 전화로 기도하는 것이나 하나님께서는 동일하게 역사하실 것입니다” 사모님의 말씀을 듣자 마음 속에 강한 믿음이 생겨 말씀대로 순종하겠다고 했다.
정신이 없는 중에도 사모님의 기도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또렷이 들려왔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우리 육체의 연약함을 아시고 친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셔서 채찍에 맞아 피흘려 주시므로 우리 육체의 연약함을 담당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오늘 임 집사님이 믿음으로 주님이 이미 이천년 전에 이루어 놓이신 그 권리를 자신의 몫으로 삼았사오니, 지금 그의 육체에서 역사하는 질병은 나사렛 예수 이름 앞에 떠나가게 하시고 임 집사님에게 건강을 주시사 임 집사님과 그의 가문이 주의 일에 값지게 쓰임받을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옵소서!” 고통에 몸부림 치는 성도의 아픔을 끌어안고 간절히 기도하시는 사모님의 믿음으로 충만한 기도 소리가 육신의 고통에 억눌린 나의 영혼을 깨우고 나의 심령을 움직여서 나를 사모님과 동일한 믿음의 자세로 하나님을 향하게 했다. 그 순간, 사모님의 기도에 동의하는 내 영혼이 ‘아멘!’ 아멘!’’ 하며 그 말씀들을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나의 권리로 삼아버렸다.
전화로 기도를 받고 20, 3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속이 매시꺼우면서 구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구토가 잇달아 계속되더니 나중에는 창자가 따라 올라오는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그러다가 붉으스름한 가래 덩어리가 쏟아졌고 방광은 약해서 구토할 때마다 소변이 저절로 쏟아졌다. 2시간 정도 이런 상태는 계속 되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지쳐 쓰러질 지경으로 구토을 하고 나자 조심씩 멎기 시작했다. 오후 5시쯤 되었을 때에 고통은 완전히 떠나가고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김 집사님은 그 때까지 나와 함께 계시다가 내가 완전히 안정을 되찾자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 날은 마침 금요철야예배가 있는 날이라 일찍 교회로 갔다. 예배를 드리고 교회 마당에 나왔을 때, 사모님께서는 나를 보시고 몸이 어떠냐고 물으셨다. 저는 너무 감사하고 좋아서, “사모님, 전화로 기도 받고 깨끗이 나았어요. 지금은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사모님께서는 “임 집사님, 장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으니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보식까지 잘 해보세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순종해서 금식에 들어갔다.
금식 첫째날 저녁, 김 집사님께서 또 전화를 해주셨다. “임 집사님, 하나님의 능력으로 치료받았으니 기도로 무장하셔야죠. 우리 오늘도 기도원으로 기도하러 가요” 나는 얼른 그러겠다고 하고 기도원으로 갔다. 그런데 기도하기 전에 미리 볼 일 보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일어서서 나오려던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변기 안이 시꺼면 피로 가득 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무섭고 당황해서 현기증을 참으며 벽을 붙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밖에 나와서 김 집사님께 말씀드렸더니, “기도를 받고 나니 육체에 있던 모든 질병들이 무너져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예요. 좋은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고 감사하며 기도하세요”라고 하셨다. 김 집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되어서 기도 후에 화장실에 갔을 때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그렇게 세 차례나 더 쏟고 나니, 마음에 평안과 감사가 나왔다.
금식 이튿날 아침이었다. 소변 후에 무심코 휴지를 보니 크기가 녹두알 만하고 하나는 그보다 조금 작은 담석 두 개가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담석이 내 몸속에서 나오다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사모님의 권면에 순종해서 전화로 받은 믿음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일하셨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고마와 눈물을 흘리며 감사드렸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믿음 있는 목사님과 사모님, 믿음의 교우들을 만나게해 주신 것도 너무나 감사했다. 주님의 은혜로 그분들이 나를 믿음 안으로 인도한 것처럼, 나도 이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믿음을 전하며 주님 위해 살기를 원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