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하고 제사 지내고 조왕신께 빌었어도...
나는 갯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경상남도 삼천포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바닷가 지역은 원래 미신과 우상숭배가 심한 지역인데 우리집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우상숭배가 심했다. 굿도 자주했고, 명절이면 집에서 차례를 지낸 후에 배에 가서 고사까지 지냈으며, 할머니는 부엌에 조왕신을 모셔놓고 자손들 잘 되게 해 달라고 두손 모아 비셨다. 그러나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온갖 신들을 섬겼어도 집안에 우환은 끊어질 날이 없었다. 독자인 오빠는 홍역으로 귀먹어 오십 평생을 말 못하는 신세로 살고 있고, 나도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서른 두 해 동안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만큼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살았다.
어릴 때부터 온갖 질병으로 고통 당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유없이 늘 몸이 피곤했다. 열병과 비염과 감기는 항상 나를 괴롭혔고, 한 번 곪았다 하면 눈, 가슴, 배 등 온 몸으로 번져서 아버지가 낚시바늘로 고름을 터트리는 것이 일이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왼쪽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이었는데 한약도 먹어보고 침도 맞아보고 어린 나이에 어혈를 빼내기도 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언니들과 봉재일을 하는 직장에 다닐 때는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보면 어느 새 그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한밤중에 자다가 아픈 다리에 쥐가 나면 아파서 비명도 못지르고 언니를 깨워야 했고, 언니가 한참을 주물러 근육을 풀어놓은 다음에야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이런 악몽 같은 고통이 여지없이 나를 찾아왔다. 게다가 생리통을 할 때면 그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온 방을 헤매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다리를 잘라 두었다가 아침에 다시 붙일 수만 있다면...’ 고통으로 잠 못들던 수많은 밤들을 이런 부질없는 생각들로 지새우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었다.
결혼해서는 남편 사랑할 줄 모르고 항상 싸우기만 해
스물여섯살 되던 해에 친정고모의 중매로 경상남도 진주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남들은 중매결혼을 해도 금세 정이 들어 금실 좋게 사는데 나는 웬일인지 남편과 정이 들지 않았고, 남편과 얼굴을 마주치면 입버릇처럼 “너와 나와는 악연이다. 좋아서 결혼한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꼭 헤어질 것이다”라며 대들고 싸웠다. 사실 남편은 나보다 일곱살이나 위라서 이해심도 많고 변함없이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잘 난 것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내가 왜 그렇게 남편을 미워했는지 나 스스로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한 지 삼 년째, 애써 농사 지어도 돈은 한 푼도 모이지 않았고 오히려 전세금과 적금을 헐어 쓰며 지냈다. 남편과 싸우는 데도 지치고 아무런 낙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마침, 시고모부가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했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는 친정언니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나도 오전에는 일을 했다. 딸아이도 나처럼 몸이 약해서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하루는 의사가 부르더니 엄마의 각별한 사랑이 필요한 아이니 집에 있으면서 잘 돌봐주라고 했다. 그 때부터 큰딸 재은이를 돌보며 집에 있었고 둘째딸 경록이도 출산했다.
개척교회 전도사님이 3년간 복음을 전해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하루종일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니까 동네 개척교회 전도사님이 자주 찾아와서 예수 믿으라고 했다. 나의 쌀쌀맞은 태도에도 그 전도사님은 3년 동안이나 예수를 전하고 기도도 해 주셨다.
그 전도사님의 기도 때문이었는지 1998년 3월, 재은이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갔다가 거기서 연세중앙교회 구역장을 만나게 되었다. 운동장에 모인 그 많은 학부형들 중에서 얼굴이 제일 환하고 어디서 꼭 만나 본 것 같이 생겨서 내가 먼저 우리집에 놀러 가자고 해서 차를 대접했더니 그분이 “재은엄마도 예수 믿으세요”라며 전도를 했다. 그런데 그 구역장이라는 분이 예수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뒤골이 오싹해지더니 으슬으슬 추워지면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개척교회 전도사님이 3년 동안 우리집에 와서 예수 믿으라고 했어도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구역장 말이 예수 이야기를 들을 때 몸에 그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살아계신 예수님이 지금 우리들과 함께 계셔서 말씀과 믿음을 통해서 일하고 계신 증거라고 했다 . 그러면서 “예수 믿으면 죄사함받고 질병도 치료받으니 재은엄마도 꼭 예수님 만나보세요.”라고 했다. 나는 너무 추워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양손으로 내 몸을 껴 안으며 말했다. “제발 예수 말 좀 그만하세요!”
사모님이 등에 손을 대자 불이 붙듯 뜨거워지더니 두 눈에서 눈물이
며칠 후, 그 구역장이 다시 와서 지역예배에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네 교회 담임목사 사모님께서 말씀을 전하시고 주님 심정으로 병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니 손을 얹으실 때 하나님이 고쳐주실 것을 믿고 기도받으면 어떤 병이든지 낫는다고 했다. 마침 나와 아이들이 아프던 차라 따라나섰는데 또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면서 평소에 하지 않던 멀미까지 했다. 고생고생해서 예배 장소에 도착해서도 나 혼자만 체면없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가 예배를 드렸다. 설교가 끝나고 기도시간이 되자 구역장이 가르쳐준 대로 “주여!”하고 외쳤더니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이 확 들어왔다. 그래도 눈을 뜨지 않고 “주여!”를 힘껏 외쳤더니 두려운 마음이 사라졌다. ‘정말 예수님이 살아 계시면 나 좀 만나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연세중앙교회 담임목사 사모님이 나의 등에 손을 얹으시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마치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더니 두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서 눈물을 그치자 가슴의 답답한 응어리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모두 가뿐해졌다. 구역장님이 다가와서 “예수를 모르고 살았던 수십년 세월 동안 악한 영에게 억눌려 고통당하던 자매님의 영혼이 하나님 말씀을 듣고 성령충만한 사모님께서 기도까지 해주시니 악한 것들은 떠나가고 자매의 영혼이 기뻐서 그런답니다.”라고 하셨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12:28).
방언 받고 남편에게 잘못한 것 통곡하며 회개해...
그 날, 난생처음 금요철야예배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가 성전에 도착했을 때 기도소리가 성전을 가득 매웠다. 나도 새신자석에 앉아서 “예수님 잘 믿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더니 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혀가 말리는 듯 하더니 이상한 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나왔다. 구역장은 그것이 방언이라고 하면서 “지역예배 때 이미 재은엄마에게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셨으므로 그 증거로 지금 새방언을 말하게 된 것이니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세요”라고 했다.
금요철야예배 설교를 마치고 나도 열심히 기도를 했다. 그러자 그 동안 남편에게 잘못한 일들이 생각이 나면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 보잘 것 없는 죄인이 남편에게 잘못한 것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울어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다음 날, 남편이 돌아오자 무릎을 꿇고 결혼한 이후 처음으로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그 동안 내가 당신을 미워하고 대든 것 잘못했으니 용서해주세요” 남편은 깜짝 놀라면서 “사람이 죽으려면 마음이 변한다더니 죽을 날짜 잡았냐?”고 물었다. “도대체 너희 교회가 어떤 교회이기에 네가 그렇게 변했는지 가보자”고 하면서 교회 와서 설교를 듣더니 자기도 예수 믿겠다고 교회에 등록을 했다.
아픈 다리 치료해달라고 기도하자 씻은 듯 나아
나는 방언은사를 받은 후에 매일 집에서 1시간씩 기도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기도모임에 나가 기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리통으로 다리가 아파서 기도모임에 빠질까 하다가 죽을 힘을 다해 기도하러 갔다. 그 날은 예수님이 나를 위해 채찍에 맞으셨다는 말씀을 붙들고 한 달에 한 번씩 끊어질 듯 아픈 다리를 낫게 해달라고 울부짖으며 간절히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칠 무렵, 내 마음에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마9:29)라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더니 곧 다리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채찍에 맞아주신 은혜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다. “주님, 고맙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그 날 이후, 두번 다시 다리의 통증으로 고통받지 않았다. 어느 새, 내가 치유받은지 2년이 다가온다. 하지만 담임 목사님께서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53:5)는 말씀을 설교하실 때마다 늘 그 때 그 기쁨과 감사가 다시 내 가슴에 솟구치고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귀신에게 제사하며 절했던 지난날이 너무나 안타까워
내가 예수 믿는다는 소문이 시댁에까지 퍼졌던지 하루는 시동생들이 전화를 해서 인연을 끊자고 했다. 시숙이 돌아가시면서 우리 집안은 절대 예수 믿지 말라는 유언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시동생과 주고받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전화를 바꿔서 “네 형수가 교회에 다니고부터는 새 사람이 됐다. 예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 나를 변호한 이후로 시댁 식구들도 내가 예수 믿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나는 귀신에게 절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제사 지냈던 과거의 죄를 회개하고 다시는 제사 지내지 않는다. 귀신은 귀먹고 벙어리 되게 하고(마12:22), 십팔년 간 사람을 꼬부라지게 하는(눅13:10) 하나님의 원수요, 사람들의 원수요, 오십년간 귀먹고 벙어리되어 사는 오빠의 원수요, 나의 원수인 것을 알 지 못해 귀신에게 절하고 제사했던 지난날의 무지가 가슴을 치며 통곡할 만큼 안타깝기만 하다.
나 같은 죄인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셔서 채찍으로 맞게 하심으로 질병에서 치료해주시고, 십자가에 못박아 그 피로 나를 구원하시고 하니님의 그 크신 은혜를 생각할 때, 너무나 고마워 내 모든 것 다 드리고 싶지만 가진 것 없어 늘 마음뿐이다. 오늘도 가진 것은 감사하는 마음뿐이라 눈물로 주님께 감사하며 기도드린다.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