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브에 받은 귀한 선물

등록날짜 [ 2004-07-14 11:39:37 ]

첫 딸 지수가 세상에 태어난 지 7일째 되던 날, B.C.G.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아기의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오셨죠?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선천성 심장병입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말을 들어서인지 도무지 의사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음날, 다른 소아과 병원을 찾아갔으나 결과는 역시 ‘선천성 심장병!’. 지수의 경우는 선천성 심장병 중에서도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는 심실중격결손증이었다. 3개월 내에 심장에 난 결손(구멍)이 저절로 막히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량이 많아지는 세살 때 1차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을 하면 피를 많이 흘리게 되니 우유를 많이 먹여서 튼튼하게 잘 키우라고 했다. 병원을 몇 군데나 찾아가서 검진, 재검진....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내가 낳은 아이가 이런 병에 걸렸지?’ 괴로운 마음에 자책을 할 땐, 죽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기도 받으면 금새 나을 줄 알았는데...

몇날몇일을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우며 그렇게 마음으로 좌절할 대로 좌절해 있으면서도 남편에게는 믿음이 있는 척 큰 소리를 쳤다.
“하나님께서 우리 지수 고쳐 주실 거예요. 주일날 교회에 가서 담임 목사님께 기도받아야겠어요!”
평소에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남편은 아픈 아이를 교회에 데리고 가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던지 화를 냈다.
“백일을 넘기기 전에는 절대 아이를 교회에 데려가지 말아요! 의사들이 수술만 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 집을 팔아서 몇 번이고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소!”
남편의 말처럼 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막상 여자 아이의 가슴에 칼자국을 남긴다는 것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게다가 수술할 나이가 될 때까지는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발육상태가 형편없이 나빠서 제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늘 힘없이 지낼 지수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많은 불치병자들이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담임 목사님께 기도받아 불치병에서 완치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나도 지수를 담임 목사님께 데리고 가서 기도받게 하는 일을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주일낮 예배를 드린 후, 담임 목사님께 지수의 병세를 자세히 말씀드렸더니 담임 목사님은 환히 웃으시며, “자매님, 하나님은 능치 못함이 없으시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시고 지수의 가슴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그런데 담임 목사님의 기도 소리에 “아멘-” 했을 때, 마치 내게서 심장병의 병마가 떠나기라도 하는 듯 두 다리가 몹시 떨렸고 가슴이 너무나 시원해졌다.
다음날, 심장에 난 구멍이 막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여전히 잡음이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담임 목사님께 기도받으면 금방 병이 낫던데 왜 우리 지수는 낫지 않은 거지?’ 기도의 응답에 너무나 조급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와 지수를 안고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한 것 회개해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났더니, ‘육신의 부모님께도 용돈을 얻으려면 잘 보여야 하는데 나는 하나님께 잘 보인 것이 하나도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결혼 후 일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제사 문제로 시어른들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었다.
성경에 “대저 이방인의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아니하노라 너희가 주의 잔과 귀신의 잔을 겸하여 마시지 못하고 주의 상과 귀신의 상에 겸하여 참예치 못하리라 그러면 우리가 주를 노여워하시게 하겠느냐 우리가 주보다 강한 자냐(고전 10:20-22)”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남편이 교회에 나간다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제사 음식을 만들었다. 남편의 전도를 핑계로 우상의 제물을 만드는 것을 합리화하고 시댁어른들의 핍박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단을 부렸던 것이다. 하나님이 진정 내게 원하시는 것은 어떤 핍박을 받을지라도 일점일획도 변함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고 지키는 것과, 그 믿음의 시련을 통해서 가족 구원을 이루는 것임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좁고 험한 그 길을 선택하기가 두려워서 내 생각과 고집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하나님의 원수가 되는 길을 선택했으니, 나의 죄악된 모습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다. 그리고 이제 어떤 핍박이라도 달게 받을 각오로 시아버님와 남편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고 제사 음식도 만들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현숙아!” 안타깝게 부르시는 시아버님의 음성이

그리고 하나님께서 지수의 심장병을 치유해주실 때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성전에 가서 매일 3시간씩 기도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런데 전철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성전에 도착해서 지수의 기도를 시작하려면, 어디선가 자꾸 “현숙아!” 하고 안타깝게 부르시는 시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곧 그 음성이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네 자녀를 위한 기도보다 더 시급한 것이 네 시아버지를 위한 기도이니 지금 빨리 네 시아버지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라”고 재촉하시는 소리인 것을 깨달았다.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시면 지옥 불못의 영원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안타깝게 절규하실 시아버님의 음성이 매일매일 너무나 생생하게 귓가에 들려오니 눈물 흘리며 애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은 남편의 기도였다. 남편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는데 차츰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고 결혼할 당시에는 불신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 후, 몇 번 우리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긴 했지만 예전처럼 뜨거운 믿음이 생기지 않아서 방황하는 남편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눈물로 부르짖어 기도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나님, 다시 한번 당신의 강한 손으로 남편을 붙들어 주셔서 주의 길을 가고자 했던 그 믿음이 다시 불타오르게 하옵소서!” 그리고 맨 마지막 기도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가 나음을 입었도다”는 약속대로 지수를 치유해 달라는 기도였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동안 어느 새 11월, 지수가 태어난 지 3개월째가 되었다. 3개월 내에 심장의 구멍이 자연히 막힐 수도 있다고 했던 의사의 말이 생각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여전히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말뿐.... 응답을 더디하시는 하나님께 실망하는 마음이 들어서 또 울었다. 그러나 곧 담임 목사님께 기도받은 이후로 뜨겁게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반드시 지수를 치유해 주시리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실한 기도의 분량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평소보다 늦었지만 곧장 교회로 향했다.

기도의 불길은 점점 뜨거워져

어느 새, 12월의 매서운 겨울 날씨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의 기도의 불길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렇게 매일 성전에 와서 기도하면서도 남편이 허락하지 않아 주일 낮 예배만 드려야 했던 나는 담임 목사님의 설교 테잎을 통해 영혼의 갈급함을 채워야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20여 일 동안 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그렇게도 사모하던 온전한 주일성수를 할 수 있었고, 삼일예배와 금요철야예배까지도 진정과 신령으로 드릴 수 있었다. 담임 목사님을 직접 보지 못하고 자모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드리는 예배였지만, 생명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통하여 그토록 애절하게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진실하신 심정이 깨달아졌을 땐, 목이 메이도록 두 뺨 가득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늘의 영광 보좌를 다 버리시고 이 낮고 낮은 땅에 죄인을 찾아 성탄하신 예수님, 십자가에 양손과 발이 못 박혀 피 흘려 죽으시기까지 희생하셔서 나를 향한 사랑을 이루신 그분을 대할 때, 나는 얼마나 교만한 사람이었던가! 남편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항상 나의 이기심과 고집을 버리지 못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시어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그분들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공경하지 못했던 나는 얼마나 가증한 이중 인격자였던가! 나도 주님이 날 사랑하신 그 고귀한 희생의 사랑으로만 남편과 시부모님과 아웃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해서 가슴치며 회개했다.
“주님, 내게도 주님의 그 진실한 사랑의 심정을 주시옵소서!”
설교 후, 담임 목사님께서 예수 이름으로 병마를 쫓아내는 기도를 하실 때는 내 손을 지수의 가슴 위에 얹고 살아 계신 주님을 의지하며 “아멘!”으로 화답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보채고 잘 토하던 지수가 눈에 띄게 좋아지곤 했다.

성탄절 이브에 받은 귀한 선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하루 앞둔 12월 24일. 그 날은 한달 전에 지수의 예방접종이 예약된 날이었다. 그날도 의사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예방접종 전에 지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진기로 지수의 심장의 박동을 듣고 있던 의사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지수 어머니! 지수의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지 않는군요! 심장에 난 구멍이 완전히 막혀 버렸나봐요!”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아, 드디어 하나님께서 일하셨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거리에는 성탄을 알리는 캐롤들이 하늘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이번 성탄절 이브에 나보다 더 귀한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세요!”라고.
그 해 성탄절 날, 나는 내 심령 속에 성탄하셔서 살아 계신 주님이 오직 나만 사랑해 주시는 것 같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주님, 저도 주님만 사랑해요! 영원히 영원히....’ 지금 지수는 다섯살이다. 제 또래보다 훨씬 건강하고 키도 크고 말도 잘한다. 나는 지수의 심장병 치유를 통하여 믿음의 기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제사 문제로 견디기 힘들었던 모진 핍박과, 마음의 시험도 모두 기도로 이길 수 있었다. 기도하면 주님께서 항상 나를 위로해 주시고 시부모님께 사랑받으며 마음껏 신앙생활 할 수 있게 해주신다고 미래의 행복을 약속해 주셨다.

혹시, 당시도 자녀의 질병으로, 혹은 가족의 질병으로 인해 낙망하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주님은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의 믿음의 기도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믿음의 기도만이 주님을 일하시게 합니다. 믿음으로 주님 앞에 당신의 문제를 내놓고 부르짖어 기도하십시오! 우리 지수를 치유하신 주님께서 반드시 당신의 문제도 해결해 주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위 글은 교회신문 <2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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