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이후 생생히 맛본 죽음의 공포
2004년 3월 26일, 그날은 내가 월남전 참전 이후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생생히 맛본 날이었다. 조기축구 회원으로 뛰면서 건강을 과신했던 나는 평소 고혈압이면서도 자주 술을 마셨다. 그날도 소주를 한 병쯤이나 마시고 일관계로 통화를 하던 중에 고함까지 질렀다. 그리고 안방에서 TV를 켜려는 순간 뒷골이 당기고 아찔하더니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살고 싶은 본능으로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가까스로 아래층에 살고 있는 딸네 집에 전화를 했다. 천만다행으로 전화를 받고 울면서 올라온 딸이 119에 연락했다. 나는 뇌졸중 발작 20분 만에 대방동 S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한참 만에 깨어나 보니 좌반신 마비상태였다. 뇌출혈로 인한 뇌경색! 한번 터진 뇌혈관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의식이 가물거려 대소변도 못 가리고 두 주일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딸 진숙이와 교회 분들이 몇 번씩 찾아와서 간절히 기도해주었다. 나는 의식이 돌아오자 ‘하나님, 저를 살려주시려고 그 시간에 딸을 집에 두셨군요. 하나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 재출혈이 일어나지 않아 3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겼고 곧 재활운동도 시작했다. “아빠, 이젠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셔야죠?”라는 딸의 말에 나는 두말없이 64년의 불신자 생활을 정리하고 딸과 사위가 출석하는 연세중앙교회를 찾았다.
건강할 땐 박대하던 교회였는데...
딸이 하나님을 믿으라고 사정을 해도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너나 믿어라”고 큰소리치며 박대한 지가 십수 년째였다. 그런데 이제 중풍 맞아 절룩거리며 교회에 나가게 되니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초라하고,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예배를 드리는데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날 이후 틈만 있으면 딸과 사위가 가져다준 윤 목사님의 설교 말씀 테이프를 들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 속에는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자기 자신 앞에서 바르게 살아야 하는 보배로운 교육의 말씀들이 구구절절이 녹아 있었다.
특히 목사님 모친의 자녀 교육에 관한 말씀은 내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깊은 감명을 주었다. 목사님이 철모르던 시절, 길에 난 대순을 무심코 발로 차서 집으로 가져왔을 때, 남의 물건을 주인 허락도 없이 훼손하였다며 어린자식의 손을 잡고 대나무 주인을 찾아가 무릎꿇어 백배사죄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당신의 종아리를 피나게 쳐서 자식으로 하여금 평생의 교훈으로 삼게 하셨다고 했다. 과연 지금 시대에 그토록 진실하게 자식을 교육하는 부모가 몇 명이나 있을까? 목사님의 모친이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다면 아들에게 그런 교육을 시킬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정말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야말로 자식 교육을 바로 시키고 세상을 바르게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나도 정말 하나님을 잘 믿어보자는 각오를 단단히 하게 되었다.
성령 하나님을 내 안에 모시다
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통해 그분의 인격에 감동을 받은 터라 모든 말씀이 믿어지고 은혜가 됐다. 그러던 중 7월 말이 되자 흰돌산 수양관에서 하계산상성회가 열린다고 했다. 내 몸 상태로는 참석이 무리였지만, 하계성회 때는 각종 질병이나 문제들을 해결 받는 사람이 많다는 말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성회 첫날, 마비된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맨바닥에 앉았더니 저리고 아프고 당겨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말씀을 들었다. 윤 목사님이 열정적으로 전하시는 말씀은 예수님이 바로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나의 죄와 허물을 사해주셨다는 말씀이셨다.
통성기도시간, 내 인생 질곡의 세월 동안 저질렀던 수많은 죄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월남전에서 베트콩을 향해 총포를 난사하던 죄, 직장생활 속에서 아랫사람들에게 함부로 한 죄, 의류공장에서 일할 때 수출할 날짜가 임박하자 주일날 예배드리러 교회 가겠다는 직원들을 보내주지 않은 죄……. 예수님을 몰랐기에 죄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풍 맞아 잘 굽혀지지 않는 손으로 가슴을 때려가며 “예수님, 제가 여태까지 너무나 나쁜 짓만 하고 살았습니다. 하나님 용서해주십시오.” 지난날의 수많은 죄악을 간절히 눈물로 회개하였다.
수요일에는 은사집회가 열렸는데 간절히 사모하던 나는 통성기도시간에 벌떡 일어서서 “성령님 제게도 은사를 주옵소서!” 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되도록 몸부림치며 부르짖었다. 한순간, 혀가 돌아가면서 방언이 나오고, 가슴 속에서는 터질 듯한 기쁨이 넘쳐났다.
성령님이 내게 임하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건강과 삶에 대한 걱정, 근심, 염려, 우울한 기분들이 사라졌다. 성령이 임하시면서 몸도 많이 좋아졌다. 마비된 왼쪽 다리를 끌기는 했지만 혼자서도 조금씩 걷게 됐고, 마비된 손으로 제법 물건도 집어 들었다. 늘 돌덩이 같은 것으로 누르는 것 같던 뒷골도 시원해졌다. 정말 놀라운 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성령님이 내 안에 계신 후로는 새벽 2시경 잠에서 깨면 노량진 성전에 나가 2-3시간씩 기도를 했다.
하늘로 오르는 십자가를 보며 펄쩍펄쩍 뛰다
2개월 후 추석축복성회 때, 나는 또 한번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심을 체험했다. 추석성회 둘째날 새벽 2시. 평소처럼 잠이 깨자 수양관의 기도 굴 위층에 새로 주차장으로 닦아놓은 곳으로 올라가, 돌 방석에 앉아 기도했다. ‘주님, 나에게 건강을 주소서! 아내와 아들과 고향에 있는 장조카 예수 믿게 하여 주소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기도 중에 저절로 눈이 떠져 앞을 바라보았는데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주위는 캄캄한데 어디선가 축포를 쏘아올린 듯 섬광이 번득이는 가운데 십자가 하나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내게 성령의 불길이 임했는지 나는 불편한 팔다리도 잊은 채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너무나 놀란 나는 감격에 찬 소리를 질렀다. “전능하신 하나님! 능력 많으신 하나님! 오 주여 역사하소서! 오 주여 나에게 성령을 부어주소서!”
어디서 그런 엄청난 힘이 솟아났는지 나도 모르게 울며불며 펄쩍펄쩍 뛰었다. 기도 굴에 올라올 때만 해도 다리에 힘이 없어 절뚝거리며 겨우 올라왔는데 이젠 샘솟듯 솟아나는 힘을 감당할 수 없어 산을 깎아 만든 3층 높이의 기도 굴 주위 400m가량을 무려 8, 9바퀴째 껑충껑충 뛰면서 돌았다. 온 몸에 땀이 흘렀고 얼굴에는 온통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님의 능력이다! 성령의 능력을 받지 않고는 어떻게 이토록 뛸 수 있을까’ 깨달으니 나 자신 또 한번 불빛에 휩싸여 하늘로 올라가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너무나 감사하여 그 자리에서 무릎 꿇어 십여 차례 큰 절까지 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나의 하나님, 영광 받으소서!”
남은 생애를 날 고치신 주님의 뜻대로
모두가 내가 멀쩡히 걷는 모습에 놀랐다. 집에 돌아온 다음날 새벽 나는 내가 완전히 정상이 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대방동에서 서울역까지 달리기로 했다. 왕복18Km가 넘는 거리였다.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고는 뇌졸중 발작 6개월 만에 어떻게 이처럼 무쇠 같은 팔다리로 뛸 수 있습니까? 만 백성이여, 하늘 밑에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인간들이여, 모두 예수 믿으시오!” 내 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퍼지라는 심정으로 소리치며 뛰었다.
지금 내게는 성령께서 임하여 계시니 나의 몸 어느 한 곳도 아픈 데가 없다. 힘이 넘쳐 외손자 둘을 양손에 들어올려 목마를 태우기도 한다. 예전처럼 씩씩하게 걸을 때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온다. 뇌졸중이라는 절망스러운 인생의 고난이 도리어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십자가의 사랑을 만나는 값지고 놀라운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요즈음 담임목사님께서 전도하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하나님께서 내 몸을 고쳐주신 것은 과거의 나처럼 예수 몰라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전도하여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을 증거하라는 뜻이다’는 깨달음에 발걸음이 바빠진다. 최근, 과거에 내가 앓았던 병력들이 월남전 때 뿌려진 고엽제 후유증인 것으로 판명돼 약간의 보상을 받게 됐다. 나는 그것을 보증금으로 월세방을 얻어놓고 몇몇 노숙자들을 돌보고 있다. 주일이면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여 담임목사님이 전해주시는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도 나와 같이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역사하시는 능력으로 새 사람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하나님, 죄악속에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이제 예수님만 전하며 살겠사오니 제게 전도의 능력을 주시옵소서! 성령님께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주만 따라가게 하옵소서!” 할렐루야!
위 글은 교회신문 <6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