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이제는 로그아웃

등록날짜 [ 2004-12-27 15:41:33 ]


하루 6시간 이상 게임 해
나는 모태신앙인이고, 교회에서는 중등부 회장을 맡고 있으며, 방학 때는 새벽예배에 꾸준히 참석하는 모범적으로 보이는 크리스천이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지난 여름 흰돌산수양관하계성회에 가기 전까지 너무나도 하나님과 멀어져 있었다.
하루 6시간 이상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중독 상태였다. 중학교에 들어와 컴퓨터 게임에 심하게 빠지게 되니 아빠와의 관계가 나빠졌다. 반에서 상위권인 성적인데도 나만 보면 늘 공부하라는 아빠의 말씀이 너무나 듣기 싫었다. 중2 때는 “아빠 때문에 죽고 싶어”라는 말까지 내뱉으며 화를 냈다. 그 때부터 아빠와는 아예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했고,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조차 피하려했다. 게임을 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질이 많이 나는데다가 아빠한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화풀이를 동생에게 다 했다. 나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늘 살얼음판인데도 나는 게임을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 수준의 게임머가 되려고 온통 신경을 게임에만 집중했다.
흰돌산수양관에 가기 전날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다. 성회에 가면서도 은혜 받을 생각보다는 다녀온 후에 ‘은혜 받고 와서 또 컴퓨터 해서 되겠냐’고 꾸중 들을 생각부터 했다. 빨리 성회를 마치고 와서 게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길 원하고 있던 나였다.

벌거벗고 상한 내 영혼
그러나 막상 수양관에 도착해 5-6천명의 중고등부 학생들로 가득 찬 성전을 보니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첫날 저녁, 윤석전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눈물로 기도를 했다. 나도 눈물로 기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진실한 회개가 일어나지 않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둘째날 아침, 하나님께 눈물 흘려 감사할 수 있는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찬양하게 해달라고 일어서서 간절히 기도하고 찬양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윤석전 목사님의 간절히 외치는 설교 말씀은 모두 내 가슴을 찔러댔다. “너의 영혼이 쓰러져 가는데도 너는 그렇게 희희낙락하며 즐거워하느냐!”
그 말씀은 너무나도 나에게 맞는 말씀이었다. 나의 삶은 컴퓨터에 의해 망가지고 있었다. 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마치 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 하나의 장면이 보였다.


내가 벌거벗은 몸으로 쓰러져 있고 그 옆에 컴퓨터가 있었다. 컴퓨터의 여러 방향에서 사슬 비슷한 것이 나와 내 몸을 찍어서 감았다. 그러고는 나를 끌고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자 쏟아지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내 영혼의 모습이었다. 컴퓨터에 붙들려 있는 내 영혼의 처참한 모습. 컴퓨터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살이 찍혀 들어갈 정도로 깊게 사슬이 박혀 있었다. 컴퓨터는 즐거운 모습으로 나를 이리저리로 끌고 다녔지만 나는 아무런 반항도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것을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실제로 이제껏 내가 한 것은 게임뿐이었다. 교회 갔다 오면 게임하고, 학교에 갔다 오면 게임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마귀 사탄이 컴퓨터를 통하여 나의 눈과 귀를 가려버렸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내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진실한 회개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돌아오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 말씀을 듣지 않으려고 더욱 더 컴퓨터 게임이라는 세상 것에 매달렸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앞으론 게임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겠습니다. 오늘 나의 이 결심이 세상 끝 날까지 하나님과의 약속이 되게 해주세요."
중2 때도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두 번이나 참석했었지만 하나님께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지는 못했었다. 집에 돌아가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게임 중독에 빠졌던 것이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회개했다. 내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기도를 하였다. 눈물이 흐르면서 입술이 저절로 떨리더니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방언이 터져 나왔다. 방언을 할수록 저절로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둘째날도, 셋째날도 하나님께 컴퓨터 게임을 안 할 수 있게 나를 끝까지 붙들어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셋째날 저녁, 나는 기도하면서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을 굳게 지키기로 결심하였다. 절대로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앞으로는 하나님을 향하는 사람이 되겠으니 도와달라고.

다시금 깨닫게 된 부모님의 사랑
마지막 날, 윤석전 목사님께서는 효도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수련회 오기 며칠 전 아빠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현우야, 게임만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처럼 힘들게 살지 말아라."
아빠는 공무원이시다. 윤석전 목사님의 말씀처럼 우리 아빠도 직장 상사에게 자존심 짓밟히는 일이 많으셨겠지만 나를 위해서, 동생을 위해서 묵묵히 열심히 일만 하시는 아빠. 그런 아빠를 나는 대화가 안 된다고 싫어하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말이 없고 무뚝뚝해서 나한테 화만 내시는 줄 알았던 아빠.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아빠는 늘 내게 은근한 사랑을 보내고 계셨다. 다른 사람은 아빠가 없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빠의 사랑을 받아가면서도 그 사랑이 싫다고 아빠에게 함부로 대했던 내 모습들이 스쳐지나가자 샘솟듯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 또한 나를 위해 매일 새벽에 교회 나가셔서 기도하셨다. 엄마는 내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고민을 털어놓을 좋은 친구가 되어주신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아프실 때, 위로의 말 한 마디 해드리지 않았다. 사랑을 받기만하고 드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엄마 아빠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나의 모습들이 자꾸 나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제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부모님께 순종과 효도 한번 제대로 하지 했습니다. 공부하라는 말씀이 바로 저를 사랑한다는 말씀인데 저는 그 말이 싫었습니다. 엄마 아빠처럼 힘들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게 해주신 말씀들... 하나님, 제가 왜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모든 문제의 원인은 컴퓨터 게임이었습니다. 그 게임 하나가 우리 가정의 평화를 파괴했고,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했습니다. 하나님, 다시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하나님, 제게 지금의 부모님을 만나게 해주신 것,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게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날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의 음성
기도하면서 울고 있을 때,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떠오르면서 하나님 앞에서도 겸손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제가 하나님 보시기에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예배할 때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지 못했습니다. 위선적인 예배였습니다. 하나님 받으시지 않으시는 가인의 예배였습니다.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이제는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히 눈물로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현우야, 나는 널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란다. 네가 어디를 가 있든지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날 사랑하신다는 말씀에 눈물이 났다.
나는 지금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게임을 했던 아이템들과 아이디 전체를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다. 아직 5개월밖에 안 지났지만 하나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지킬 것이다. 다시는 세상 것에 빠지고 싶지 않다. 달콤한 유혹이었던 게임이 이제는 내 컴퓨터에서 사라졌다. 이젠 하나님 한 분 바라보면서 살아가길 원한다. 나를 변화시킨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의 잘못된 모습을 보고 고칠 수 있도록 은혜롭고 감명깊은 말씀을 전해주신 윤석전 목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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