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떠나 육신의 정욕 따라
양가 모두 3대째 예수 믿는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성가대, 주일학교 교사, 찬양선교단, 임원단 등의 직분을 두루 감당하며 믿음을 키워왔다. 부모님이 목회자들을 섬기는 것을 보면서 자랐기에 나는 실업인 선교와 유아선교 비전을 가지고 물질로 목회를 수종드는 사업가로 쓰임 받게 해달라고 늘 주님께 기도했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진로결정을 위해 고심하던 중에 선배의 소개로 노량진의 유명한 학원 강사 제의를 받았다. 2~3개월 지날 무렵엔 어엿한 강사로 자리를 잡았고, 직장생활 하는 대학동기들에 비해 3배 이상의 고수입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즐겼다. 고액 연봉에 보너스와 과외비까지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벌게 되자, 성가대 찬양도 청년회 임원단 충성도 내려놓았다. 산과 바다의 절경을 찾아다니며 즐겼고 나를 위해 살기 시작했다. 완전히 세상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르막만 있을 줄 알았던 내 인생에 추락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 즈음이었다. 2002년 12월, 합자투자방식으로 함께 학원을 운영하던 선배가 공금 30억원을 횡령하여 해외로 도주한 것이다. 학원은 곧 부도상태에 빠졌다. 도망간 선배를 잡겠다고 빚을 냈고, 어떻게든 학원운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수십 개의 신용카드에다 높은 이자의 일본사채까지 끌어들였다. 그러나 재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빚쟁이들에게 쫓겨 이리저리 거처를 옮겨 다니다가 주민등록번호도 말소돼 행방불명 상태로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내가 잘 나갈 때는 자기들의 몸의 일부라도 떼어 줄 것처럼 대하던 친구와 선후배들이 싸늘히 등을 돌리는 배신감에 또 한번 치를 떨었다. 세상이 이런 거구나! 완전히 무너져 내린 황량한 마음에 자살의 유혹이 찾아오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서서
그러다보니 하루하루를 술과 담배로 지내게 되었다. 오후에 일어나 식사하면서 반주로 한 병 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새벽 3시경 포장마차를 끝으로 하루 15시간이상 술을 마셔야 견뎌낼 수 있었던 고통의 시간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절망의 나락에서 어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의지도, 나올 수 있다는 아무런 기대와 희망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 깨우는 음성이 들려왔다.
“학권아, 일어나라! 이러고 있으면 너는 죽는다. 일어나라.”
벌떡 일어났다. 그것은 분명 나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이었다.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뜨거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스럽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처럼 생생히 나의 영적 현실이 피부에 와 닿듯 실감나기는 처음이었다. 두려웠다.
“주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그 날 이후 깨어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에도 살려달라는 기도가 쉬지 않고 나왔다. 죄로 인해 주님을 떠나 살던 내가 죽음의 벼랑 끝에 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도뿐이었다.
“주님! 용서해주세요. 신실하고 거짓 없이 살기를 원합니다. 주님 뜻대로 섬기고 신앙생활 할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
탕자, 그리운 아버지 집으로
작년 10월 경, 오류동역 공원에서 노방전도를 하고 있던 이노희 전도사님을 만났고 그분의 인도로 연세중앙교회를 알게 됐다. 그러나 연세중앙교회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은 궁동 한 식당에서 윤석전 담임목사님을 만난 후였다. 가식과 위선에 찬 나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허름한 차림의 소탈한 목사님의 모습은 한마디로 나에게 충격이었다. 좋은 목자를 만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금식기도를 했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 마지막 한번의 기회를 주셔서 온전히 나를 드리며 살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회복해주세요. 주의 선하신 일에 제한 없이 쓰임 받기를 소원합니다.”
금식 직후, 예전에 학원운영을 같이 하던 선배들에게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다. 행방불명의 상태로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 어디서도 떳떳이 일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주님께서는 그렇게 다시 일할 환경을 열어주신 것이다.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2004년 10월 연청제(연세중앙교회 청년들의 축제) 때부터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마치 신앙생활 잘했던 대학생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축제 기간을 은혜롭게 보내고 이어 삼일예배, 금요철야 예배까지 모두 참석해 은혜받기를 몸부림치며 사모했다. 돌아온 탕자를 기쁨으로 맞이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의 품에 안겨 진실한 눈물로 참회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낮엔 열심히 일하고 새벽예배까지 드리게 되었다. 예배가 없는 평일 밤에도 주님께 매달려 기도했다. 폭발할 듯 터져 나오는 담임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말씀이 은혜의 사슬이 되었고, 나는 사모함 속에 참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며 감사함으로 즐기는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속이던 악한 영으로부터 자유
무엇보다 나를 완전히 변화시킨 것은 생명의 말씀이 파도치는 새벽예배, 그리고 새벽기도 시간이었다. 그 귀중한 시간을 통해 주님께서는 영적 해방과 치유를 주셨다.
사실 나에게는 몇 가지 기이한 영적 현상들이 있었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흑암의 영상들이 음산한 소리를 내며 옷장 옆으로, 침대 밑으로, 창가 커텐 사이로 숨어드는 것이 보였다. 때론 섬뜩하기도 했지만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었기에 무시하고 생활했다. 또 중학시절부터 친구, 친척, 지인들의 세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죽음에 관한 꿈을 자주 꿨다. 놀랍게도 그 꿈들은 2-3일내에 현실이 되었다. 자살까지도 막을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났다. 19년 동안 무려 11번이나 꿈과 동일한 죽음을 목도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이들이 기억치 못한 기일(제사)이 있다면 어김없이 나의 꿈에 찾아와 알려 주곤 했다.
나는 이 모든 체험들이 마귀역사였다는 것을 새벽예배 말씀과 청년회 직분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비로소 알았다. ‘내게 특별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사가 아닐까’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에겐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다. 오랜 세월 분별하지 못하여 미혹당한 내 영혼의 상처를 새벽예배와 새벽기도를 통해 주님은 치유해 주셨다.
불가능하던 채무관계의 놀라운 해결
새벽예배를 통해 영적으로 얽매였던 것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성령의 임재하심의 확신 속에 진정 두렵고 떨림으로 뜨겁게 기도하면서 내게 놀라운 이적이 일어났다. 정확히 연세중앙교회에서 드려지는 모든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한 지 열흘 만에 도망자 신세인 나의 경제적 기반이 회복되는 계기가 찾아온 것이다.
법학을 부전공한 터라 학원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분의 법원경매물건의 행정적인 부분을 도왔는데 몇 배의 이익을 내면서 사례와 함께 그분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은행과의 상담을 통해 전적으로 그분의 신용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직접 법원경매물건을 처리하는 일에 뛰어들면서 놀라운 이익을 냈다.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한 후 정확히 40일 만에 수억대의 채무를 변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큰 액수의 채무관계는 하나 둘씩 정리되었고, 갚지 못한 사채 등은 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상황을 솔직히 설명하고 갚을 의사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채무 이행의 확신을 심어주어 신뢰를 얻어 나갔다. 자살 유혹으로 내몰릴 정도로 사방팔방이 꽉 막혔던 경제적 상황들이 풀어지면서 주민등록을 갱신하고 자유를 호흡하며 떳떳이 거리를 활보할 때의 감격을 어찌 말로 다하랴! 절대로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오직 나를 살려주시려고 역사하신 주님께 감사 드릴 뿐이다.
세월을 앞당겨 충성하리라
나는 요즘 하나님과의 뜨거운 영적 만남인 예배 한 시간 한 시간을 생명처럼 지킨다. 나를 죽음의 추락에서 건져준 것이 연세중앙교회에서 드려지는 모든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뜨겁게 드린 바로 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달콤한 유혹이 올지라도 나는 절대로 하나님이 내게 가르쳐 주신 이 귀한 경계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요즘 ‘10년을 1년같이, 1년을 한달같이’ 세월을 앞당겨 영혼구령의 열정으로 목회하시는 윤석전 목사님의 심중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헛되이 살아온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워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1-2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적으로 나를 개발하고 교육하여서 언제라도 주께서 쓰시고자 할 때에 “네~! 여기 있습니다.”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연약한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셔서 확실하게 변화시켜 주시고, 영원한 천국생명을 알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살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허락해 주신 내 삶의 참 주인 되신 주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
위 글은 교회신문 <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