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관건축 현장소장으로 일할 때 난생처음 성회에 참석했다. 성령 체험 후 2년여, 그간 내 삶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노상무, 이곳에서 나를 만나고 교회를 짓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교회건물은 내가 짓고 싶다고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이니 하나님께 쓰임받은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잘 지으세요.”
2003년 봄, 내가 소속된 D건설이 흰돌산수양관 목양관공사를 수주하자 교회건축이 복잡하고 어려운 공사임을 감안한 사장이 미리 내정된 현장소장을 유보하고 회사중역이던 내게 현장을 맡겼을 때 수양관 원장인 윤석전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다.
당시 연세중앙교회는 궁동 대성전 건축을 목전에 두고 있던 때라 한발 앞서 시작한 수양관의 목양관 공사가 거룩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좋은 현장소장 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다는데 그 사람이 바로 나이고 보면 나는 그때 이미 하나님께 선택받은 복된 사람 중에 하나인 게 분명하다.
4월에 공사가 시작돼 7~8월에는 골조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그 기간에 수양관에서는 두 달간의 하계성회가 열렸다. 강사이신 윤 목사님이 수양관에 계속 머무르시자 현장을 자주 찾아오셨고 그때마다 나를 전도하려고 애쓰시더니 직분자세미나에 꼭 참석하라고 설득하셨다. 내가 묵묵부답이자 하루는 엄포까지 놓으셨다.
“이번 직분자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으면 공사대금 제 때 못 받을 줄 아시오.”
회사에 자금사정이 어렵던 때라 정말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질까 염려가 돼 직분자세미나에 참석키로 결심했다.
오십 평생 불신자로 살아온 내가 직분자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한데,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면 전국에서 모여든 오천여 명의 장로 권사 집사들이 한결같이 울며 기도하고, 어떤 이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통에 처음엔 심한 거부감이 생겼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보다 훨씬 잘나고 똑똑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이 왜 저렇게 울어가며 기도할까? 정말 기독교에는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바로 윤 목사님 자신이었다. 나와 겸상으로 식사할 때 보면 밥 한 공기를 다 못 드시고 공사현장에서는 내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지 않으면 계단도 못 오르내리실 만큼 피곤에 지치고 연약해보이는 분이 설교만 시작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강단에서 펄펄 날고뛰듯 설교하셨다. ‘참 대단한 양반이다.’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왜 저렇게 자신의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서까지 죽기 살기로 설교하실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교가 끝나면 목사님은 “내가 뭐라고 설교했지요?”라며 내가 잘 듣고 있나 점검까지 하셨다. “아, 오전 내내 하신 것이 피 아닙니까, 피! 예수 피 하나면 천국가더구만요.” 하니 목사님이 박장대소하셨다.
하여튼 첫째날과 둘째날 설교를 들어보니까 왜 교회마다 십자가를 걸어놓는지,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지 대충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머리 속에서 지식으로만 뱅뱅 돌 뿐, 가슴까지 와닿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던 수양관의 안수집사 한분에게 되레 엄포를 놓았다.
“오늘밤에 들어봐도 가슴이 뻥 뚫리게 와 닿는 것이 없으면 예수 믿는 것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셋째날밤, 은사집회가 열렸다. ‘교회 세 번 나와 가지고 은사는 무슨 은사냐. 나한테는 해당 무(無)다!’라며 딴전을 피우고 있는데 강단에서 목사님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시고 말씀하셨다.
“교회 처음 나온 사람이라도 내가 은사받을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믿음 가지고 기도하세요. 마가다락방에서는 성령받는데 열흘이 걸렸지만 우리는 충분히 말씀을 들었으니 10분이면 됩니다. 두 손 번쩍 들고 기도하세요!” 강력한 목소리로 재촉하시니‘그래, 밑져야 본전이지’하며 3일 동안 들은 지식을 총동원해서 난생처음 기도를 했다. 먼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피흘리시는 장면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주님! 당신의 피 공로로 속죄받은 것을 이제 저도 믿사오니 역사하옵소서!”
기왕 기도할 바에야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외쳤더니 뜻밖에도 아랫배에서 뭔가 뜨끈한 것이 올라오면서 헛구역질이 확 솟구쳤다. 엎드려 헛구역질을 하다가 기도하기를 몇 차례나 거듭하고 있던 한순간, 마치 블랙 홀에 빠져들듯, 진공상태에 떠있기라도 하듯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주여 역사하소서!”라는 내 기도소리만 귀전을 울리더니 갑자기 내 입에서 방언이 터져나왔다. 깜짝 놀랐다. 설교말씀을 세 번밖에 안 들은 내가 방언은사를 받다니!
그건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다. ‘목사님이 죽기 살기로 설교하신 내용들이 정말 다 사실이구나! 그렇다면 예수님이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것도, 예수 믿으면 천국,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것도 다 사실이구나! 아, 정말 하나님이 살아 계시구나!’내 심령에선 새 하늘이 열리고 새 땅이 열리는 영적 대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순간이 바로 나의 BC와 AD가 구분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었다.
성령을 체험한 후의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틈만 있으면 윤 목사님의 저서인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 절대적 기도생활, 주여 이 초라한 나를, 당신을 성공시켜라 등 성령충만한 글을 읽으면서 윤 목사님이 성령께 어떻게 귀히 쓰임받는지 그분의 삶을 알고 배우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성령이 내 안에 계시니 하루에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단 한 번의 금단현상 없이 끊게 되었고 술과 잡기, 건축공사장에서 자주 드리게 되는 각종 제례 행위 등도 단호히 끊었다. 그밖에도 성령께서 싫어하실 만한 육신의 정욕을 좆는 것들을 하나하나 뜯어고치며 나 자신을 '고장수리'해 나갔다.
성령 체험한 지 3개월 무렵, 그 동안 나를 위해 눈물로 기도해준 아내가 성령의 체험없이 30여년을 신앙생활해온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하루는 한밤중에 둘이 은사집회를 하자고 제의했더니 그 자리에서 아내가 무릎을 꿇었다. 아내의 태도에 한껏 힘을 얻었다. ‘목사님 안에 계신 이도 성령, 내 안에 계신 이도 성령, 똑같은 한분 성령이시니 목사님이 하셨으면 나도 하면 될테지' 하는 생각으로 윤목사님께 배운 대로 은사에 대해 설명해주고 기도했다. 아내를 붙잡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이마에 땀이 나도록 간절히 기도했더니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아내의 입에서 방언이 터져나왔다. 아내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방언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서 자신도 방언의 은사를 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고 간구하여도 되지 않더니 믿은 지 3개월 된 남편과의 은사집회에서 이루어졌으니 아내가 오죽 기뻤겠는가. 나는 얼른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사용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놈을 교만하게 하지 마옵시고 더 낮아지고 겸손하게 하여 주님이 마음껏 쓰시는 자가 되게 하소서.’
어느 덧 성령의 사람이 된 지 2년여.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들은 이루말할 수 없다. 성령께서는 늘 나의 보호자가 되시고 예비자가 되어주셔서 앞날의 위경에서 건져주셨다. 그간 함께 뼈를 묻으려고 합류했던 D건설에서의 이유없는 반목과 자진사퇴, 두 달간의 실직, 지금의 탄탄한 직장으로의 입사, 그리고 D건설의 부도로 인한 공중분해! 중년에 휘몰아닥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금 깨달아지는 것은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그곳은 언제나 평화와 안전이 있는 피난처라는 것이다.
예전엔 육신의 요구를 좇아 살아왔지만 이젠 어떻게 하면 내 안에 모신 성령님을 기쁘시게 할까, 어떻게 하면 나를 떠나지 않으시도록, 잠시 잠깐 한눈이라도 팔지 않으시고 꼭 나를 지켜보시고 내게 감화감동하시도록 할까, 어떻게 하면 그분의 사랑 안에서 살까, 그 생각으로 가득하다.
오늘도 출근길에 나는 차 안에서 성령과 함께 하는 뜨거운 기도부흥회를 했다. 주님이여, 항상 나의 삶속에 주님의 보혈이 흐르게 하소서! 나를 위해 십자가 지신 주님의 보혈을 기억하며 저도 제 몫의 십자가 지고 당신처럼 그렇게 피에 젖은 삶을 살게 하옵소서! 내 영혼 당신의 나라갈 때까지 낮아지게 하시고 오직 당신의 생애 드러나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