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길로 접어들어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무당이 되기까지 고된 시련이 닥쳐왔다. 중매쟁이 말만 믿고 결혼해보니 시댁이 2대째 박수무당 집안이었다. 둘째아이를 낳은 후 내게 신병이 시작되었는데 신내림을 거부하자 집안에 문제가 쉬지 않고 일었다. 남편이 노름에 빠지더니 결국 이혼을 하게 됐고, 아이 둘을 키우려고 온갖 고생을 다하다가 제법 살만 하다 싶으니까 한순간에 재산을 다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더 이상 무당의 길을 거부할 수 없었기에 나는 결국 신내림을 받았다.
일단 무당이 되면 어려움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큰 굿판을 못 벌이고 점만 쳐주니까 늘 생활이 어려웠다. 게다가 신병을 앓으면서 시작된 악몽이 십 수 년 동안 계속 되면서 심신이 지쳐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칭칭 감아대는 뱀 꿈에서부터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는 꿈,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꿈 때문에 눈을 떠도 반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팔자가 사나워서 무당이 된 것도 서러운데 꿈속에서조차 그토록 고통을 받으니 인생살이가 한스러웠다. “큰 신(大神)을 받으면 괜찮다"는 무당 친구들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만신이 되지 않으면 머리 깍고 중이 되겠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수락산 암자를 찾아들었다.
왜 죽으려고 하니
6개월의 수행 기간이 끝나자 4일 동안 금식에다 잠 한숨 청하지 않고 절을 하며 정성을 드렸다. 드디어 영계가 열리면서 조선시대 장군복장을 한 대신(大神)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대신을 몸 주로 모셔 들이기만 하면 영검한 만신이 되는 최절정의 순간, 뜻밖에도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너 그것 받으면 죽어! 예수 믿어야 살아!"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내심 ‘앗, 하나님이 오셨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영계 속의 대신이 사라져버린 안타까움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목사인 동생과 권사인 어머니가 얼마나 기도를 해댔기에 하나님이 이 깊은 산골짜기까지 따라와서 방해를 하나 생각하니 모두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떨어져 죽으려고 낭떠러지로 기어 올라갔다. 그런데 공중에 몸을 날리려는 순간, 이번엔 자꾸만 누가 나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를 살려주려고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죽으려고 하니?”
분명 하나님의 목소리였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죽으려고 해도 자꾸만 잡아당기니 죽지도 못하고 바윗돌 위에 주저앉자 대성통곡을 했다. 자식들 데리고 살 길은 막막한데 도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신세를 한탄하며 한참을 통곡하다 보니 어디선가 교회성가대의 찬양소리가 들려왔다. 이 깊은 첩첩 산중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 가리"
그 노래 소리는 나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나도 모르게 통곡이 터져 나와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새로운 만남
꿈을 꿨다. 수천 개의 목각 부처상이 산꼭대기까지 쌓여있는데 내가 그것을 밟고 산꼭대기에 올랐다. 거기에는 깨끗하게 씻어놓은 모래벌이 드리워졌는데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니까 평안해지면서 마음이 정리됐다.
‘이제부터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되는 거야. 이 길로 내려가서 예수를 믿어야겠다!’
그건 분명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었다.
그날로 산을 내려와 법당을 부수고 교회를 다녔다. 그리고 조그마한 식당을 차려서 신앙생활을 하던 중에 중매가 들어왔다. 어느 큰 교회 총무실에서 일하는 집사인데 혼자 된 후 배우자를 놓고 오랫동안 기도해왔다고 했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신앙이 좋고 점잖은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까봐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셨다.
처음엔 남편이 다니는 교회에 같이 출석했지만 내가 적응을 못해서 개척교회로 옮겼다. 그나마도 장사하느라 예배를 제대로 못 드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식당 손님들이 연세중앙교회 이야기를 하면서 인터넷으로라도 설교말씀을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 인터넷 설교를 듣게 되었고 엄청나게 은혜를 받았다.
‘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내 속에 있는 뱀이 떠나가겠구나.'
사실 교회에 다닌 지 벌써 수년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꿈속의 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과 상의한 끝에 나는 식당을 정리하고 2004년 12월 구로구 오류동으로 이사를 했다.
성령체험
예상했던 대로 연세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니까 내 속에서 악한 것들이 요동을 쳤다.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면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려서 항상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루는 이영숙 교구장이 심방을 와서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수 이름으로 악한 마귀를 쫓아냅시다."라고 했다. 예수님의 보혈을 찬송하고 예배를 드린 후에 교구장이 내 배에 손을 얹고 큰 소리로 마귀를 내쫓아주었다. “아멘! 아멘!" 하자 심하게 구토를 하더니 뜻밖에도 내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왔다. 성령이 임하신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눈앞에 필름이 돌아가듯 지난날 저질렀던 죄악이 떠오르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나는 한 번도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28세에 혼자돼서 아이 둘 키우느라고 죽을 고생한 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하나님을 떠나 악한 마귀의 종노릇 하면서 살아온 나의 인생길이 온통 죄악뿐이었음을 깨닫고 통회자복하며 회개를 했다. 그날 그렇게 회개한 후, 고생을 많이 해서 생긴 병이라 평생 못 고칠 줄 알았던 허리 병이 씻은 듯 낫는 체험을 하고 뛸 듯이 기뻤다. 며칠 후, 다시 교구장과 함께 예배를 드리다가 이번엔 남편이 방언은사를 받았고, 그 다음엔 딸과 아들이 주일 낮 예배를 드리면서 방언을 받았다. 우리 집안은 그야말로 성령 받은 가족이 되었다.
다시 펼쳐진 새로운 삶
올해는 새로 소속된 여전도회 모임을 우리 집에서 갖게 됐다. 교회근처에 사는 회원이 없어서 주일마다 우리 집에 모여 식사도 하고 기도모임도 가졌는데, 5개월째에 접어들자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꿈속에 크고 작은 뱀들이 온통 죽어 나자빠져 있는데, 놀랍게도 그 곁에는 20년 동안 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칭칭 감고 있던 커다란 뱀도 죽어있는 것이었다. 꿈속이지만 그렇게 기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평안한 잠을 잘 수 있었고, 두 번 다시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그날 이후 내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사실 나는 그간 통 마음의 안정이 없었다. 그래서 살림에 관심도 없었고 늘 밖으로만 돌고 유흥업소 출입을 자제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꿈속에 뱀이 죽고 난 후로는 그런 마음들이 사라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가정적인 사람으로 변화됐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살림하는 재미도 알게 되었고 장래를 생각하는 마음도 열렸다. 지금 우리 가정은 모든 것이 평안하다. 주님의 은혜다.
악한 영의 심부름꾼으로 살았던, 지옥갈 수밖에 없는 이 죄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아니하시고 주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주님 나라 가는 그날까지 신앙생활 잘 할 수 있도록 성도님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