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위기부부, 예수 만나 ‘참행복’

등록날짜 [ 2008-02-09 11:04:34 ]

사랑에는 용서가 동반된다. 그러나 용서 없이 사랑받기만을 원할 때 가정의 비극은 시작된다. 30년이란 결혼생활 동안 무관심한 남편을 용서 못해 화병이 생긴 아내, 그런 아내에게 다시 상처를 받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자 수년째 행방을 감춰버린 남편.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위기의 부부.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지금, 이들은 청춘시절에 잃어버렸던 신혼의 행복 속에 빠져 있다.


위기의 부부

내가 연세중앙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2005년도는 내 인생 최대의 절망의 시간으로 점철되고 있었다. 남편의 가출(그래, 그건 분명히 가출이었다)은 내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가족 아무에게도 심지어 친누나들에게조차 연락을 남기지 않은 채 소식을 끊은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30년 가까운 결혼생활 동안 부부간의 대화 없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이런 최후를 남기는가.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와 허탈, 배신감에 휩싸였다. 입장을 달리해보면 남편의 상황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다. 증권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데다 아내라는 사람이 일전 한 푼 도움을 주기는커녕 몰인정하게 별거를 운운하며 남편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을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어떻게 30년을 함께 산 아내에게 말 한마디 없이 행방을 감춘단 말인가.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고, 행복하게 살려고 악착같이 장사해서 돈 벌었는데, 남은 것은 남편과 원수진 황량한 빈 가슴뿐이라니.... 인생이 너무나 허무했다.
자식들에게 위로받고 싶었지만 돈 버느라 자식들과도 별 대화 없이 살아와서인지 내 마음을 위로해줄 줄 몰랐고 오히려 “어머니도 어머니의 인생을 찾으세요.”라고 대꾸했다. 세상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답답한 가슴을 끌어안고 하루하루 지내자니 비참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햇살도 창문에 비치면 슬퍼서 견딜 수 없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넋을 놓고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 갱년기에 화병에 불면증까지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울부짖으며 죽어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남편에 대한 애증(愛憎)으로 괴로워하며 지낼 때, 하나님께서는 전도자를 통해 나를 부르셨다.


앗, 마귀역사!

내가 연세중앙교회에 첫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왕년의 유명 여가수의 콘서트가 열린다 해서였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하나님 찬양을 하는데 마음에 편안함이 느껴져서 다음 주일날부터 등록하고 교회에 다녔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었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하면서 마음의 무거운 짐을 털어놓고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오라 가라 하지 않아도 왕초보 신자인 내가 알아서 예배마다 빠지지 않고 쫓아다녔다.
그러다가 교회 다닌 지 3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얼마나 충격을 받고 울며 기도했던지 얼굴이 퉁퉁 부었다.
아무리 사랑하던 부부 사이라도, 부모 자식 사이라도 그 틈을 갈라놓고 분리시키고 미워하게 하고 상처 주고 병들게 하고 결국 죽게 만드는 것이 마귀역사라고, 눈이 보이지 않으나 온갖 궤계로 인간을 괴롭히는 마귀를 멸하기 위해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으니 절대로 마귀에게 속아서 남편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마치 우리 가정을 들여다보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남편과도 갈라서고 자식들과의 대화도 단절되고 그 귀한 청춘을 가족 간에 서로 상처주며 살아온 것이 다 마귀에게 속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예배가 끝날 때까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나는 놀라운 깨달음에 결단을 했다. ‘이제 절대로 내 인생을 세상과 마귀에게 속아서 빼앗기지 않으리라,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의 말씀대로만 살리라, 내 자식들에게 꼭 이 복음을 전해서 나처럼 불행한 인생을 살게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놀라운 영적인 말씀을 듣고 나니까 윤석전 목사님이 무슨 설교 말씀을 하셔도 다 순수한 마음으로 순종하게 됐다. 충성하라면 충성하고, 기도하라면 기도하고, 전도하라면 전도했다. 온갖 고난을 겪어보고 자식도 셋이나 키워봤기에 윤석전 목사님이 성도에게 하시는 말씀이 바로 자기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는 애절한 부모의 마음이란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반만의 남편의 귀가

마귀에게 속아 아까운 청춘시절을 고통 속에 평안함 없이 산 것을 생각하면 이제라도 내가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 예배시간마다 찬양시간마다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난 듯 눈물을 줄줄 쏟았다. 2년간을 그렇게 눈물을 쏟고 나니까 그렇게도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이며 재채기를 동반한 알레르기 비염이 씻은 듯 사라지고 보는 사람마다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환하냐고, 천사 같다고 놀라워했다. 친지들이 봐도 친부모형제가 봐도 놀랄 만큼 나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진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니까 그제야 남편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수 안에서 이렇게 평안을 찾았는데 남편은 지금도 예전의 나처럼 천국과 지옥도 모른 채 고통받고 살겠지’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소식을 전하지 않아서 혹시 죽지나 않았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교회 근처로 이사하면서 주일마다 우리 집에서 여전도회 기도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모두 남편이 어서 변하여 새사람 되어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전심으로 기도해주었다. 그렇게 1년을 기도했을 무렵, 지난해 11월 뜻밖에도 기도의 응답이 왔다.
금요철야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돌아와 있었다. 시누이 하나가 암으로 투병 중이었는데 죽기 전 남동생을 만나려고 3년째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연락이 닿았던 모양이었다. 남편과의 3년 반만의 대면의 시간, 주위에선 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3년 6개월 전의 나의 상태는 무절제한 상태로 누구든지 부딪히기만 하면 퍼부어댔던 터라 예전의 나의 성미를 알던 시댁 식구들은 도대체 내가 어떤 반응을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성경 말씀에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어요. 가족과 함께 살려고 오셨는데 이제 함께 살아야지요.”
남편도 시누이들도 나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의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말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믿는 예수라면 나도

남편은 빚 독촉을 받아 가출한 후 3년 6개월 동안 이루 말로 못할 고생을 하던 중, 누이들의 간청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내가 예전 그대로 변한 것이 없으면 다시 집을 나가고, 만에 하나라도 변화됐으면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결심으로 온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180도로 변화된 모습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고백했다.
그날 밤, 우리 집에는 밤새도록 예수로 화제가 만발했다. 시댁식구들은 조상 대대로 우상숭배에 찌든 불신가정이라 감히 예수 믿으라는 소리를 못 꺼낼 집안이지만, 내가 180도로 변한 모습으로 예수를 믿으라고 하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예수가 과연 어떤 분인가 놀라워했고, 남편은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면 나도 지난날을 모두 회개하고 당신을 따라 예수를 믿겠다”고 선언했다.
3년 6개월 만에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온 이틀 후인 2007년 11월 첫 주일은 내가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한 지 만 2년 되던 주일날이다. 남편은 나의 손을 잡고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고 나더니, 정말 한 말씀 한 말씀이 너무나 옳은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4대 독자라서 일 년이면 10여 차례 지내던 제사도 모두 폐하고 이젠 오직 자신을 죽음의 늪에서 건져주시고 따뜻한 가정으로 인도해주신 예수님만을 섬기겠노라고 결단했다.
“네 남편이 돌아오면 네가 믿는 예수 나도 믿겠다”고 하시던 친정어머니와 오빠도 남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매주 교회에 나오고 있으며, 사랑하는 딸도 아빠에 이어 우리 교회에 등록하고 청년부 동계성회에 참석해서 은혜받고 성령의 은사까지 받았다.
우리 부부는 오랜 세월을 고통속에 지내다 뒤늦게 예수 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되찾았다. 예수를 알지 못해 마귀와 세상에 속아서 잃어버렸던 지난날의 세월들을 이제는 예수 안에서 다시 한번 일구고, 그 행복을 남편과 자녀와 함께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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