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2-22 13:35:01 ]
배우고 노력할수록 세상은 공허함만 가득
수많은 경험 바탕으로 주님 사랑 전하고파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인데도 부모님을 졸라 고등학교부터 미국 유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미국에서 땄지만, IMF로 한국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대학은 한국에 돌아와 입학했다.
미국에서 함께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럭저럭 신앙생활 했다. 하지만 직장이 문제였다. 평소 호기심 많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내 성격은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처음 직장은 유학원이었다. 유학원에서 학생들을 관리하고 사무를 보는 일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유학 경험이 있기에 쉽게 일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1년 반 정도 다니니 발전 없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싶어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다. 제빵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제빵 실무를 쌓아야 한다며 유학원을 그만두고 케이크 전문 공장에 취업했다. 조각 케이크, 롤 케이크, 무스 케이크 등 온갖 케이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다가 서른 중반 즈음에 ‘케이크 카페를 차리려면 커피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커피 회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인턴 기간을 거쳐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 파견돼 일했다. 커피 매장 특성상 주일도 일해야 할 때가 잦아 주일성수가 어려웠고 점점 신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반 정도 일하고 나니 마음에 영적 갈급함이 생기는 것은 물론, 커피 만드는 일도 슬슬 지겨워졌다. 이제는 내 생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공연기획이었다. 이와 함께 영적 갈급함도 채우기 위해 여러 성회와 기도원을 찾아다녔지만 채울 수 없었다.
얼마 뒤, 대중가수 전국순회로 한참 바쁜 회사에 들어가 이것저것 일하면서 신입 가수의 소규모 클럽파티를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주로 지방공연과 주말 공연이라 주일성수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고 더구나 클럽공연이라니! 가슴이 답답했다.
변치 않는 하나님 사랑
당시 영적 공허함과 성령에 대한 갈급함으로 몹시 허덕이던 언니(강수연 집사, 에네글라임)가 연세중앙교회를 통해 풍성한 영적 생명력을 공급받자 나도 덩달아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했다.
교회에 다닌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동계성회 기간이 다가왔다. 강단에서 광고로, 플래카드로, 주사랑 주보로 동계성회를 광고하는데 내 마음속에 지금 은혜 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받지 않으면 타성에 젖을 것 같고 도태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공연기획사를 그만두고 1월 신년축복성회를 시작으로 청년대학성회, 설날축복성회에 참석했다. 성회에서 선포하는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통해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살아온 지난날들과 내 육신으로만 채운 지난날을 회개했다. 미국에서 유학할 시절, 내 작은 한숨과 눈물에도 응답하신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호기심과 욕심만을 쫓으며 살아온 인생에는 죄만 가득 쌓여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에 ‘사무직, 파티시에, 바리스타, 공연기획, 여행도 많이 다녀봤고, 너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봤는데 행복하니?’라는 작은 물음을 던지셨다. 내 대답은 ‘아니요’였다. 호기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그것들을 다 해봤어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허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내 삶에 하나님을 모셔 드리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 어려움, 상처, 시련 가운데서도 위로해 주시고 참고 기다려주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동계성회를 통해 하나님보다 더 좋아했던 것들 다 내려놓았다.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으며 살고 싶어
예전에는 내 호기심과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대로 인생을 계획했다면, 이제는 신앙생활이 인생계획의 우선이 됐다. 3년 전 우리 교회에 와서 은혜 받고 2년 전 목동에 브런치 카페를 차린 것도 예배에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껏 신앙생활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신앙생활에 담대함을 얻어 기쁨으로 복음도 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전도하고 교회에 정착하게 하기까지 많은 일을 겪으면서 차츰차츰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알아가니 영혼 구원을 위해 믿음을 구하기 시작했다. 나의 기도는 사랑을 구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그 기도는 곧 하나님 앞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주님을 닮아가기를 구하는 기도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도는 절대로 내 힘으로 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셔서 주님께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주님의 뜻대로 인도해 달라는, 내려놓음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사실 나는 눈에 띄는 달란트가 없다. ‘주님, 어떻게 쓰임받아야 할까요?’라고 눈물로 기도할 때, 뚜렷하지 않은 내 색깔을 떠올리게 해주셨다. 나는 사람에 따라 잘 섞이는 색깔이다. 누가 됐든 잘 어울리고 맞춰주는 성격이니 어디가 됐든, 누가 됐든 내가 축복의 통로로 쓰임받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그동안 거쳐 왔던 많은 직업과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어 주님의 따스함을 전하고 싶다.
지금 나는 당장 순교를 할 담대함도 없고 예수님을 위해 나를 내어드릴 믿음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말과 혀로 사랑하는 것만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 절대로 예수님을 부인할 수 없는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