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06 13:40:30 ]
평생 찾을 수 없던 평안
아들 내외의 기도와 전도로
예수 믿은 후 얻게 돼
지미자 성도 (7교구 1지역)
슬하에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그 중 막내가 유난히 자상한 편이다. 어디에 갈 때 “같이 가자”고 한마디만 하면 흔쾌히 따라나서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심심치 않게 말동무도 돼 주니 남의 딸이 안 부러울 정도로 소소한 재미가 있는 아들이다.
그런데 그 막내아들이 서른다섯을 훌쩍 넘겨도 장가를 못 가더니, 어느 날은 학교후배라는 동갑내기 아가씨를 데려와 인사를 시켰다. 그 후로도 가끔 집에 놀러 오는 걸 보면 인물도 잘생기고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행동거지도 믿음직해 보여서 막내인 우리 아들과는 안성맞춤으로 잘 어울리는 것이 꼭 며느리로 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들의 휴대전화에 십자가 장식이 달린 걸 보고 ‘교회 다니는 아가씨로구나’하는 짐작이 들었다. 그러더니 추석에 이어 설날에도 막내아들이 조상께 차례를 지내지도 않아 집이 발칵 뒤집혔다. “하필 교회 다니는 여자를 택했느냐!”고 타박도 보았지만 혼기를 넘긴 아들이 그 아가씨가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 하고, 며느릿감도 탐이 나고 해서 결혼을 허락했다. 하지만 “나한테 절대로 종교를 강요하지 마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다.
2009년도에 연세중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로는 막내아들 내외(김중겸·기경란 성도)가 예수를 믿어도 아주 열성적으로 믿는 것 같아 내심 몹시 못마땅했다. 사실 나는 큰아들이 입대하던 해부터 절에서 불공을 드렸으니 20년이 넘은 불교신자였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로는 꼭 절에 갔다. 시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무당을 불러 굿도 자주 했다. 그러니 당연히 제사 때는 물론 명절 때도 오지 않고 오로지 예수만 찾는 막내아들 내외가 못마땅하고 서운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예수 믿는 며느리가 우리 집안에 들어온 지 2년쯤 지날 무렵인데, 절에 가고 싶은 마음이 딱 사라진 것이다. 그전만 해도 막내아들이 울면서 “어머니, 친가와 외가에 곱게 돌아가신 분이 없잖아요? 그것이 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우상숭배를 한 탓이에요. 어머니가 교회에 나와 예수를 믿어야 어머니 영혼이 구원받고 우리 집이 잘돼요. 같이 예수 믿어요” 하는 말에 “그렇게 하루아침에 내 종교를 못 바꾼다”고 딱 잘랐다.
그런데 올 3월 들어 막내아들이 울면서 “수십 년간 부처 믿어서 우리 집안이 잘된 게 뭐 있어요? 1년만 교회 다녀봐서 좋으면 예수 믿으세요. 제발 교회에 같이 가요”라고 하는데, 어디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래, 나도 예수 믿을게. 같이 교회 가자”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러고는 집에 있던 염주며 부적이며, 절에 갈 때 입던 옷들을 싹 치워버리고 삼일예배에 참석했다.
몇 번 나가지 않아도 목사님이 전하시는 하나님 말씀에 큰 위로가 느껴져서 설교 시간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하나님께서는 마음에 쌓아두었던 근심 걱정거리를 ‘내가 다 안다’는 듯 사라지게 해주셨다. 형제자매를 다 먼저 떠나보내고 의지할 곳 없어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생기면 늘 혼자 가슴앓이만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예배시간 내내 하나님 앞에 울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 몹시 시원했다. 다른 때는 신세 한탄하며 울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더 답답했는데 정말 속 시원하게 풀어놓은 기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교회에 데려와서 은혜 받게 하려고 막내아들 내외가 사흘 동안 금식하며 기도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더욱더 ‘교회 다니는 사람의 기도는 대단히 위력 있다’ 싶었다. 절에 20여 년간 다니며 불공을 드려도 무엇 하나 된 게 없었는데, 막내아들 내외가 기도해서 그렇게 완강하던 내 마음을 봄눈처럼 녹여서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도록 바꿔놓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 예수 믿읍시다. 교회 갑시다!”
내가 교회에 나간 그다음 주일, 남편(김영두 성도)과 큰아들(김근겸 성도)까지 함께 교회에 나갔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예수를 믿지만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저 말씀대로 살아야 천국 간다’는 믿음도 생겼다. 그리고 새벽 1, 2시에 깨면 잠 못 들어 괴로워하던 불면증도 싹 고침받았다.
교회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새벽에는 2시쯤에 잠을 자는데 무당이 흔드는 방울 소리가 크고 또렷하게 들렸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불을 켜니 방울 소리가 뚝 멈췄다. 소름이 쫙 돋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섰다. 막내아들이 나쁜 꿈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면 기도하라고 일러준 대로 “예수 피!” “예수 피!” “악한 영아, 예수 피 앞에 떠나가라”고 외치고 주기도문을 몇 번이고 크게 외워댔다. 그리고는 무서움을 떨쳐버리려고 일부러 불까지 끄고 잠을 청했는데 그대로 곤히 잠이 들었고 그 후 다시는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왕 예수를 믿기로 작정했으니 확실히 믿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교회에서 예배 후에 통성기도를 할 때, 남들이 방언으로 기도할 때 나는 주기도문을 크게 외쳤다. 기도할 줄 모르니 그렇게라도 기도를 하고 싶었다. 교회에 다닌 지 두 달쯤 후에 교구장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예배를 드려주시고 기도해 주셨는데, 그때, 성령이 충만해져서 방언은사를 받았다.
요즘은 우리 가족이 모두 신앙생활에 열심이다. 큰아들도 지난여름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가서 은혜 받아 방언은사를 받더니 나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주일예배 후에도 남아서 더 기도하고 오겠다는 걸 보니 이제 정말 예수 믿는 사람이 다 됐다. 남편도 토요일까지 소일거리로 하는 농사일을 다 갈무리해놓고 주일은 당연히 예배드리러 교회 가는 날인 줄 알고 나보다 앞서 준비하며 앞장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막내아들은 절에서 가져온 달력을 걸던 자리에 우리 연세중앙교회 달력이 걸린 걸 보더니 감개가 무량하단다. 나 역시 예전에 굿하고 제사 지내던 우리 집에서 구역식구들과 모여 예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섬기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예전에 내가 교회에 나오기 전에는 막내아들이 내 또래 노인 성도들을 보면서 ‘우리 부모님도 예수 믿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고, 성가대에서 ‘여리고 성’ 찬양을 부르면서 “무너져 무너져” 외칠 때 우리 집에 우상숭배와 저주가 무너지는 걸 상상하며 눈물로 불렀단다.
막내아들과 며느리가 그렇게 눈물로 찬양하고 금식하며 기도해준 덕분에 지옥 갈 자가 천국 갈 자로 신세가 바뀌니 고맙고 또 고맙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살 찢고 피 흘리신 예수님의 갚을 길 없는 큰 은혜를 늙은 내가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그저 죽는 날까지 신앙생활 열심히 하며 기도하고 전도로 보답하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