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2-15 23:22:43 ]
모질고 강퍅했던 나를 감싸 안아주신 하나님
그분의 사랑은 한없이 넓고 큰 것을 깨달아
조민영 (풍성한청년회 24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스무 살 때 메마른 내 마음에 주님이 찾아오셨다. 공부로 지쳤을 때 부어주신 하나님 사랑은 무척이나 컸다. 그때 다니던 개척교회에서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가서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은혜 받은 것이 연세중앙교회와 맺은 첫 인연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후 캠퍼스 세태에 젖어 하나님과 점점 멀어졌다. 천둥과 번개가 칠 때마다 ‘이러다 죽으면 지옥 가는데… 누군가 나를 전도해 줬으면…’ 하고 생각만 할뿐,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힘이 없었다.
부모님과 친척들이 “천주교나 기독교나 다 똑같이 예수를 믿는다”는 말에 솔깃해서 주일에 성당에 가려고 마음먹고 있던 토요일 오후, 우연히 군 복무 중에 휴가 나온 친구와 인터넷으로 대화하게 됐다. 개척교회로 나를 전도해준 바로 그 친구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나, 내일 성당 간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민영아! 거기는 진정으로 참구원주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곳이 아니야! 내일 나랑 같이 교회에 가자”고 단호히 말했다.
개척교회에 다닐 때도 나를 붙들어줬고, 그 후에도 항상 중보기도 해준 친구라서 별 반감 없이 “그래, 내일 교회 갈게” 하고 대답했고, 그 친구의 어머니가 출석한다는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했다. 2006년의 일이다. 그때 그 친구를 통해 연세중앙교회로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하나님 은혜로 다시 주님 품에
연세중앙교회에 온 첫날, 어찌나 눈물이 흘러내리던지...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예배를 마치고 일어나는 순간까지 펑펑 울어서 화장이 범벅됐다. 하나님을 멀리했던 죄송함과 ‘누군가 나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느끼던 외로움까지 하나님께서는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그 후, 친구는 부대에 복귀했고, 나는 연세중앙교회 청년회 새가족부에 소속했다. 그후 청년회 직분자가 되기까지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사랑과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신앙 안에서 성장하도록 내 눈을 열어 나를 보게 하셨고, 나를 고치셨다.
차갑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어릴 때만 해도 순둥이였던 나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친구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톡톡 할 정도로 뾰족한 가시가 무척 많은 사람이었다. 나대로는 바르게 산다고 하는 것이지만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늘 상처받기 일쑤였다.
부모님에게도 모진 부분이 있는데 하물며 친구나 교회에서는 더욱 차갑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청년회 차장 직분을 처음 맡을 때는 무척 어려움이 많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지…. 회원들에게 연락하고 그들을 챙겨주는 것조차도 힘겨워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 하며 마음속으로 불평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부장 직분을 맡으라는 권면을 받자 도망을 다니다시피 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런 나를 찾아오셨다. 금요예배 후 회원들과 합심기도를 할 때였다. 예수님이 머리에 가시면류관을 쓰시고 피 흘리신 모습으로 내 마음을 두드리셨다.
“이런 나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없겠니?”
예수님께서 물으셨지만 나는 거부했다.
“주님, 저, 진짜 못 하겠어요”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피 흘리신 모습으로 내게 물으셨다.
“이런 나를 전해줄 수 없겠니?”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신 주님의 모습, 그 사랑에 강철 같은 내 고집이 꺾이고 말았다. 그저 주님이 나를 써달라고, 순종하겠다고 울며 예수님께 약속하고 부장 직분을 맡은 지 어느덧 3년째다. 차디차기만 하던 나를 주님께서는 회원들을 위해 울게 하시고, 섬기게 하셨다. 그리고 그런 섬김이 얼마나 행복한 일임을 알게 해주셨다. 이젠 내가 섬겨야 할 형제자매들을 보기만 해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니 ‘하나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느껴본다.
직분 감당할 섬김이로 만들어져
그런데 내가 부장 직분을 맡은 후에 만난 회원들은 어쩌면 그렇게 옛날 내 모습을 그대로 닮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부장님께 떽떽거리며 투정부리던 그 모습 그대로 내가 섬기는 이들에게 돌려받고 있다. 그런 그들 때문에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예전의 나를 닮은 그들의 모습에 더 애착이 가고 기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섬기면서 하나님께서는 내 모습을 더 깊이 보게 하신다.
부장 3년 차인 요즘, 무척 교만하고 자아가 센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직분을 통해 은근히 나를 드러내려 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나 자신을 느낀다. 애써 섬겼는데도 ‘부장이니까 당연하지’ 하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거나, 내가 준 사랑이 기대치에 못 미쳐 토라지는 회원을 볼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낙심해 있을 때 주님께서는 “민영아, 왜 그러니? 왜 너를 드러내려고 하니?” 하며 깨닫게 하신다. 그럴 때마다 ‘주님, 제가 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심으로 가득 찼군요. 주님, 저는 이렇게 나약한 자입니다. 이렇게 내 속에는 선한 것이 하나도 없군요’ 하는 기도가 계속 나올 정도로 낱낱이 나를 보여주심에 감사했다.
주님께서 피 흘린 모습으로 “이런 나를 전해주지 않겠니?” 하고 물으신 음성이 요즘 “네가 받은 그 큰 사랑을 전해주지 않겠니?” 하고 더욱 세밀하게 들려온다. 내가 주님께 받은 그 사랑을 전할 때, 예수님을 믿지 않던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그 사랑의 통로로 나를 사용해달라고 더욱 기도하니 내 영혼이 더욱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오직 십자가에 피 흘리신 주님의 사랑, 그 사랑이 가장 큰 능력이며 힘임을 깨닫는다. 올해도 나를 써주실 주님을 기대하며 감사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