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9-11 14:35:11 ]
딸 잃은 슬픔으로 14년 살다 제초제 먹고 자살 시도
의료진 가망 없다 했으나 아내는 믿음으로 끝까지 기도
9일 만에 의식 회복하고 지금은 신앙생활에 기쁨 얻어
전용근
한평생 조상숭배에 찌들어 살았고 집안 역시 대대로 제사를 지내며 조상을 섬겼다. 집사람이 잠시 교회에 다니기도 했지만 내가 교회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자 가정이 평안해야 한다면서 이내 교회에 발걸음을 끊었다. 그러다 집사람이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신앙생활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살 기도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우울증에 걸린 막내딸을 그만 잃고 말았다. 그 후로 우리 가정은 산산조각이 났다. 집사람이 아현동에서 생활용품, 그릇 가게를 운영하는데 그해 그릇도매상 사장(이순자 권사)에게 전도받아 연세중앙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집사람은 비통한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죽자 살자 교회에 나갔다. 나는 나대로 괴로움을 잊어보려고 늘 술에 취해 살았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려 6번이나 자살시도를 했으며, 수면제 200알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 극적으로 살아난 적도 있다. 아들은 지인을 따라 집 근처 절에 나가기 시작했고 항상 불경을 손에 들고 읽었다.
나는 집사람에게 “가까운 교회도 많은데 왜 그렇게 먼 교회를 가느냐, 그 교회에만 예수가 있느냐” 하며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모진 핍박을 해댔다. 그러나 집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회에 나갔다.
집사람이 우리 집으로 구역식구들을 데리고 와서 구역예배를 드리는 날이면 대번에 성도들을 내쫓고 소금을 뿌렸다. 심방 온 교구장을 술기운에 지팡이로 때리기도 했다. 집에 있는 성경책을 다 태우고 문 앞에 걸려있는 십자가에 못을 박았다. 동네 사람들은 나를 반은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저녁에 집사람이 기도하고 오면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그고 길거리에서 지팡이로 때렸다. 그럴 때에도 집사람은 핍박하는 나를 미워하기보다 포기하지 않고 눈물로 기도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욱 아내를 핍박했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가 올 5월 6일 만취 상태로 농약을 마셨다. 제초제 한 병을 다 마신 것이다. 의식을 잃고 옥상에 쓰러져 있는 나를 집사람이 발견해 바로 시립병원으로 실려 갔다. 시립병원에서 위세척을 하고 바로 S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나는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들은 “너무 독한 약을 먹어서 살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내는 교구장님을 모시고 와서 아침저녁으로 기도했다. 집사람이 “하나님 아버지, 죽은 자 살리시고 병든 자 고치시고 눈먼 자 뜨게 해 주시는 우리 아버지, 남편을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라고 주님께 애절하게 매달리며 기다린다.
<사진설명 > 아내 송기자 집사와 함께.
집사람의 믿음의 기도
중환자실 면회 시간이 오전 10시, 오후 7시 두 차례다. 집사람은 면회 시간이면 대기하고 있다가 30분간 분초도 쉴 틈 없이 나의 가슴과 배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둘째 날부터는 교구장님과 하루 2차례 면회 시간마다 늘 함께 중환자실에 들어와서 기도했단다.
면회가 끝나면 바로 장사하러 갔다가 저녁 면회 시간에 맞춰 또 교구장님과 같이 와서 소나기 퍼붓듯 기도했다. 오직 하나님 한 분 붙잡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장사할 때도 기도, 손님 없으면 기도, 밤에는 망원동 기도처소에 가서 기도했단다. 집에 가서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기도하는 등 오직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의식중에 있을 때에, 꿈인지 환상인지 모르겠지만 침상이 있고 그 위에 황금으로 된 침대가 있는데 그 위에 내가 누워 있었다. 머리맡에는 미국 군인 같은 두 명이 나를 지켜 주었다. 옆에는 창문이 있었는데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올 때면 금 커튼이 휘날렸는데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의료진도 놀라는 회복 속도
집사람이 3일째 날 오전 면회 시간에 기도하다가 그간 싸늘하기만 했던 나의 몸이 뭔지 모르게 체온이 느껴졌다고 한다. 또 평소 집사람만 느낄 수 있는 내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꼭 내가 살아 있다고 집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9일 만에 의식을 회복해 깨어났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나를 보고 의료진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목에 관을 꽂아 음식을 넣어야겠다고 했다. 아내는 절대 반대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하루빨리 회복하게 하실 테니 절대로 뚫지 말라고 했다. 의사들은 아내와는 눈도 안 마주치고 계속 다른 가족들에게 목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내는 허락하지 않았다. 14일째 되던 날 나는 스스로 죽을 먹을 만큼 호전이 됐고, 산소호흡기를 떼고 말도 잘하자 의료진들이 놀라워했다.
그 후로는 눈을 감으면 귀신들이 나타나니 잠을 잘 수가 없어 괴로웠다. 그러나 매번 집사람과 교구장님이 와서 기도해 주고, 하나님 말씀을 전해 주며 “예수 믿고 세 식구가 잘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권면해 주어 힘이 되었다.
그리고 5월 22일에 S대학병원에서 퇴원해 적십자병원으로 옮겨 회복이 빨라 9일 정도 있다가 퇴원했다. 그 독한 제초제를, 그것도 한 병을 다 마셨으니 위에 깊은 손상을 입어 무척 고통이 따르는데 그런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신기했다.
소주 2병에 제초제까지 마시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데다 후유증도 없으니, 정말 하나님 살아 계신 것이 실감이 나서 자연스레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14년 동안 행했던 모진 핍박을 중단하고 주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집사람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기도해 준 덕분이다.
삶에 소망 넘쳐
그전에는 하나님과 천국 지옥이 있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는데 예수를 영접하고 나서는 집사람 핍박한 일이 하나님께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크게 회개했다. 처음에 교회에 와서는 “아멘” 소리도 내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통성기도 시간만 되면 옆 사람이 뭐라 하든 목이 터져라 기도한다. 기도만 하면 나도 모르게 뜨거운 회개의 눈물이 흐른다. 조상 마귀 절대 섬기지 않겠다고, 우리 집안 식구들도 조상숭배 하지 않고 예수 잘 섬겨 천국 가게 해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얼마 전에는 방언은사를 받았다.
지난 주일은 새벽 4시 반에 버스를 타고 와서 새벽예배부터 저녁예배까지 온종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전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누군가 몽둥이로 때리는 것처럼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더군다나 고관절이 아파서 늘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감사하게 예수 믿고 나니 통증이 싹 사라졌다.
늘 진통제를 먹어야 했는데 안 먹은 지 석 달이 됐다. 마음이 새로워지고 달라졌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그전에는 웃어도 진실한 웃음이 아니었는데 지금 웃음은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평온하다.
요즘에는 저녁에 아내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그전 같았으면 피곤해서 꿈도 못 꿀 일이다. 예수 믿고 나서는 피곤한 줄도 모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다시는 제사 지내지 않고, 아들까지 전도하여 오직 예수만 섬기는 가정을 이루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