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수기]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오다

등록날짜 [ 2013-03-12 11:09:08 ]

성경 공부하다 붙잡혔으나 금식기도 후 무사히 풀려나
다시 탈북하여 아이까지 임신… 남편과 한국행 결심
영적 갈급함을 느끼던 중에 연세중앙교회로 오게 되다

<지난 줄거리>
사촌오빠에게 속아 중국에 팔려갔지만, 같은 동네에 살던 탈북자 언니 소개로 교회에 나갔다.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고 회개하며 거듭날 무렵, 마을 촌장이 신고해서 북송됐고, 구류소에 갇혔다. 좁은 공간에서 다리도 펴지 못한 채 앉아 있어야 하고 이가 득실해 온몸을 긁어 피투성이요, 식사로 나오는 음식도 상한 죽 두 수저다 보니 모진 매와 고문에 많은 이가 죽어나갔다. 다행히 처음 탈북한 것을 참작해 풀려났는데, 집에 와보니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집안 사정이 엉망이었다. 형제들에게 예수를 전한 것은 감사했지만, 마음껏 예배할 수 없는 답답함에 다시 탈북을 시도했다. 원래 다니던 교회를 찾아가 신앙생활 하던 중,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다. 연이은 탈북에 이어 성경 공부를 하다가 잡혔으니,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순교를 각오하고
나와 같이 성경 공부하던 열 명은 그대로 붙잡혀 ○○도 간수소로 옮겨졌고, 남편은 밭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간수소에 있다가 다음 날 도문(두만강 국경도시)으로 이송되었다. 도문 변경에서 사진을 찍고 손도장을 찍고 북한 간수소로 옮겨 간 후, 한 명씩 불려 나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성경 공부를 하다가 붙잡혔다는 자료가 중국 간수소에서 넘어왔을 텐데, 새로 이송된 북한 간수소에서는 이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트에 나왔다가 잡혔다 했고,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생각나는 대로 답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임기응변으로 속여 대답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붙들린 사유가 기록된 자료가 언제 넘어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북송되면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감옥에 가거나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붙들린 전원이 죽기 살기로 하나님께 매달려 금식기도를 했다. 열 명이 한꺼번에 하면 눈치를 챌 것 같아서 두 명씩 조를 짜서 하루씩 번갈아 하기로 했다. 죽 두 숟가락만 먹다가 금식기도를 하니 극히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였다.

감사하게도 기도하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더군다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교를 각오하고 성경 공부를 시작한 터라 후회가 없었다. ‘그래, 주기철 목사님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고 그 믿음 끝까지 지키고 천국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꽉 들어찼다. 마음속으로나마 남편에게 ‘미안해요. 천국 가서 만나요’라고 인사까지 다 해두었다.

열흘이 지나 보위부에 조사받는 날이 다가왔고, 첫 번째 사람이 조사받으러 나갔다. 만약 성경 공부하다 붙잡혔다는 문건이 중국에서 왔다면 그냥 들어오고, 보위부가 그 사실을 모르면 신호로 콧구멍을 후비기로 약속하였다. 조사받으러 갔던 사람이 들어오자 모든 눈길이 그에게로 쏠려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가 코를 후비는 것이었다. 바로 그 문건이 북한에 안 넘어왔다는 신호였다. 일어나서 환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두 번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도 보위원이 묻기를 “집에서 마트 가다가 붙잡혔다며? 붙잡히지 말고 잘 살아야지!” 하며 웃기까지 했다. 저번에 잡혔을 때와 태도가 너무나 달랐고, 또 그때 마침 김정일 선거가 끼어서 잡힌 사람들을 다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방침이 있다면서 순순히 집으로 보내 주는 것이었다. 이번 일로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또 한 번 체험하고 나니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더욱더 의지하게 되었다.

한국 땅으로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 나자 감시가 붙어서 아무 데도 못 가고 협동농장에서 일했다. 그래도 축산작업반장이 밥하는 일을 시켜서 그나마 굶지 않고 강냉이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두 달 동안 집에 있으면서 동생들에게 또 예수 이야기를 꺼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에는 남동생이 그냥 앉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주일이면 혼자서, 때로는 동생과 함께 예배도 드렸다. 그러나 마음껏 예배드리던 중국 땅에 또 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남동생이 결혼한 후 감시가 덜해서 밖으로 다닐 수 있게 되니 또다시 두만강을 건널 생각만 했다.

2004년 9월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되어 와서 2005년 1월에 또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이번에도 무사히 중국에 있던 남편을 만났고 아이도 임신했다. 하나님께서 붙잡힐 줄 아시고 아이를 안 주시고 그때 주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했다. 아기를 해산할 때가 거의 다 됐는데 병원에 갈 돈이 모자랐다. 1000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은 두 달분 월급이었다. 그런 큰돈을 어디서 구할까 걱정이 태산 같았다. 또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회 사모님과 연락이 닿은 한국 집사님이 병원비를 대 주시겠다며 오셔서 돈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후 갓난아기를 안고 남편과 새벽예배부터 모든 예배를 드리며 신앙생활을 했다. 육체는 힘들어도 내 영은 기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중국에 살면서 ‘언제 잡혀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밤낮으로 문을 걸어 두어야만 했다. 밤에 잘 때도 옷을 다 입고 잠이 들었고 달아날 준비를 만반히 해 놓고 살았다.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공안(경찰)차가 오면 숨이 차게 도망을 쳤다. 며칠도 아니고 평생 이렇게 산다는 것이 두려웠다.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여 남편이 먼저 한국시험(취업비자)을 보고 합격해서 한국에 갔다. 그런데 도착한 지 3일 만에 남편 얼굴에 면풍이 와서 눈이 안 감기고 입으로 들어가는 밥을 다 흘리는 상태라고 전화가 왔다. 집에서 금식하며 정상으로 되게 해 달라고 날마다 기도하니 병이 나아졌고, 남편이 3개월 만에 돈을 보내 왔다.

여러 번 고비를 넘기고 라오스에 도착했다. 거기서 태국 가는 길은 험하고 죽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어서 겁이 나기도 했다. 산을 걸어서 넘어야 했는데 어떤 사람은 밤에 그 길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 사망하였고, 한 할머니는 팔뼈가 다쳐 태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계시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무사히 산을 넘었다. 이제 라오스와 태국의 경계인 악어강만 건너면 성공이었다. 그 악어강을 건너다가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작은 쪽배에 앉아 가다가 악어가 나타나서 딸을 물어서 그 엄마가 죽어가는 딸을 보며 통곡하다 정신을 잃고 후에 의식을 찾았어도 제정신이 아닌 정신분열증에 걸린 일이 있었다고 하니 강을 건너기가 너무 무서웠다. 다행히 쪽배로나마 강을 무사히 건너서 태국에 도착하여 탈북자들이 갇힌 곳을 찾아갔다.


<사진설명> 태국에서 붙잡혀 감옥에 있는 탈북민들.

우리 일행은 대부분 예수 믿는 사람들이라 갇혀서도 예배를 드렸다.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주님 사랑에 감사하여 태국 감방 안에서도 전도했다. 미리 와 있던 탈북자들에게 찬양도 알려주고 성경 이야기도 들려주고 하니 처음에는 안 믿겠다던 사람들도 두 달 동안 있으면서 예배도 잘 드렸다.

그러다 그중 한 명이 열병으로 앓아누웠다.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야 하는데 열이 나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큰소리로 방언 기도를 하며 이 딸이 열이 내려서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알고 예수 믿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더니 며칠 동안 나던 열이 내리고 그다음 날 비행기를 무사히 타게 되었다. 병 고침을 받은 그 자매가 예수를 믿겠다고 결심하였다. 그 후 한국에 도착해서도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그 자매의 모습을 보며 정말로 우리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능력이 많으신 분이라고 고백한다.

많은 탈북자에게 예수 전하고 싶어
한국에 와서는 중국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니 많이 나태해지고 영적인 갈급함도 생겼다. 그러던 중, 탈북자 한 분이 소개해 주어 연세중앙교회에 왔고 설교 말씀을 들어보니 이렇게 신앙생활을 해서는 천국 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고 이 교회를 만나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허리가 아파서 1년 정도 주사를 맞으며 물리치료까지 하고 있었는데,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3주 정도 설교 후 통성기도 시간에 믿음으로 손을 얹고 기도했더니 치유되는 체험도 했다. 올해는 북한선교국에 있으면서 부족하지만 영혼 관리하는 직분도 맡았으니, 앞으로 말씀을 꼭 붙들고 신앙생활 잘해서 많은 탈북자를 전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끝>

/정리 이연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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