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4-09 09:10:09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도해 준 우리 교회 성도들 덕분에
팔십 평생 주님을 모르다 죽음 앞두고 극적으로 구원받아
고선영
친정아버지는 노환에다 치매까지 왔다. 요양원에 계신 지 3년이 넘었는데 지난 연말께부터는 욕창까지 심하게 와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런데 우리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두 달째 되던 지난 1월 22일 새벽,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했다. 덜컥 내려앉은 가슴으로 교구장께 연락했다. 팔십 평생 예수를 믿지 않으셨는데 갑자기 임종하시면 그 영혼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싶어 어쩔 줄 몰랐다.
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교구장께 고맙다는 인사를 할 틈도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아버지의 눈이 거의 다 뒤집혀 있었다. 교구장님은 사망 권세를 물리치려고 계속 기도하고 보혈 찬송을 크게 불렀다. 아버지의 귀에 대고 연신 예수의 십자가 피 공로를 각인시켰다.
가족들 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
어느새 오빠와 언니들이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러 병실로 몰려왔다. 다들 교구장님과 지역장님이 기도하고 찬송하며 애쓰는 모습을 한쪽 구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김종선 사모님께서 오셔서 아버지 영혼이 예수 피 공로로 구원받아 천국 가게 해 달라고 애절한 심정으로 기도해 주셨다. 이윽고 간절한 기도가 끝나자 사모님께서는 “하나님께서는 기도한 대로 일하신다”며 믿음을 가지라고 위로해 주셨다. 교회 식구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언니들과 형부들은 그 사랑의 심정에 압도당하는 모습이었다.
정오가 훨씬 넘을 때까지 교구장님을 비롯해 교회식구들이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 곁에서 땀 흘리며 기도하고 찬송하던 중,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심한 욕창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괴로워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시는 것이었다. 거의 1분여 동안 입꼬리가 눈에 띄게 올라갈 정도로 웃으셨다. 밤새도록 통증으로 괴로워하던 분이 왜 갑자기 환한 얼굴로 웃으시는지 의아해하자 교구장님께서 “마치 천국을 보고 계신 것 같네요”라고 하셔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아버지께 정말 구원의 확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아버지께 흔들며 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 죄를 대신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거 믿지? 믿으면 ‘아멘’ 해 봐, ‘아멘’ 할 힘이 없으면 입술이라도 움직여 봐.” 그랬더니 아버지가 입술을 살짝 움직이셨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재차 물었다.
“아빠, 구원받았지? 예수님이 아빠 죄 사해 주시려고 십자가에 달린 거 믿지? ‘아멘’ 해 봐” 했더니, 아버지가 입술을 ‘아’ 자 모양으로 움직이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아버지가 내 말 다 알아듣고 있구나. 아버지가 예수를 구세주로 시인하는구나! 정말 아버지가 구원받았구나!’ 하는 확신이 서자 그제야 마음 깊은 곳에 평안함이 찾아왔다.
오후 3~4시경, 혈압이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졌다. 아버지가 평안한 얼굴로 잠드시자 한시름 놓였다. 병실에 온 가족이 함께 우두커니 있자니 이 기회에 가족예배를 드리면 좋겠다는 감동이 왔다. 교구장님께서 흔쾌히 예배를 인도해 주겠다고 하셨고, 비신자인 언니들과 형부들도 허락해 주어서 임종을 앞둔 아버지 곁에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교구장님의 권면으로 한 사람씩 아버지 귀에 대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비신자인 언니와 형부들도 “아버지, 이제 천국에 가서 편히 쉬세요”라며 천국을 소망하는 인사를 해서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준비한 회개의 시간
아버지가 편히 주무시자 오후 늦게 언니들과 오빠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 혼자만 아버지와 병실에 있으려니 ‘임종하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의 영혼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밀려왔다.
아버지 곁에서 밤을 지새우려 했지만 요양병원 규정상 어쩔 수 없이 귀가했다가 다음 날 일찍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베개 옆에는 휴지가 쌓여 있었다. 간호사 말로는 끊이지 않고 계속 눈물을 흘려서 그렇게 해놓았다고 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보노라니, ‘아, 회개의 영이 임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모님께서 기도해 주시고 가시면서 “기도한 대로 하나님께서 일하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하나님께서 아버지께 회개의 영을 주신 것 같았다. 아버지께 성경 말씀을 읽어 드렸더니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요일1:9).
아버지께 찬양도 불러드렸는데 내 눈에서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장례도 기도한 대로
오후 3시까지 아버지 곁에서 찬양하며 기도하다가 오빠가 요양원에 도착해 잠시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 챙기러 귀가했다가 서둘러 병원으로 가려던 차에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가셨다.”
아버지는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오빠를 보자 바로 임종하신 것 같았다. 아버지가 구원받은 확신이 섰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신을 덮은 천을 들춰 아버지 얼굴을 보았다. 여태 욕창으로 고통받던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깨끗하고 평안해 보였다. 잠자듯 평안하게 천국에 가신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빤 정말 좋겠다. 천국 갔으니까.”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 구원받고 천국에 가셨다는 기쁨과 함께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릴걸, 더 많이 기도해 줄걸, 찬양도 해 줄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장례식은 오빠가 연세중앙교회에서 장례식을 집례해 주면 좋겠다고 하여 기독교식으로 치렀다. 큰언니가 집안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반대했지만, 오빠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조화를 바치거나 향을 피우는 어떤 세상 풍습도 배제하고 백색 휘장을 두른 순수 기독교식 장례식장에 앉아 있으려니, 요양병원에서 흘리던 눈물은 온데간데없이 내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가 넘쳐났다. 영적으로 승리했다는 기쁨이었을까. ‘아, 주님 은혜로 정말 내가 큰 숙제를 마쳤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주님이 다 하셨습니다. 주님이 다 하셨습니다’ 하는 감사가 밀려왔다.
교회 분들이 산소까지 동행해 주어서 마지막 절차까지 완벽히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오빠는 “이런 큰일을 치른 적이 없어서 무척 걱정했는데 연세중앙교회에서 다 알아서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마치 누가 준비를 다 해놓은 것처럼 장례 순서가 순조롭게 진행돼서 무척 놀랐다”고 했다. 큰언니와 형부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연세중앙교회에 다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시간 내서 교회에 오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생애 마지막에 회개하여 천국 가는 은혜를 입고, 그로 말미암아 형제들에게도 복음이 들어가게 하신 것은 오로지 주님의 은혜다. 이젠 남은 친정 식구들도 구원받고 천국에 가도록 포기하지 않고 기도할 것이다. 걱정이 앞서고 막막하기만 하던 이 모든 일에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여 행하신 주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올린다.
/정리 한기자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