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9-03 01:12:31 ]
마흔세 살 나이에 임신, 기형아 수치가 높게 나오고
전치태반까지 더해졌으나 믿음으로 건강히 출산해
동해경 집사(1교구, 56여전도회)
지난해 1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터졌다. 아들 둘을 낳고 17년 만의 임신! 올해 마흔넷인 내게 임신 소식은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기가 막혔다. 병원에서 임신하기 힘든 몸이라고 해서 안심했는데, 이제 와서 아기가 생기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울지 막막해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아기를 주신 뜻을 헤아려 보았다. 남편이 예수 믿지 않는 우리 집안에 모태신앙으로 잉태된 아기를 주셔서 남편을 구원하시려는 뜻인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특별한 계획을 하고 계신 분이기에 누가 반대해도 꼭 아기를 낳으리라 결심했다.
임신 사실이 쑥스러워 고등학생인 두 아들과 여전도회 식구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 채 5개월이 지났다. 그 무렵에 병원에서 기형아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고령 산모라서 태아가 위험할 수 있다며 출산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당연히 “네”였다.
그런데 검사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태아의 신경관결손 수치가 높다며, 태어난다면 척추장애로 걷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검사도 받아 봐야 한다며 겁을 잔뜩 주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시누이에게만 그 사실을 알렸는데, 결국 남편 귀에도 들어갔다. 남편은 임신을 마땅찮게 여기던 터라 검사 결과를 듣더니 더욱 망설였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남편에게 말했다.
“아직 검사가 더 남아 있으니 검사를 다 받은 후에 결정합시다.”
그 후 나는 모든 것을 다 놓아 버린 채 하나님께만 매달렸다. 내 힘과 세상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전능자 하나님께서만 하실 수 있었다. 주위 분들은 다들 아기를 포기하라고 권유했지만 주님께서 주신 생명이니 어찌 못하겠기에 주님께 눈물로 기도하며 견뎠다. 임신 사실을 여전도회원들과 양가 가족에게 알려 기도를 부탁했다.
정기검사 날, 의사가 물었다.
“재검사 하실 거죠?”
“아니요. 검사하지 않고 그냥 낳을 거예요.”
의사는 놀라며 되물었다.
“기형아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재검사 하지 않는다고요?”
단호히 이야기했다.
“네, 그냥 낳을 겁니다.”
의사는 차트에 ‘산모가 재검사를 거부’라고 적어 넣었다.
남편과 시누이에게는 병원에서 태아가 정상이라고 하더라며 둘러댔다. 그렇게 말은 해 놓았지만 내심 걱정됐다.
‘기형아를 낳으면 어떡하나?’
마음을 졸이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기도할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임신 9개월째, 마지막 정기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의사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전치태반이라 아기 낳기가 위험하겠는데요. 제왕절개수술을 하더라도 너무 위험해요. 의뢰서 써 줄 테니 K대학병원으로 가세요.”
정신을 잃을 뻔했다. 너무 큰 충격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정신 차리고 교구장과 여전도회장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렸다. 무섭고 두려웠다. 남편과 시댁에는 받지도 않은 검사를 받았다고 했고, 결과도 정상이라고 말했는데, 전치태반이라니! 오직 주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주님 앞에 나는 철저히 녹아 버렸다.
K대학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마치고 나서 의사가 말했다.
“출산할 때 많은 출혈이 예상돼요. 또 잘못되면 자궁을 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산모가 위험합니다.”
남편을 부르라고 했다. 위험한 분만이라 보호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으로 허겁지겁 달려온 남편은 의사에게 모든 상황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남편은 아기와 산모 둘 다 위험하다면 산모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의사와 실랑이 끝에 내 의지대로 자연분만하기로 하고 귀가했다. 그 사실을 교회 식구들에게 알리자 나를 아는 믿음의 지체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인 양 진실하게 중보기도 해 주었다. 담임목사님과 사모님께도 안수기도를 받으며 오로지 주님만 의지했다.
출산 당일, K대학병원에서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산모인 내 양쪽 팔에 수혈받을 굵은 바늘 두 개를 꽂고 위급수술 준비를 모두 해 놓고 나를 분만실로 데리고 갔다. 17년 만의 출산은 첫아이를 낳는 것과 다름없다고 의사가 말한 터라 수술이 길어질 줄 알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 시각, 내가 소속된 여전도회원들은 교회에 모여 무사히 출산하게 해 달라고 중보기도를 해 주었다. 3시간 진통 끝에 드디어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기 상태를 물었다.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였다.
병원 측에서는 아기 상태를 확인하려고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검사를 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판명이 났다. 의료진은 아기뿐만 아니라 내 상태에도 온 신경을 기울였다. 출혈이 계속되었다. 긴급 수술을 할 수도 있으니 음식은 입에 대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출혈이 멈추었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주님께서는 나를 통해 온전한 회개기도를 받으시고 우리 가정에 아기 주시기를 원하셨을까. 임신 사실을 안 때부터 10개월 가까이 매일같이 회개의 눈물로 예수 피 공로 앞에 온갖 더러운 죄를 깨끗이 씻게 하시고, 건강한 아기를 품에 안게 하셨다.
첫아이도 2년간 인공수정 끝에 주님께 기도하여 잉태했으면서도, 믿음이 적어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지 못한 점, 너무나도 죄송하다. 17년 만에 셋째 아기가 무사히 태어난 일을 계기로,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살아 계셔서 내 기도를 들으시고 꼭 필요할 때 응답해 주신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기 출산을 계기로 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의지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주님께서 앞으로 이 아기를 통해 불신앙의 가문을 믿음의 가문으로 바꿔 주시리라 기대한다. 또 주님께서 세우신 계획 가운데 주신 이 아기가 마지막 때에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해 값지게 쓰임받기를 기도한다.
가장 절박한 시기에 나와 한마음으로 진실하게 중보해 준 모든 믿음의 지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이 모든 영광, 주님 홀로 받으시옵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40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