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1-26 14:15:20 ]
어릴 적 쌓인 미움이 결국 인생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어
하나님 말씀으로 은혜 받고 성령 충만하니 모두 풀어져
구정희성도(3교구)
연세중앙교회에 온 지 13개월 됐다. 올해 40세인 내 인생에 비하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인데도 나는 그전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조울증으로 정신과 병원을 드나들고, 가정은 파탄 직전으로 치달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지 어느덧 6년여. 그런 내가 이제는 당당한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으며, 가정에는 따스한 온기가 감돈다. 연세중앙교회를 통해 내가 만난 예수를 소개하고 싶다.
조울증으로 정신과치료 받아
2013년 12월 중순, 집 근처 미용실 주인(우경천 집사)에게 연세중앙교회를 소개받았을 때, 나는 한 달간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다가 퇴원했을 무렵이었다. 조울증 발작이 원인이었다. 의사는, 조금만 방치했더라면 정신분열증까지 갈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기분이 주체할 수 없이 좋아지는 조증, 적게 나오면 기분이 가라앉아 무기력과 절망에 빠지는 우울증. 이 둘 사이를 오가는 감정상의 장애가 조울중이다. 특히 우울증은 미래가 온통 잿더미로 보인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해서 쓸데없는 걱정을 태산같이 쌓고 산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한 채 걱정근심으로 밤을 지샌다. 사고가 느려지고 말이 어눌해서 소통을 거의 못 하고 그저 듣기만 한다. 일일이 말대꾸를 하지 못하면 상대는 나를 마치 바보로 보는 듯하다. 지인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피해의식으로 죽고 싶어진다. 하필 왜 내가 이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현대의학에서는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완치도 거의 안 된다고 했다. 두려웠다. 이러다가 영영 못 고칠까 봐.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자로 볼까 봐....
조울증의 원인 중에는 성장과정에서 겪은 ‘역기능 가정’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내겐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있었다. 엄마보다 열 살 위인 이모다. 중학교 1년 때부터 20세 때까지 그 이모에게 수시로 매타작을 당했다. 동생과 둘이.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맞기만 했다. 어린 나이에 누구에게도 그 고통을 하소연할 수 없었다. 그 미움을 일찌감치 털어 냈다면 내가 자유로울 텐데, 병이 깊어지지 않았을 텐데, 세월이 지나도 용서가 안 됐다. 미움이 화인(火印)처럼 가슴에 새겨져 절대로 지워지지 않았다.
결혼하면 이모의 폭력에서 벗어날 것 같아 서둘러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생활 역시 평탄치 않았다. 우리 부부가 행복했던 기억은 1년뿐. 남편이 실직해 경제력을 잃자 불안해졌다. 그런 상태가 수년간 이어지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조울증세가 처음 드러났고,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으면 몸이 맥을 못 추고 가라앉았다. 매사 귀찮아져서 잠만 잤다. 설거지가 쌓여도 온종일 그냥 뒀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회 다니는 분과 친해졌다.
“자살하고 싶다. 이 고통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무심코 속마음을 비춘 말에 그 집사님이 화들짝 놀랬다.
“자살하면 지옥 가!”
이 세상 사는 것도 생지옥 같은데 죽어서까지 지옥 가기는 싫었다. 그 후 집사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노라 했지만, 하나님이 아니라 그 집사님을 의지했다. 수년간 계속된 남편의 실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 집사님에게 하소연했다. 집사님은 차츰 지쳐 갔다. 사실 조울증 환자를 상대하기란 인내의 한계를 보는 일이다. 더는 받아 주기 힘드셨을 터다.
내 손 놓지 않으신 주님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자 다시 조울증 발작이 일어나 한 달간 정신과에 입원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나를 놓지 않으셨다. 미용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연세중앙교회에 오게 됐고, 윤석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으며 예수를 믿는 목적을 바로 깨달았다. 세상에서 소원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천국과 영생이 최종 목표였다. 원죄가 무엇인지, 내가 왜 죄인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 내 죄를 사해 주시려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이 심령에 믿어질 때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살아왔다. 남편과 세상 사람들을 다 속여도, 하나님만은 속일 수 없다는 걸 몰랐다. 잘못 살아온 세월과 죄를 예수의 피 공로 앞에 회개했다.
연세중앙교회에 5주째 출석한 날, 성령 충만을 받아 방언을 말했다. 내 영혼의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는 영적 기도를 하게 된 것이다. 성령을 받으니 그렇게 끊기 힘들던 담배를 한 번에 끊었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 오리라”(요14:18)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하나님을 배신하지 않으면 하나님은 절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확신도 생겼다. 나는 드디어 하나님을 붙잡았다. 아니, 하나님이 나를 붙잡아 주셨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너무나도 외로웠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옳고 그름을 말하려 했다. 나는 누구를 비판하고 정죄하기보다 그저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지금 나는 외롭지 않다. 기도할 때마다 내 얘기를 다 들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니까. 언제 어디서나 나와 대화할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니까. 힘들 때마다 성령께서 이겨 낼 힘을 주시고, 분별이 안 될 때마다 훌륭한 직분자들을 보내셔서 권면해 주신다. 이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혼자라고 느낀 건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다시 웃게 해 주신 하나님
성령의 임재를 통해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으니까 살 이유가 생기고, 나도 세상에서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자격증을 따고 얼마 안 있어 취직을 했다. 직장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으며, 밝은 성격이라면서 다들 좋아해 준다. 남편도 지난 연말 수년 만에 취직했다. 새벽예배에 나가 남편을 집안의 가장으로 세워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요즘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빨리 응답하신다.
또 요즘 들어 하나님의 은혜로 활짝 웃고 지낸다. 힘든 시절에는 내가 다시 웃게 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연세중앙교회를 진작 만났더라면, 6년이란 고통의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지금도 조울증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집에만 갇혀 있지 말고 우리 연세중앙교회에 나오라고, 예수를 믿고 기도하고 맡기라고, 하나님은 당신을 소중히 여기신다고 말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교회에 오면 당신을 도와줄 분이 많이 있다.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며 조울증을 하나님 말씀으로 이겨 내고 참평안을 누리기를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42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