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다 되어 갈 무렵, 문득 교회 새가족부장이 떠올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자를 보냈다.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몇 초 지나지 않아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첫마디에 나를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겼다. 고마웠다. 용기를 내서 답답한 내 사정과 술·담배를 끊지 못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술·담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부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기도하면 주님께서 해결해 주세요” 한밤중에 전화기를 붙잡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진실한 마음에 감동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당시 아내와 장인은 탕자인 나를 연세중앙교회로 인도했다.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주님을 떠나 매일 술로 보내면서 알코올 중독이 찾아왔고, 삶의 의욕도 사라져 그저 죽고만 싶었다. 예배당 5층 맨 꼭대기에 앉아 예배드리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한때는 성령 충만을 받아 방언도 말했는데…. 주님께 죄송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나 자신이 답답해도 하소연할 데 없던 참이었는데, 새가족부장과 통화하고 나니 신앙생활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뜨거워졌다.
술과 담배는 내 의지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날부터 저녁마다 교회에 왔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회개부터 시키셨다. ‘어떻게 말씀대로 다 살아?’‘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나님 말씀을 거부한 것을 회개하니 하나님 말씀을 바로 보는 눈이 떠졌다. ‘하나님 말씀은 나를 옭아매는 결박이 아니라 영원한 복을 주시려는 사랑의 당부구나!’ 이젠 하나님 말씀에 대한 의심과 오해는 사라졌고 예배 때 들은 말씀에 순종하니 기쁨이 넘친다.
애타게 기도하니, 그렇게 즐기던 술이 입에도 대기 싫어졌다. 담배는 흡연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다녀온 후로 끊었다. 그러고 보니 술·담배를 끊은 지도 1년이 지났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커서 충성하고 전도하는 데 절대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얼마 전, 교회 지붕 공사를 하는 걸 보니 충성자가 필요할 것 같았다. 선약을 미루고 충성하러 갔다. 지붕에서 일하니 뜨거운 햇볕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그런데 안수집사님과 남전도회원들은 마스크를 끼고 3m 거리를 지키며 충성하면서도 얼굴엔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은혜를 많이 받았다. ‘나는 그 큰 은혜를 받아놓고도 아직 멀었구나, 저분들처럼 언제나 기쁘게 충성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나 같은 죽을 죄인을 사랑하셔서 연세중앙교회로 인도해 주시고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게 하시는 주님께 무엇으로 감사할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내와 장인, 수많은 분의 섬김과 기도 덕분이다. 내가 받은 사랑으로 나같이 힘들어하는 이들을 섬기고, 기도해 주는 자가 되고 싶다. 참평안을 주시고 새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김은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68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