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주님 제가 다시 왔어요, 사용해 주세요

등록날짜 [ 2018-12-14 00:42:28 ]




청년 때부터 수년 동안 직분 감당해

결혼하고도 지역장으로 영혼 섬겼지만

힘겹게 직분 감당하다 직분 내려놓자

온갖 악재가 가족과 개인을 짓눌러

다시 주님께 돌아와 오직 순종을 다짐


#2010년. 시어머님이 이상해지셨다. 신앙생활 잘하시던 분이 밤에 수차례 밖에 나가 어두운 길거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밤을 지새우고 들어오셨다. 또 가족과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교회 직분자들이 심방 오겠다고 해도 거절했다. 그런 상황이 3개월이나 계속됐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온 가족의 근심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족회의 끝에 어머니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나 역시 어머니가 안타까워 제대로 먹지도 잠들지도 못해 살이 급격하게 빠졌다. 인자하신 분이 갑자기 이 지경이 되니 너무나 난감했다. ‘최후의 보루는 하나님’이라는 생각에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려 기도했다.

1995년 연세중앙교회에 등록하고 뜨겁게 믿음생활 했었다. 청년일 때라 영혼 섬김 직분을 8년간 맡았다. 그사이 내 개인사정은 다 내려놓고 주님이 맡겨 주신 직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주님, 제가 청년회 때 주님 앞에 충성한 일 가운데 조금이라도 주님을 기쁘게 한 일이 있다면 그것 보시고 우리 어머니 고쳐 주세요.” 목 놓아 울며 기도했다.

기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알 수 없는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났다. ‘내일이면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 가야 하는 이 심난한 상황에 내 마음을 채우는 이 기쁨은 뭐지?’ 싶어서 의아하기만 했다.

다음 날 온 가족이 모였다. 그런데 잠자리에서 일어나신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온 가족이 다 모인 거니?”

가족들이 깜짝 놀라며 “기적이 일어났다!”고 외쳤지만 나는 그것이 지난밤 하나님 앞에 드린 애절한 기도 응답이라는 걸 직감했다. 어머니는 건강을 회복해 예전처럼 신앙생활 잘하시고 전도도 열심히 하신다.

그해 지역장 임명을 받았다. 영혼 섬김이 얼마나 힘든지 익히 청년 때 뼛속 깊이 경험했기에 기쁨보다는 부담이 컸다.


#2016년. 5년간 지역장 직분을 감당 후, 스스로 직분을 내려놓고 타 기관 직분자로 지원했다. 우리 교회 교구장·지역장 직분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성도들의 영적생활 관리에 생각과 마음을 늘 들고 산다. 직접 영적 전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맞닥뜨려야 할 일이 많기에 신경은 늘 곤두서 있다. 늘 기도로 무장해서 성령 충만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기에 삶 자체가 언제나 ‘대기 중’이다. 그런 영적 전장에서 5년을 뛰고 나니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지역장 직분을 내려놓고부터 ‘이젠 내가 하고 싶은 일 해 가며 살아야지’ 하며 평소 하고 싶어하던 일을 했다. 육신의 일에 마음을 쏟다 보니 기도 분량이 지역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줄었다.

그러다가 지역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영적 전쟁이 몰려왔다. 친정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더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몰아쳤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 일이 끝난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이 마음을 짓눌렀다. 지역장 직분을 내려놓은 2년간 사건사고의 광풍 속에 몸에 적신호가 왔다.  

몸무게가 5kg이나 빠지고 삶이 피폐해졌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산처럼 짓눌러 오고 나서야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썩어질 육신 편하게 살고 싶은 욕심에 주님이 쓰시겠다고 주신 지역장 직분을 내버리고 돌아서던 나의 매정함에 주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나요? 목숨 바쳐 주님 일 감당하겠다고 눈물 어린 서원을 드리며 순종하던 제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나요?’ 회개의 오열이 터져 나왔다.


#2018년 겨울. 고통의 길을 돌고 돌아 주님 앞에 다시 섰다. 이제 주님이 마음껏 쓰시도록 나를 주님께 맡기려 한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리신 피로 값 주고 나를 사셨으니 사나 죽으나 나는 주님 것임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 주님 일을 하라고 건강을 회복시켜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이제 하나님 자녀 된 권세를 당당하게 선포하며 주님의 일을 내 몸에 채우며 전진하려 한다.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 주소서.”


/ 동해경 기자



김미경 집사(18교구 1지역장)

위 글은 교회신문 <60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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