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7-07 11:31:10 ]
5년 전 시동생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가족 모두 슬픔에 잠겼다. 남동생을 무척이나 아끼던 남편도 그날 이후 큰 충격을 받아 술을 의지해 살았다. 주말에는 집에도 들어오지 않은 채 방황하곤 했다.
하루는 남편에게 “오늘만은 결코 안 된다”며 소매를 꼭 붙들었으나 남편은 끝까지 말리던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친 채 집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비보였다.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가 중환자실 대기실에 앉아 시계를 쳐다보니 오전 9시 28분이었다. 그때부터 내 삶의 시곗바늘이 멈췄다. 남편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뇌경색 후유증으로 오른쪽 반신마비가 오고야 말았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남편은 아내인 내 손길을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다. 나보다 몸집이 큰 성인 남성을 간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집안의 가장이 쓰러지니 생계마저 막막해졌다. 남편을 간병해야 해서 10년 넘게 하던 조리사 일도 그만두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과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 지옥 같은 하루하루였다. 어떤 날은 내게 닥친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워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남편을 원망하던 지난날 회개
“멀고 험한 이 세상길 소망 없는 나그네의 길/ 방황하고 헤매이며 정처 없이 살아왔네/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위로받고 살고파서…”
찬양의 가사가 꼭 내 인생길 같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의지할 곳 하나 없고, 살길을 찾고 찾다 주님께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연희동성전 연세가족이었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사고로 오른쪽 눈과 팔을 크게 다쳤을 때 담임목사님과 성도들이 지하성전에서 아버지가 회복되기까지 기도해 주신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어려서부터 생명의 말씀을 듣고 은혜받기를 사모해 뜨겁게 찬양하고 예배드렸는데…. 청년이 되면서 구원받은 감격과 감사를 잃어버려 주님과 멀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아픈 남편을 간호하면서 연세중앙교회에 다시 나와 예배드리고 회개하며 주님과 사이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금요예배를 드리는데 갑자기 어깨가 빠질 듯 아팠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교회 오기 전, 아픈 남편을 씻겨 주었는데 그동안 남편을 돌보느라 몸에 무리가 온 것일까. 그동안 켜켜이 마음에 쌓아 둔, 그리고 억누르고 억누르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통증이 무척 심했으나 예배 시간이었기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참았다. 얼마 후 설교 말씀이 끝나고 통성기도가 시작됐다. 그런데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당장의 고통을 사라지게 해 달라는 기도보다 뜻밖의 기도를 하도록 감동하셨다.
‘남편을 원망하지 않게 해 주세요. 원망한 죄를 회개하게 해 주세요!’
예수께서는 비신자인 남편을 위해서도 모진 고난과 핍박을 받고 그 영혼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피 흘려 주셨는데, 하나님의 아들이 죽어 주신 사랑을 받아 놓고도 남편을 미워하고 있다니…. 그동안 남편을 원망하던 죄를 뜨겁게 회개하고 질병과 악한 영이 떠나가도록 예수 이름으로 기도했다. 그러자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어깨가 새털같이 가벼워졌다. 내 안에 쌓여 있던 죄를 회개했더니 어깨 아프던 것까지 주님 은혜로 다 나은 것이었다.
고난은 주님을 깊이 만날 축복
올해 작정기도회 기간에도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 바가 크다. 두 달 전, 갑자기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고 했다. 인상한 월세를 못 내면 집을 비워야 했다. 남편은 뇌경색 환자이고,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하고 있는 형편인데 집세를 낼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쫓길 위기였다.
여전도회와 교구식구들에게 급히 중보기도를 요청하고, 작정기도를 하면서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했다. 마침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입주 모집 중인 주택이 있어 신청했다. 1차 서류통과심사 발표가 3개월 후여서 우리 집 사정과 맞지 않았지만 기도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서류심사가 통과되었다. 할렐루야!
2차, 3차 심사가 남았기에 서류통과 통지서를 끌어안은 채 요한성전에 가서 애절하게 울면서 기도했다. “주님! 눈비만 피할 수 있는 작은 집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삶의 터전을 주세요!” 그러자 주님께서 이 기도에도 응답해 주셔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다 설명하지 못하나 이사 갈 집을 응답받았다. 오는 7월 26일 연세중앙교회 궁동성전 근처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교회 근처로 이사한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 몹시 설렌다. 이사한 후로는 더 많이 기도하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면서 영적생활 잘하리라 다짐한다. 궂은 충성이라도 두 팔 걷어 하겠다고 주님께 약속했다. 교회 근처에 살면서 더 많이 기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영혼 구원도 속히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인데도 주님께서 항상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채워 주신다. 일면식도 없는 세탁소 아주머니가 좋은 옷이 나올 때마다 나를 챙겨 주고 동네 마트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를 전해 살림에 보태 주신다. 주님이 보내 주시는 도움의 손길이다.
인생의 시련과 고난은 주님을 만날 복된 기회다. 나의 주인 되신 주님이 늘 나를 단단하게 세우신다. 예전 연희동성전부터 노량진성전 시절, 중·고등부 감사예배 때마다 감사의 글을 올려 드리던 첫사랑의 믿음으로 다시 한번 강단에 올라 주님께 감사 글을 올려 큰 영광을 올려 드리고 싶다. 지금도 내 마음에 살아 계신 주님!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이선화(64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7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