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11-09 22:43:44 ]
배 속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딸아이 지켜주신 하나님
세상의학은 절망을 말하나
하나님은 고난도 복으로
바꾸시고 더 큰 은혜 주셔
김자경(유아부 교사)
예정일을 석 달 앞두고 시작된 예상치 못한 진통. 한밤중 응급실로 옮겨져 긴박하게 출산을 해야 했다. 양손에 꼭 들어갈 만큼 작은 아이. 770g, 초미숙아. 둘째 딸 니엘이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니엘이의 이른 출산은 어찌 보면 예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딸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자 담당의는 아기집 모양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후 임신 12주 차 정밀검사에서는 심각한 태아수종이 발견됐다. 태아 신체에 림프액·장액 등이 괴어 몸이 붓는 선천성 질병…. 의사는 대부분 20주 안에 사산된다며 산모의 건강을 심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며 중절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우리 부부는 생각이 달랐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인데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겠는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어느 때보다 더 애타게 기도했다.
임신 16주 차가 되니 산부인과에서는 더는 조치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대학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은혜와 응답으로 그사이 태아수종은 싹 사라져 있었으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또 다른 절망이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산까지 아기를 지켜 주신 하나님
대학병원에서는 “태아수종 증세가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더 정확한 결과를 위해 양수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아기에게 이상이 있든 없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므로 당연히 낳을 것이기에 불필요한 검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는 우리 부부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 암담한 말을 전했다. 이대로 태어나더라도 니엘이 같은 염색체 이상의 경우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없다고…. 해당 염색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은 무려 90% 이상이 생후 2~3개월만에, 나머지 10%의 아기들도 4~5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고….
세상 의학이 진단한 절망적인 말 앞에 눈앞이 캄캄했으나, 잠시라도 생각이 약해지거나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때부터 하나님 말씀을 붙들고 주님만 의지했다.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크나큰 문제 앞에 창조주이시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기를 더 사모했다.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시도록 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기도하고 애태우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다.
그렇게 한 주, 두 주 시간이 흐르더니 자연 사산될 것이라던 20주를 무사히 넘겼다. 정말 하나님이 지켜 주시고 여기까지 인도하신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다 28주가 됐을 무렵, 새벽에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니엘이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출산 후 3일 만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처음 만난 니엘이는 너무나 앙상한 모습이었다. 신생아 평균 몸무게의 4분의 1도 안 되는 초미숙아, 더구나 모든 장기에 문제를 지니고 태어나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이 세상 누구보다 연약하면서도 고통 중에 있는 아기를 어미로서 바라보는 것은 주님께 기도하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조그마한 몸에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미어졌고, 혈소판 수치가 낮아 빈혈이 발생할 때마다 수혈을 받는 것도 안쓰러웠다. 위와 폐가 덜 자라 소화 능력이 없는 탓에 금식도 잦았다. 스스로 모유를 먹는 일도, 호흡하는 일도 힘들어 수액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잦은 호흡 곤란과 그로 인한 청색증 등…. 생사를 오가는 위기를 숱하게 겪어야 했다. 하지만 배 속에서도 그러했듯이, 하나님께서 아기를 지키심으로 매 순간 고비를 넘기게 해 주셨다.
하나님 보시기에 온전한 딸아이
코로나19 탓에 아기를 만나는 면회도 일주일에 한 번, 단 30분만 허용됐다. 면회 시간이 되면, 니엘이에게 “니엘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찬양을 불러 주면서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해 주었다. 일주일에 단 30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니엘이를 위해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가족들의 진실한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해 주고 싶었다. 염색체 이상 탓에 접혀 있는 니엘이의 손을 펴며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만든 생명이니 정상으로 만들어 주세요! 나사로의 이적처럼 우리 니엘이의 모든 질병을 완전히 고쳐 주셔서 하나님의 은혜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해 주세요! 우리 니엘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보여 주세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은혜의 체험을 했기에 가장 좋은 것만 주시는 나의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번 기도에도 응답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하나님의 응답은 나와 다른 방향이었다. ‘그렇게 해 주마’라는 감동 대신 다른 말씀을 내게 전해 주셨다. ‘자경아, 정상으로 만들어 달라니. 니엘이는 내가 보기에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아이란다. 나는 결코 실수하지 않는단다.’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을 들으면서 머리를 ‘쾅’ 하고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정상’이라는 말은 육신의 기준이었다. 육신의 상태로 매긴 내 생각이요, 내 기준이었다. 햇빛만 받아 울창한 나무든 그늘 속에서 야윈 나무든 다 제 몫의 임무가 있는 하나님의 생명이듯이 니엘이는 하나님의 뜻 가운데 태어난, 하나님이 보시기에 온전한 아이였다!
우리의 작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 그때부터 니엘이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기도 내용이 180도 바뀌었다. 하나님의 크신 계획과 섭리 안에서 딸아이를 바라보니 그동안 걱정하던 것도 싹 사라지고 평안이 밀려왔다. 감사가 넘쳤다. 니엘이는 누구보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받는 행복한 아이였다.
아기 위해 기도하며 죄악도 회개
연약한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아이 엄마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 속에도 주님이 주시는 은혜가 어찌나 큰지, 아기 문제를 두고 기도하면서 내 안에 오랫동안 숨겨져 있어 깨닫지 못하던 죄악들도 바로 알고 회개할 수 있었다.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불신앙과 의심, 주님을 제쳐 두고 내가 영광 받으려 한 교만, 사람 의식하는 가식과 위선, 감사에 인색하던 지난날 등 왜 이런 죄악들이 여태까지 보이지 않았던지….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회개하면서 드러나는 죄가 많아 부끄러웠고 어디든 숨고 싶었다. 그리고 회개할수록 참 평안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진짜 주님 안에 거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열심히 기도하고 충성하고 전도하는 그 열심이 신앙생활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는데 주님과 인격적인 만남과 교제 안에서 주님만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나는 죽고 예수님만 위해 사는 것이 신앙생활이구나!’
그렇게 주님께 진실하게 회개한 후 내 영과 혼과 육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놀라운 은혜를 체험했다. 가장 먼저 내 안에 있던 의심과 불신앙이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절대적 믿음으로, 때때로 찾아오는 극한 두려움과 정죄감은 주님의 크심을 인정하면서 담대함과 평안함으로 바뀌었다. 감사에 인색해 하루에 한 번 ‘감사’라는 단어를 내뱉을까 말까 했는데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범사에 감사하게 됐다.
이렇게 내 영혼이 주님 은혜 안에 회복되니 첫아이 낳고 생긴 요실금, 여름만 되면 간지러워 부풀어 오르고 붉어지던 피부병, 허리 통증, 손가락 관절통 등 수많은 고질병도 주님께서 깨끗하게 고쳐 주셨다. 주님이 하신 일이다. 할렐루야!
하나님 주신 선물 하나님 뜻대로
니엘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 니엘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다. 현재 체중은 9.3kg로 또래 몸무게를 따라잡을 만큼, 아니 오히려 더 나갈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모든 장기에 장애가 있어 아직 퇴원할 수 없고, 그마저도 상태가 악화하고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만 전해 듣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 하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부부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모든 것을 맡기며 오늘도 평안하게 지내고 있다. 요즘 나를 보는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밝으세요?”
아버지의 뜻이 가장 선하시고 완벽하심을 온전히 신뢰하기에 미소 지을 수 있다. 나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본다. 병상에 누워 있는 이 아기를 통해 하나님은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신다. 니엘이를 위해 기도하도록 하면서 많은 이의 기도 불을 지펴 주셨고, 많은 이의 관점을 바꿔 주셨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중 가장 마음 아프고 힘든 일을 겪었다. 동시에 가장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넘쳐 나는 요즘, 아기를 창조하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귀한 아기를 우리 가정에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며, 아기의 미래도 하나님이 주관하시기에 기도한다. 이 아기를 창조하신 아버지의 계획과 뜻을 온전히 이루시기를,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고난을 통해 나를 만나 주시고 온전한 믿음과 회복을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올려 드린다. 혹시 지금 고난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것은 고난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체험할 수 있는 복된 기회임을, 또 나를 뜨겁게 만나 주시려는 아버지 사랑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임을 꼭 아셨으면 좋겠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14:27).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안을 주신 나의 아버지께 모든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2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