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족 은혜나눔]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등록날짜 [ 2022-02-09 11:38:24 ]

십자가 피의 공로로 모든 고난

갚아주시고 평안 주신 예수님

탕자처럼 세상에서 방황하다가

병든 몸으로 돌아온 이 죄인을

고쳐주시고 주의 일에 써주시니

염치없고 송구하나 감사 넘쳐

주님 주신 직분 죽도록 충성하리

이인숙 지역장(3교구)


고3 수험생 시절,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쉽게 피로해지는 등 이런저런 증세가 심상치 않아 병원을 찾아 피 검사를 받아 보니 B형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B형간염은 심해지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기에 부모님과 나는 근심에 쌓였다.


사모인 큰언니는 내 소식을 전해 듣고 주님께 기도해 고침받을 것을 당부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때부터 새벽마다 잠을 깨어 40일간 작정기도를 하나님께 올려 드렸다. 내 모든 문제와 질병을 주님께 맡기고 어머니와 함께 간절함으로 병 낫기를 작정기도 한 것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기도하면서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다. 작정기도를 마치던 날에는 나도 모르게 주님께 서원 고백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 제 병을 고쳐주시면, 주의 길을 가겠습니다. 주의 종이 되겠습니다. 제 인생을 주님께 드립니다.” 진실한 고백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며 ‘예수 믿는 자로서 구별되게 살리라’ 결단도 했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볍고 마음에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다. 입에서는 찬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내 모든 질병을 담당해 주신 예수

새벽 작정기도를 마친 후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다시 했는데 깜짝 놀랄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뭔가 놀라움과 환희에 찬 표정으로 검사 결과를 전했다. “기적이 일어났어요. 의사생활에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한 달 전만 해도 간수치가 560 이상이라 위험했던 간염 수치가 뚝 떨어져 비활동성 보균상태가 됐다는 것이었다. 간염균은 가지고 있으나 활동을 멈췄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된 것이다. “천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는 의사의 말처럼 참으로 주님이 하신 일이었다.


새벽 작정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깨닫게 되니 주를 위해 사는 인생으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배 태도도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예배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참지 못할 만큼 진실하게 예배드렸고, 시간만 나면 교회 가고 싶고, 전도하고 싶고, 충성하고 싶고, 온종일 주의 일을 하는 목사님이 제일 부럽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때부터 내 마음속에 물음표가 하나 생겼다. ‘내 삶을 주님께 드리겠다고 고백했는데, 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몇 년 후 이십대 중반 무렵부터 사모세미나에서 큰 은혜를 받은 큰언니의 권유로 당시 노량진성전에 있던 연세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영적생활, 기도생활을 마음 쏟아 하며 해외선교국에도 7년간 소속돼 단기선교를 다섯 차례 다녀왔고, 마지막 선교지인 파키스탄에 다녀온 후 선교 비전도 품게 됐다. 몇 년 후에는  지금의 남편과 믿음의 가정을 꾸렸다. 주의 길을 같이 갈 동역자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곤 했다.


그러던 중 40세 때, 교구식구들을 섬길 지역장으로 임명받았다. 4년간 지역장 직분을 감당하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매해 한 가지씩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셨다. 그 중 하나는 B형간염 보균을 완전히 고쳐주신 일이었다.


하루는 담당한 연세가족들을 섬기고 심방하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를 당했다. 걸음을 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당시 주일 2부예배 때 통성기도 시간이면 담임목사님께서 환우들 자리까지 와 주셔서 병 낫기를 진실하게 기도해 주셨다. 발목 통증 탓에 성도들을 심방하고 돌아보기 너무 고통스러워 나도 목사님께 3개월 동안 기도를 받았다.


안수기도를 받은 후 종합검진을 받게 됐고, 며칠 후 집으로 배달된 기록지를 열어 보니 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B형간염 균은 없음. 다만 항체가 생기지 않았으니 항체주사 맞기를 권장한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MRI 촬영을 할 일이 생겨 기본적인 피 검사와 여러 검사를 하게 되었고, 검진하는 분에게 내 상태를 미리 알렸다. “제가 B형간염 항체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항체주사를 맞으라고 했어요”라며 간호사에게 상태를 알렸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본 간호사는 내게 “어? 환자분에게 B형간염 항체가 있는데요. 여기 항체가 있다고 나와 있네요”라는 것이 아닌가.


순간 지난 몇 달간 담임목사님을 통해 주님이 일하신 것임을 깨달았다. 그동안 발목 다친 것만 놓고 기도했는데 주님께서 나에게 완벽한 건강을 주신 것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동안 부지런히 개인 신앙생활을 하고 전도하는 데 마음 쏟으며 주의 일을 하는 동안 주님께서 내게 건강도 응답하셨다는 것을 확신했다. 할렐루야!


탕자였던 지난날 회개하며 주님 앞으로

이처럼 하나님 계획 안에서 살고 있었으나 내가 어리석고 미련하여 주님 뜻에서 벗어나 있던 시절도 있다. 지역장 직분을 감당하던 중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선교의 길을 가려는 내 뜻과 달리 환경이 열리지 않아 방황했다. 내 마음 같지 않던 현실을 견디기 어려워 지역장 직분을 내려놓고 직장을 다니기로 했다. 당시 시골 요양병원에 지병으로 외롭게 계시던 친정어머니를 서울로 모셔와 영혼의 때가 복되도록 섬겨 드려야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직장에서는 생각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고 직원들로부터 잘한다고 칭찬을 들으니 일하는 게 재밌고 행복했다. 또 몇 년 간 일을 해보니 경험도 생겨 신입직원들이 들어오면 그동안의 노하우를 잘 가르쳐주었고, 그만두려는 직원들이 생길 때마다 상담해 주고 동기부여해 준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팀장으로 세워지기도 했다.


반면 신앙생활은 미끄럼을 타듯 한없이 주님과 멀어지고 있었다. 주님 뜻이 아닌 내 뜻대로 잘 살고 있다 보니 주님 없이도 나름 잘 사는 듯했고, 기도하지 않아도 평안하게 잘만 사는 듯했다. 문제가 닥쳐도 하나님께 기도해 해결받는 게 아니라, 세상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세상방법으로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잘한다고 한 짓이 나중에 돌아보면 모두 죄만 쌓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병이 악화해 갑자기 소천하게 되셨다. 겨우 임종은 지켰으나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엄마를 돌봐드리며 주님 나라 가시기까지 내 손으로 따뜻하게 섬겨드리고 싶었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가 임종하시니 그동안 세상에서 돈 벌던 이유도 목적도 다 사라졌다. 그렇게 재미나던 직장 일도 더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의 만류에도 나는 바로 직장을 그만두었고 마음 둘 곳 없는 허망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지금 돌아보면 주님이 내게 돌아오라며 애타게 신호를 보내고 계신 것이었다.


퇴사하고 얼마 지나서부터 몸이 안 좋아짐을 느꼈다.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자궁 내막증으로 인한 난소 종양이 생겨 무척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더라도 그 과정이 무척 어렵다며 담당의는 난색을 표했고, 그냥 놔둔다면 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진퇴양난의 절망과 충격으로 두 달 가량 고민만 하다 보니 내 몰골이 꼭 사형선고 받은 사람 같았다.


문득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와 함께 진실하게 새벽마다 기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뜨겁게 만난 하나님, 나를 위로하고 질병에서 고쳐 주신 따뜻한 하나님 아버지의 품이 너무나 그립고 주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의학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들고 지난해 6월부터 새벽마다 주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주의 길을 간다고 서원한 후 영혼 구원에 마음 쏟고 기도하던 지난날. 그리고 주님 뜻을 잃어버린 채 세상 속에서 허우적대던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없이 흘러내리는 회개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될 만큼 하나님 앞에 송구하고 염치가 없어 엉엉 울기만 했다.


“주님, 세상 유혹에 붙들려 육신의 즐거움에 미끄럼 타듯 빨려 들어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을 맞닥뜨리니 이제야 어리석은 탕자가 주님 앞에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눈물만 펑펑 흘리면서 회개하다 보니 차츰 내 마음에 평안함이 오기 시작했다. “주님 하루든, 한 달이든, 아니면 1년이든 나에게 주어진 생명만큼 주님 일 하다가 죽어도 좋사오니 날 받아 주세요.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주를 위해 살다가 죽겠습니다”라는 진실한 고백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매일 회개기도를 하면서 몸이 회복되는 것을 깨달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그동안 질병과 절망으로 새까매졌던 나의 얼굴빛이 밝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님께 변치 않고 죽도록 충성하리

새벽마다 기도하면서 주님 앞에 눈물로 회개하고 통회자복 하던 중 뜻깊은 꿈을 세 차례 꾸게 되었다. 첫 번째 꿈은 내가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10년 전 지역장 시절에 저렇게 정장을 입고 섬겼는데….’ 두 번째 꿈에서는 교회 식당에서 지역장들이 식사를 급하게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들처럼 주님 일로 분주해 급히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니 나 또한 그곳에 포함되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세 번째 꿈은 목양실에서 지역장들이 선물 포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도 그곳에서 열심히 포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꿈일까. 의구심이 들던 차 얼마 후 지역장으로 다시 충성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뜻밖의 요청에 나는 흔쾌히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주님께서 나에게 다시 주님 일을 맡기시고 기회를 주시는 듯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세 번의 꿈은 주님이 나를 쓰시겠다는 예고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직분 임명을 받고 보니 10년 전 지역장 직분을 감당할 때부터 이미 나는 주의 길을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꼭 목회를 하고 선교를 해야만 주의 길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었고, 주님 주신 직분을 잘 감당하고 내게 맡긴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 기도해 영혼 살리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바로 안 것이다.


그 가운데 주님께서는 다시 한번 나를 살리고 건강도 허락하셨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의학박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난소 종양이 말라 버려 수술을 안 받아도 된다”며 “앞으로 건강도 좋아질 것”이라는 속 시원한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6개월간의 새벽기도를 통해 영육간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다시 지역장으로 부르셔서 주님 뜻 안에 있게 하시고 사용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이 모든 일을 주님이 하셨고 지금까지 지내온 생애 가운데 주님의 개입하심으로 내가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앞으로 나의 삶은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나는 할 수 없으니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천국 가는 그 날까지 나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기도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기도로 영혼을 살려내는 지역장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린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동해경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35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