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11-22 19:48:21 ]
<사진설명> 성경 말씀을 쓰고 있는 장봉덕(95) 어르신과 딸 김숙자 집사. (오른쪽)성경 말씀을 필사한 종이 묶음. 이면지에 줄을 그어 세로로 필사하면서 신약성경을 다 썼고, 구약성경도 예레미야애가까지 쓰고 있다.
2005년 즈음부터 친정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 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고 나면 집에서 하루 종일 외롭게 계실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앉은 분들의 대화가 귀에 들렸다.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집사님들이었다. 그분들이 나누는 대화 중에 어떤 할아버지께서 매주 주기도문을 300번씩 쓰신다는 말을 들었고, 우리 어머니도 집에 계시면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글을 모르신다는 게 문제였다. 1928년생이신 어머니는 배울 기회를 놓쳐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셨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계신 것보다는 유익하리라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기도문 필사를 조심스레 권했다. “어머니,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써 본다면 얼마나 은혜가 될까요? 손으로 글씨를 쓰면 뇌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해요”라며 성경책과 필사할 공책, 연필 등을 가져다 드렸다.
감사하게도 어머니가 권면에 응해 기도문을 쓰기 시작하셨다.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한 글자씩 완성해 주기도문을 써 내려가신 것이다. 한 자씩 한 자씩 따라 그려야 하니, 내가 퇴근하고 저녁에 왔을 때 보면 주기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쓰셨을 만큼 처음에는 오래 시간을 들여 필사하셨다.
그렇게 몇 년간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주기도문을 필사하시다가 어느 날부터는 찬송가 가사를 필사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성경 말씀도 필사하실 수 있겠구나’ 싶어 집에 있는 성경책 중에서 글씨가 가장 큰 성경책을 가져다 드렸다. 아무리 성경책이 커도 어머니가 보시기에 글자가 작을 듯했으나, 어머니는 잘 보인다며 그때부터 성경 필사를 이어 오고 계신다. 몇 년째 필사를 하시더니 어느새 신약성경을 다 쓰셨고, 구약성경도 필사해 창세기부터 현재 예레미야애가까지 쓰고 계신다. 어머니는 이면지에 줄을 그어 세로로 필사를 하시는데 필사한 종이 분량만 해도 책 몇 권이 나올 만큼 한가득이다.
어머니는 시골에 계실 때부터 교회를 다니셨지만 믿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서울에 오시면서부터 나와 함께 우리 교회에 출석하셨고, 담임목사님을 통해 생명의 말씀을 들으면서 은혜도 많이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 하고 계신다.
우리 교회 오셔서 은혜받으며 건강도 좋아져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여전도회에서 설거지도 도맡아 하시고 이모저모 충성도 하시곤 했다. 요즘도 예배드리고 기도하기를 사모해 집에서 USB 스마트액자로 설교 말씀을 듣고 계신다. “천국 가려고 신앙생활 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는 고령인 95세지만, 거동도 잘하시고 귀와 눈도 총명해 말씀 듣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성경 필사도 잘하고 계신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김도희 기자
| 김숙자(7교구)
위 글은 교회신문 <7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