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3-08-10 17:57:14 ]
20년 전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참가해 성령을 체험했고 은혜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형편이 어렵다 보니 부부간에 자꾸 부딪혔고 그 탓에 아내와 따로 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는 6살 딸아이와 살던 집에서, 나는 7살 아들을 데리고 어머님이 계신 본가로 들어가 떨어져 살았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연세중앙교회에서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 하려고 애썼다. 새벽예배에 나가 2시간씩 기도하고, 저녁에도 아들과 2시간씩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는 하나님이 주시는 긍휼이었는지, 아내를 위한 기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아내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하나님도 우리 가정이 분리된 채 사는 게 마음 아팠다고 감동하시기에 아내에게 연락을 했고,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용서를 빌면서 6년 만에 재결합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아내는 급속도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 헤어나지 못했다. 이 틈을 타고 사이비종교에 빠져 있던 처형이 아내에게 접근하면서 아내도 그 종교에 심취했다. 아내와 자주 다툰 탓에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방을 쓰게 되었다. 집안의 평화가 다시 깨진 것이다.
아내를 수없이 설득하고 사이비종교에서 빼내려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지옥 같던 3년이 지난 2020년 9월 몸이 안 좋다던 아내는 대장암4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매일 매시간 내게 닥쳐오는 고난이 너무나도 버거워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지금 돌아보면 아내와 떨어져 살던 때나 병수발하던 시기에도 담임목사님의 생명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버틴 듯하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다.
투병 중인 아내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이비종교에서 빼내 참 진리이신 예수님을 영접하게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다. 같이 믿음생활 하던 막내 처제가 직접 간병을 도맡아 하면서 아내에게 복음을 전하고 또 전하여 지난 2021년 2월 감사하게도 아내는 예수를 내 구주로 영접하고 평안히 소천했다.
작정기도 기간 금식기도하며 신앙 회복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움츠리던 시절, 나 또한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데 제한받으면서 믿음이 떨어졌다.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는 아무리 설교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보려고 해도 집중하기 어려워 차츰 신앙생활이 흐트러졌다. 기도하지 않으니 세상에 붙들려 살고, 육체노동이 심한 택배 일도 도무지 견뎌 낼 수 없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영육의 곤고함이 말이 아니었다.
어두운 터널에 갇혀 출구를 찾을 수 없던 내게 바늘구멍처럼 희미한 빛이 들어왔으니,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유롭게 예배드리고 기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올해 진행된 작정기도회를 몇 주 앞두고부터는 예전만큼 신앙생활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과 회개가 터져 나왔고 어미를 잃었다 찾은 새끼마냥 주님께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를 주님도 다 알고 계셨고 아파한 지난날만큼 주님이 위로해 주시는 것을 경험했다.
작정기도회를 시작하면서 3일 동안 금식기도를 했다. 택배 일을 하면서 금식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영적으로 살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신앙생활을 생명 있게 해야 했기에 끝까지 승리했다.
지난 작정기도회 기간, 오전 일찍부터 직장이 있는 일산으로 달려가 물건을 싣고 9시부터 택배 일을 시작했다. 작정기도회에 참석하려고 점심도 거른 채 택배 일을 열심히 한 후 교회로 정신없이 차를 몰면 8시 30분쯤 도착한다. 본당에서 1시간 기도하고 정한 분량인 2시간 기도를 채우려고 요한성전에 가서 나머지 1시간을 더 기도하고 귀가했다. 그렇게 지난 50일간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기도하게 하시고, 예전만큼 신앙생활 하도록 은혜 주신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담임목사 위한 금식기도도 주님 은혜로
지난 7월 9일부터 23일까지 교회와 담임목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해 ‘연세가족 특별금식기도회’가 선포되었다. 작정기도회 때 금식하며 힘들던 기억이 있어 3일간 금식기도 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나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인생이 고될 때 담임목사님을 통해 듣던 설교 말씀은 내 생명을 붙들어 준 생수와도 같았다. 자기 목숨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목회하는 목자를 위한 금식기도였기에 기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이 컸다. 한낮이면 35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폭염 탓에 잘 먹어도 기력이 저하되고, 일하는 내내 땀에 흠뻑 젖어 숨쉬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며칠간 망설이다가 하나님께 금식을 놓고 기도하면서 담당 남전도회장께도 중보기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하나님의 감동에 순종해 3일간 금식기도를 결단했다. 목사님과 교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리라 다짐하며 금식기도에 들어간 것이다. 첫날부터 무더운 날씨 탓에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배탈과 구토가 심해 일하는 내내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끝까지 승리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하나?’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동안 목사님을 통해 생명의 말씀을 듣고 은혜받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니야! 죽더라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을 마친 뒤에는 땀으로 뒤범벅인 상태로 교회로 달려가 주님을 붙들었다. 죽기 살기로 기도하며 몸과 마음의 평안을 구했다. 그러자 주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셨고 온종일 일하면서 축 늘어진 몸에 생기가 돌고 고통도 사라져 평안해졌다. 참으로 주님이 주신 은혜였다.
주님의 은혜와 직분자들의 중보기도로 3일간 금식을 잘 마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믿음 안에 더 견고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특별금식기도회 마지막 날. 담임목사님께서 저녁예배 설교 말씀을 전하러 강단에 서신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응답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내가 우리 가정 믿음의 마지노선이기에 내가 바로 서야 마귀에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금식기도 이후 더 절박하게 기도하곤 한다. 동역해 주고 중보해 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인도하시고 앞으로 인도하실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정리 동해경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1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