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3-04 12:09:50 ]
지난해 여름 돌이 아직 지나지 않은 아기를 돌보면서 미국에 있는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언제부턴가 피로가 풀리지 않아 한 주 동안 친정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도 컨디션이 좋아지기는커녕 손바닥이 빨갛게 변하고 온몸이 아팠다. 평소 겪어 보지 못한 증상에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 싶어 마음을 졸이며 동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는 소견서를 써 주면서 대형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친정집 근처에 있는 S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여러 검사를 해 보더니 ‘루프스’가 의심된다고 했다. 루프스는 몸을 지켜 주는 면역 기능이 이상을 일으켜 자기 신체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입원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태어난 지 9개월밖에 안 된 딸아이가 눈에 밟혔다. 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때인데 어떻게 이 아이를 떼 놓고 갈 수 있나. 하지만 입원하지 않으면 자칫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에 딸아이와 생이별을 피할 수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입원수속을 마치자 며칠 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고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근육통이 나를 덮쳤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잠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진통제에 의지해 선잠만 겨우 들 뿐이었다. 고통 탓에 정신까지 혼미해지면서 대화조차 나눌 수 없었다. 입맛은 뚝 떨어져 혀에 음식만 닿아도 자갈돌은 씹는 듯했고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하니 낯빛은 창백해지고 몸은 점점 말라 갔다.
하나님 갈급하게 찾으며 기도
힘든 투병생활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은 내게 한 줄기 빛이었다. 입원 소식을 전하자 담당교구장님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으로 찾아오지 못하나 매일 전화를 걸어 위로해 주시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진실하게 기도해 주셨다. 많이 지친 상태에서도 큰 힘이 됐다.
남편도 지극정성 보살펴 주었고 고통으로 잠 못 드는 날에는 내 귀에 이어폰을 살포시 꽂아 주면서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을 듣도록 해 주었다. 병상에서 듣는 하나님 말씀은 한마디 한마디 주옥같았고 무척 은혜로웠다.
사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집을 성전 삼아 예배드리면서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보다 상대적으로 집중하지 못했다. 말씀을 귀로 들으면서도 심령에 콕 박히기보단 튕겨 나가는 것 같았다. 기도도 많이 하지 못 했다. 그러나 가난한 심령에 복이 있다 했던가. 몸이 아프면서 내 사정이 절박해지자 하나님 말씀이 심령을 파고들었다. 예수님께서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 질병을 담당하시고 우리 죄를 대속하시려고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말씀이 실제 사건으로 다가왔다.
기도할 때면 지난날 지은 죄들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신앙생활을 게을리하고 주님 주신 것들을 소홀히 여긴 죄를 철저히 회개했다. 내 욕심을 채우자고 영적생활 할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도 주님 앞에 죄송스러웠다.
한 달 만에 주님 은혜로 쾌차
병상에 있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와 고통의 시간이 수시로 교차했다. 극심한 고통에 점점 지쳐 갔고 사람의 힘으로는 견딜 수 없을 듯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만 해결해 주실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마다 담임목사님이 진행하시는 ‘지구촌 예수가족 만남의 잔치’에 사연을 접수했다. 감사하게도 수많은 사연 속에서 전화가 채택되었고 담임목사님과 통화할 수 있었다.
담임목사님은 “성도가 고통 속에 헤매는데 더 기도하지 못하고 더 사랑하지 못하고 더 챙겨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히셨고 병 낫기를 애절하게 기도해 주셨다. 병상에 있던 나는 정신이 혼미해 무어라 기도해 주셨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주님께서 반드시 응답해 주시리라 믿으며 “아멘”, “아멘”을 읊조렸다. 나중에 남편이 담임목사님께서 기도해 주신 내용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전해 주었고, 목사님의 기도 내용을 전해 들으며 병이 곧 나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마음도 평안해졌다.
2주가 지나자 몸이 점점 호전됐다. 더는 흉수가 차지 않았고 신장 수치와 간 수치도 정상으로 떨어졌다. 루프스에 걸리면 최소 3개월은 입원해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몸이 빠르게 회복되더니 한 달 만에 퇴원했다.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해 주셔서 고쳐 주신 것이다! 한 달 전 몸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고, 오는 3월 직장 출근을 앞두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신앙생활을 삶의 1순위에 두며 살고 있다. 예전에는 ‘이거 하고 기도해야지’ 했다면 지금은 기도 시간과 예배 시간을 하나님께 먼저 드린 후 다른 일을 한다. 끔찍한 질병의 고통을 겪고 나니 성도 영혼 살리시느라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육신의 고통을 감당한 담임목사님의 심정도 조금이나마 깨달아졌다. 애절하게 기도해 주신 담임목사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그 기도에 응답하셔서 질병을 고쳐 주시고 참 신앙생활을 깨닫게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박채원 집사(79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8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