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부터 31일까지 단기선교팀 11명이 필리핀 빰빵가연세중앙교회로 떠났다. 내겐 2007년도에 이어 두번째 필리핀 선교다. 희망도 소망도 없이 살아가는 필리핀 현지인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일자리가 없어 동네 가게마다 남녀구별 없이 몰려 도박하는 곳, 오랜 세월 식민생활 탓에 외국인에 대한 경계의 눈빛, 설상가상으로 국민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라서 복음 전하는 것마저 녹록치 않은 나라 필리핀. 빰빵가주에 파송받아 올해 5년째 사역하는 최병기 선교사는 “지교회를 두 군데 세울 계획이니 하나님의 일이 꼭 이루어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사역 7일째인 1월 22일, 산호세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날이다. 산호세는 배고픔을 잊으려고 마약을 할 정도로 가난한 지역이다. 마약을 하면 2~3일 은 배고픔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온종일 빈민가로, 중류층 마을로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집회에 초청했다. 450~500여 명이 집회장소인 농구장으로 모여들었지만 엠프 전원이 꺼지는 등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자 드디어 전원이 들어오고 공연이 시작됐다. 쾌락, 물질만능, 음주, 마약, 자살에 이르기까지 마귀의 유혹에 속아 고통받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자 숙연하게 바라보던 주민들. 하나님께서 마귀를 물리치고 인간을 구원하시는 장면에선 박수치며 환호를 보냈다. 이어 최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이 질병, 귀신역사로 인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실 것이니 앞으로 나오라”고 하자 30여 명이 나왔으며, 합심기도 후에 질병을 치유받고 마음에 기쁨을 얻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70여 명이 결신했으며 주일에 30명 이상이 예배 드리러 왔다.
선교 10일째인 1월 25일, 주일낮예배 후에 한 성도의 어머니(67)가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무릎 통증으로 걷지 못한다며 기도해줄 것을 부탁했다. 선교팀이 그 성도의 집을 방문해 눈물로 기도하자 그의 어머니가 일어나 걸으면서 “이제는 무릎이 아프지 않다”고 고백했다. 기도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선교 13일째인 1월 28일, 로르테란 동네를 심방할 때 어느 집에서 코를 싸매야 할 정도로 역한 냄새가 풍겼다. 레이 비날라이라는 할아버지(74) 집이었다. 할머니는 중풍으로 좌반신 마비였고 양발과 다리가 풍토피부병인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할아버지 또한 왼쪽 어깨가 굳어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다리도 부어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귀가 어두운데다 빰빵가 지역어만 알아듣는다고 해서 통역을 찾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 동네 사람들이 마당 가득 모여들었고, 담 너머로 쳐다보는 이들도 많았다. 통역을 구해 힘겹게 복음을 전하자 놀랍게도 할아버지가 복음의 내용을 알아듣고 점차 얼굴이 환해졌다.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눈물을 흘리며 예수를 영접했다. 기도받고 질병에서 치유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선교팀이 눈물로 하나되어 간절히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 큰 이적을 보이셨다.
“일어나세요, 할머니!”라는 선교팀의 말에 지팡이 없이는 일어나지도 못하던 할머니가 혼자 힘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더니 한 발짝, 두 발짝 발걸음을 떼며 걸어다니기까지 했다. 할아버지도 혼자 일어나서 마당을 자유하게 걸어다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웃주민들, 담너머 구경하던 사람들이 손뼉치며 환호하느라 그 동네에 큰 소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렇게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시는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고 나니 빰빵가연세중앙교회 청년들과 교사, 신학생들이 먼저 예수 안에서 꿈과 비전을 확실히 하는 시간이 되었다. 크리스토퍼란 청년은 목사가 되어 필리핀 영혼구원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연약한 자들을 단기선교사역팀 일원으로 사용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기도해주신 목사님과 사모님, 중보기도실원들과 성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 글 팀장 심광성 안수집사
/ 팀원 한주희 정세화 주지해 김수희 윤석하 이현승 강찬교 구지희 김수양 이소희
위 글은 교회신문 <15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