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목사의 선교史<35-최종회>] 20세기 선교에 대한 회고와 미래

등록날짜 [ 2011-11-15 14:53:15 ]

20세기에 들어와 세계 선교는 대단한 성장과 변화를 맞이한다. 우선 이전 세대가 진행한 신앙 선교(Faith Mission) 운동과 학생 자원자 운동 등을 계승함으로써 선교의 질적인 성숙과 함께, 이 시기 약 50년간 2만 명이 넘는 젊은 사역자를 세계 각처 선교지로 파송하였다.

수많은 미지 종족이 머무는 오지(奧地)에 들어가 그들의 전통 종교와 독특한 풍습, 거대한 자연과 고통스러운 질병에 맞서 싸운 많은 무명 선교사의 피 흘린 발자취를 통하여 전 세계 대부분 국가와 지역에 교회가 세워졌고 복음이 더욱 확산하였다.

이처럼 선교가 급격히 진행되자 당시 선교를 주도한 각 선교 단체와 지도자는 20세기 한 세대를 통하여 선교를 완성할 수 있다는 큰 꿈을 품고 다양한 선교방법을 제시하였다. 우선 1910년 ‘에든버러 세계선교사대회’는 최초의 선교대회로, 세계 각처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 1200여 명이 모여 ‘이 세대 안에 세계 복음화를 이루자’는 목표로 10일 동안 8개 선교위원회 보고와 다양한 토론을 통해 각 선교 기관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 에든버러 선교대회는 이후 국제선교협회(IMC,1920)와 세계교회협의회(WCC,1948) 등 단체들을 탄생케 함으로써 선교 단체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사안별 협력을 통한 세계선교화를 공동 목표로 추진하게 하였다.

또 시기마다 특별한 선교 목표가 제시되었다. ‘일인 일 제자화’(1929), 성경 번역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2000개 방언으로 나아가자’(1959년), 1974년 로잔대회 ‘세계가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자’에서 제시한 ‘미전도종족 선교’, 1980년 ‘AD 2000운동‘에서 결의한 2000년까지 모든 종족에게 교회를’ 등 선교 완성을 위한 주목할 만한 시도들이 계속되었다.

비록 어떤 것들은 구호에 그치거나 선교 진행에 차질을 주기도 했지만, 더 효율적인 선교 방안을 위한 고민은 다양한 선교 신학과 방법론을 낳았다. 여기에는 루퍼스 앤더슨을 시작으로 피어스 비버, 도널드 맥가브란, 유진 나이다, 랠프 윈터, 헤셀 그레이브, 폴 히버트 등 20세기 선교학자들의 공헌이 매우 컸다.

선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체계적인 선교 이론들은 각 선교사의 사역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특히 도날드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이론’은 성경적 선교와 사회 인류학적 측면을 결합함으로써 교회 성장을 분석할 수 있게 하였고, 선교 현장의 동질 집단을 목표로 하는 선교 전략 등은 선교 흐름을 바꾸는 대단한 것이었다.

또 1974년 로잔대회 이후 세계 선교 흐름은 국가와 지역 단위 선교에서 ‘미전도 종족 중심의 선교’로 거대한 구조 변화를 하는데, 이는 종족(people) 선교 개념을 일깨운 랠프 윈터의 연구 결과였다. 이후 ‘미전도 종족’ 선교 문제는 각국 교회와 선교 단체를 더욱 분발하게 하는 새로운 선교 과업이 되었고, 오늘날 여전히 남은 6800여 개 미전도 종족을 향한 선교 요청은 더 많은 사람의 선교 참여가 필요하다.

20세기 후반에 미전도 종족 선교의 문제와 함께 대두한 또 다른 선교 문제는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발흥으로 말미암아 중단한 공산권 복음화 문제였다.

2차 대전 이후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랠프 윈터에 의하면 ‘서구 사회 중심의 지배 구조가 몰락’한 것이 이 시기 특징이다.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에 세운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가 붕괴함으로 각 피지배 민족의 독립과 건국이 추진되면서, 그들의 전통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결속이 이루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이슬람과 힌두 신앙이 확산한다. 따라서 이방 종교와 치열한 영적 싸움이 불가피한 것이었고, 이로 말미암아 선교사 사역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선교지에 세운 교회 안에서도 자국민들의 지위와 역할이 상승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서구 선교사들의 역할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 선교 주도권이 서구 교회들 중심에서 점차 제3세계 교회들로 이동하여 현지인 지도자 중심의 복음 전파와 인접 지역과 국가들을 선교하게 된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였다.

또 다른 문제로 중국, 북한, 베트남 등에서 나타난 공산국가 설립은 선교 자체를 중단케 함으로써, 해당 지역 선교사들이 쫓겨나고 교회들이 핍박받아 오랜 기간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 공산국가는 하나님의 강권하심으로 이미 복음 전파를 재개해서 더 많은 선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선교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전과 같은 장기 선교 외에도 해외단기선교와 같은 선교 참여의 방법, 통신과 미디어를 통한 전략적인 선교 방안, 자국으로 들어온 외국인들을 개종시킴으로써 선교 확장을 이루는 방안 등 다양한 선교 상황이 21세기를 사는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다만 우리의 문제는 어떻게 선교에 참여할지 선택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역사 속에 살다간 선교사들은 분명히 우리와 다른 사람들처럼 여겨지지만,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를 향해서 그들에게 하셨던 동일한 선교 명령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선교 역사 가운데 사명을 띠고 이전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선교사. 이 모든 믿음의 사람의 삶을 움직였던 것은 그들의 잘남이 아니라 그들을 써주신 하나님의 은혜요, 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열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상 자비하신 하나님은 그들의 연약함과 실수와 선교 과정의 오류에도 그들을 기독교 선교 역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로 만들어 가신다. 이는 하나님이 역사하지 않으면 그 어느 것도 안 되는 것이 선교 사역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선교 역사 한가운데로 나가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차례다.

<‘손성진 목사의 선교史’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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