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다. 먼 산허리에 운무가 뿌옇게 드리운 것을 바라보며 “오늘도 무척 덥겠구나”라는 노모의 걱정스러운 말이 들린다. 이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위가 추위보다 낫다지만, 더워도 너무 더우니 사람이 살 수 있느냐”라며 혀를 끌끌 찬다.
오전 내내 찌뿌둥하던 날씨는 이윽고 갑자기 흐려지더니 많은 양의 소낙비를 땅 위에 쏟아놓는다. 안 그래도 무더운 날씨로 뜨겁게 달궈진 지면이 많은 양의 비로 말미암아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 내고, 마치 열대 우림 기후처럼 고온 다습한 날씨가 되어 불쾌지수를 더 올려놓는다.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 복음 전도
지나는 행인들에게 건네는 시원한 얼음물마저도 금세 미지근해지는 더위 탓에, 숨이 턱까지 찬 행인들에게 시원한 차를 권해도 손을 휘휘 내젓고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바삐 갈 뿐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요즘 날씨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주님을 사랑하고 영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막을 수 없으므로 온몸이 땀에 젖어도 구령의 열정으로 노방전도 하러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13교구 2지역 오류18구역식구들이다.
오류18구역식구들이 주축을 이룬 전도팀은 우리 교회 근처인 오류동 시티월드 앞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전도를 한다. 팀원인 김선이 집사, 김소자 집사, 이순옥 집사, 조영선 구역장은 같은 18교구 2지역에 속해 있고, 또 서로 가까이에서 살다 보니 생각과 마음이 통해 한 전도팀으로 뭉치게 되었다.
몇 달 전, 김소자 집사는 구령의 열정이 넘쳐 구역장인 조영선 집사에게 노방전도를 시작하자는 뜻을 전했다. 차가 없어 기동성 있게 움직이지 못하고 또 고령인 김소자 집사가 편하게 전도할 수 있는 집과 가까운 곳,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다 보니 오류동 시티월드 앞이 적격일 것 같아 전도장소로 택했다. 같은 구역식구인 김선이 집사도 노방전도에 동참해 함께 영혼 구원에 나서고 있다. 김선이 집사는 많이 걷거나 오래 서 있을 수 없는데도 주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전도하는 데 열심이다.
또 조영선 구역장과 가까운 이웃인 이순옥 집사도 전도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순옥 집사는 몇 년 전 큰 질병으로 건강을 잃을 뻔했으나 주님의 은혜로 건강을 회복해 오직 주님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순옥 집사는 “죽을 만큼 아파 보면서 주님이 주신 생명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진정 깨달을 수 있었고, 오늘 내가 살아 숨 쉬는 순간들이 얼마나 큰 하나님의 이적인지를 알게 된다”라며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감사로 살아가며 영혼 구원할 전도를 하고 있다”라고 고백한다. 아직도 말할 때마다 혀가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해 발음하는 데 어색함이 있고, 눈앞도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어떤 때는 실루엣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으나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것이 주님이 행하신 이적이라며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더운 날씨에도 감사와 기쁨으로 전도
5월 첫 주부터 시작한 노방전도는 횟수를 더해 갈수록 마음에 기쁨으로 가득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마음껏 전도하기 어렵던 시간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김소자 집사는 전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나고 좋은지 더운 날씨인데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나는 행인들에게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어야 천국 갑니다”라며 복음을 전한다.
오류동 시티월드는 주상복합 상가로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은행, 병원, 약국, 피트니스 센터, 수많은 식당가 등이 들어서 있는 오류동 최대의 주상복합 상가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방문으로 분주한 곳이다. 또 전도장소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어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 좋다.
한 할아버지는 구역식구들이 전도하러 나올 때마다 전도부스를 찾는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전도하는 이들에게 건네줄 간식거리가 들려 있다. 교회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할아버지는 재력가이지만 “연세중앙교회 전도부스에서 정성스레 타 주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라며 늘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다가 가신다. 아직 예수님께 마음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계속 친분을 쌓다 보면 꼭 예수님을 내 구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오류동 시티월드 건물은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우리 교회와 아주 가까운 장소이지만 옛말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교회 근처에 사는 비신자들은 우리의 책임이라 생각되어 더 간절한 마음으로 전도하게 된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복음을 전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영혼 구원을 애타게 원하시는 주님의 심정을 가지고 임한다. 구역식구들을 전도하는 일에 써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동해경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