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87세 노인 암 환자 전도하여
꾸준한 심방 통해 복음 전하고 천국 인도

심정희 집사 (전도국 14부장)

고(故) 윤동선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4월 중순경이다.

평소 화.목.토요일엔 전도국 14부원들과 함께 전도하지만 수요일엔 혼자 노방전도를 자주 한다. 그날은 수요일이라 전도하다가 교회 근처 식당 앞에서 87세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댁이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식당 바로 옆 푸른 대문집이라고 했다.

다음 날 전도팀원들과 함께 찾아갔더니 할머니와 두 분이 살고 계셨는데 뜻밖에도 할아버지는 말기 직장암 환자였다. 통증이 심해 우리가 방에 들어가도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셨다. 나를 만난 날은 오랜만에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 영혼을 구원하라고 만나게 하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졌다.

“할아버지, 교회가 근처니까 주일에 모시러 올게요. 저희랑 같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요. 하나님이 할아버지를 사랑하세요. 예수 믿어야 천국 가요.”

한참 동안 복음을 전하며 교회에 같이 갈 것을 권유했지만 할아버지는 움직이는 것이 싫다고 하시며 대신 할머니를 데리고 가라고 했다. 주일이 되어 할머니를 교회에 모시고 갔더니 평생 처음 예배드린다는 분이 천국도, 지옥도, 하나님도, 예수님도 다 믿어진다고 해서 내심 놀라웠다.

할머니와는 달리 할아버지는 좀처럼 마음 문을 열지 않았다. 복음을 전하면 눈을 감아버렸다. 5월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했다. 안 되겠다 싶어 교구장님을 모시고 심방을 갔다. 교구장님이 복음을 전하자 눈은 여전히 감고 계셨지만 들으시는 눈치였다.

5월 중순께는 물과 우유 조금 외에는 아무것도 못 드셨다. 담임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귀에 꽂아 드리면 온종일 들으셨다. 교구장님과 지역장님도 틈만 나면 심방해서 복음을 전해주셨고, 전도국 목사님도 자주 기도해주셨다.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할아버지는 점점 복음에 젖어가셨다. 예배드리고 나면 기도해달라고 하셨다.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해 드리면 평안해하셨다. 우리에게 늘 “예수 이름으로 기도해줘”라고 하시고 어깨와 등을 힘겹게 돌려대시고 내일도 또 오라고 하셨다. 하루는 너무나 고통이 심하니까 “나는 예수 피 공로를 믿으니까 이제 빨리 천국 가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6월 초, 주일 낮에 할머니가 교회에 안 오셨기에 댁에 가 봤더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무슨 일이 났구나 싶었다.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할아버지의 며느리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할아버지를 꼭 한번 뵙고 싶다고, 어느 병원에 계신지 알려달라고, 소원이라고 말하는데 그만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며느리는 그동안 애써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구원의 확신을 심어 드려야 하는데…. 잠시 후, 그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 아버님, 돌아가셨어요. 어제 새벽에요. 어머님께서 꼭 알려드려야 한다고 하시네요.”

전화를 받고 할아버지 가족을 만났다. 장례는 기독교식으로 치르지 않았지만 고인의 유언대로 제사는 지내지 않겠다고 했다.

장례 후, 할머니는 구역예배 때 방언은사를 받으셨다. 이젠 자녀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50일 작정 기도회에 하루도 안 빠지고 나와 2시간씩 기도하시고 장년부 하계성회에서 은혜도 많이 받으셨다. 요즘도 할머니는 매일 밤에 2시간씩 기도하신다. 젊은 사람들도 피곤하면 2시간씩 기도하기 어려운데 할머니가 열심히 기도하시는 것이 도전되고 놀랍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나가서 복음 전할 때 이 두 분처럼 하나님께서 살릴 영혼을 만나게 하신다. 그리고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우리 교회는 정말 영혼을 사랑하는 교회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