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전공(체육학과)을 살려 학업과 병행한 아르바이트가 경호였다. 유명 연예인들과 스포츠 선수 그리고 정계 유명 인사들을 경호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

처음 경호 근무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명 가수 콘서트였는데, 당시 나는 그 가수를 경호하며 동선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 가수가 무대에 오르고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콘서트를 시작하는 순간, 그곳에 모인 수만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하는 모습은 마치 무엇에 홀려 미쳐서 날뛰는 듯 보였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저들의 열정이 주님을 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저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 회개의 눈물이었다.

그 후, 경호 근무할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어리석고 교만해 성령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지 않았고 성령님의 일하심을 분별하지도 못해 전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그래도 한 번 전했으니 내 할 도리는 다했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합리화했다.

하루는 잠을 이루지 못해 무릎 꿇고 기도하는 가운데 전도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성령님을 의지한다는 착각 속에 인간적인 열심을 내고 겸손한 척하며 나를 드러내는 나 자신이 전도의 최고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도 방해꾼인 내 모습을 보고 주님 앞에 회개하였다. 그 후로는 성령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니 경호 근무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가 열리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됐다.

그러던 중 대학교 4학년 때 어느 기업 대표를 알게 됐고,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동시에 하는 좋은 조건으로 취직했다. 취직한 뒤, 직장상사나 동료에게 복음을 전하며 전도했지만, 직장에서 하는 전도는 한계가 있고, 또 예전처럼 열정적인 관계전도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나 토요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방송 3사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 경호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관계전도의 길도 활짝 열렸다. 그런데 분명히 주일에 교회에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사정이 생겨 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으며, 관계 형성도 되지 않았다. 주님께 무릎 꿇어 기도하며 묵상하는 가운데 아이돌 스타들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모인 곳은 엄청난 영적 전쟁터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몇 년간 계속된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외국인 팬이 몰려온다. 나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통역할 만한 사람을 찾아서 복음을 전하고 우리 교회에 대해 설명한다. 이렇게 약속한 외국인들을 우리 교회에 데리고 오면 우리 교회 통역실에서 영어, 중국어 등 여러 국가 언어로 동시통역을 해주어서 좋다. 언젠가 일본인들을 초청했는데 그날이 마침 일본어 통역을 해주는 날이라 더욱더 기뻤다.

한번은 교회에 전혀 가본 적이 없다는 대만 사람 중 한 명이 예배시간 내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왜 눈물을 흘리느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난다. 여행을 마치고 대만에 돌아가면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열심히 다닐 것이다”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감사했다. 지금도 그 사람과는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한국에 가면 연세중앙교회에 꼭 갈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연세중앙교회에 간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라고 메일을 보내 온다.

연예인들의 극성 팬인 초청자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예배드린 후 변하는 모습도 본다. 처음에는 연예인을 보며 소리 지르다 호흡 곤란이 와 실신 직전까지 간 적 있던 극성 팬들이 이제는 연예인들을 봐도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고 그 시간에 집이나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연예인들이 이동하기 위해 승합차에 오르는 그 짧은 순간을 보려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밖에서 추위에 떨며 시간을 허비하던 팬들도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에는 그러지 않는다. 극성 팬들이던 이들이 변했다는 것은 사실 하나님의 일하심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방송 3사 경호 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이나 매니저들과도 친분을 쌓아 복음을 전한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소속사와 절대적인 계약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으며, 그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들 역시 주일은 쉬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래도 나는 이들을 만날 때면 항상 복음을 전한다. 언젠가는 이 복음의 씨앗이 열매 맺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전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전도하는 순간순간이 내가 성장하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이제는 주일 예배 시에 전도자가 없으면 하나님 앞에 죄송하고 한 주간 열매 없이 시간과 세월을 허비한 것만 같아 속상하다. 전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절대적으로 일하시는 것임을 명심하고 이 마지막 시대에 전도의 통로로 온전히 쓰임받길 소망한다.

최성욱 | 풍성한청년회 13선교부

위 글은 교회신문 <221호> 기사입니다.